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창연 Oct 03. 2016

지금의 삶도 좋다

지금의 나도 옳다

                                                                                                                                       



1.

고백하자면 가끔, 결혼한 (그러나 친하지 않은)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살짝 빈정이 상할 때가 있다.

뭔가 해낸듯한 표정일 때까지만 해도 나는 괜찮다. 

근데 '넌 어쩌려고 그래?'라는 부류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뭔가 해냈는데, 넌 아직도 못했구나,라는 느낌.

아니 수능을 잘 쳐서 대학에 합격한 것도 아니면서 이건 뭥미?

근검 절약을 해서, 돈을 무지 많이 모은것도 아니면서 그 성취감 넘치는 표정은 뭐냐고.

열받으면 지는거야,라며 그냥 웃어 넘기긴 하는데

꼭 결혼을 먼저 한 사람이 '더 나은'사람이라는 듯한 표정은 인정하긴 싫지만 상처가 된다. 

그러니까 나도 모르게 빈정이 상하는 거겠지.

노력과 간절함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고,

잘난 순서대로 가는 것도 '확실히' 아닌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게 집에 오는 길에는

"나에게 뭐가 문제인걸까?'라는 혼잣말을 하게 한다.

그런데 요즘 느끼는 것은,

일년에 한두번 만나는 친척이 던지는 인삿말 '또 혼자왔냐'라던가,

친구들이 '어쩌려고 그래'라는 말과 같은 외부적인 압박보다,

씽글인 친구들이 스스로 느끼는 자괴감이나 압박감이 더 크다는 것.

"내가 뭐가 모자라서 아직 혼자인걸까"

"나도 시집갈 수 있겠지"

"저런 애도 시집가는데"와 같은 말들.

어느새, 외부의 메시지가 고스란히 내부로 들어와서

스스로를 툭툭치고, 찌르고, 상처를 낸다.

사실, 뭐가 문제가 있어서 시집을 못 간것 같지는 않은데

(그 아이는 내가 봐도 너무 정상)

그냥 아직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을 뿐인 건데

(역시 사랑은 랜덤 + 노력)

마치 지금의 삶은 진짜가 아닌 것 같은 느낌.

정거장에 머무르고 있는 불안함.

뒤쳐지는 것만 같은 자괴감들...


2.

집에 선물받은 맥주가 한 캔 있었는데,

너무 커보여서 따기가 버거워서 망설이고 있었다.

이사를 온 뒤엔 한번도 치킨을 배달시킨 적도 없었다.

휴일 전날을 맞아 친한 친구들이 놀러와서

내가 무척이나 애정하는 '삼통치킨'도 시키고 Coors맥주도 땄다.

TV를 보며 뒹굴거리고 김구라 한마디에 얼마나 웃었는지.

같이 있어서 더 맛있고, 더 시원하고, 더 즐거웠다.

그 때, 그런 생각을 했다.

만일 결혼을 한다면, 남편의 사랑과 토끼같은 자식이 주는 즐거움은 있겠지만

지금 이런 즐거움은 없겠지. 

여기는 결혼하기 전 잠깐 머무는 정거장이 아니다. 임시 보호소는 더더욱 아니고.

지금도, 내 삶의 한 부분인거다.

지금에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분명히 있다.

삶이란 그때 그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는 것 같다.

그 삶도 멋있고, 저 삶도 부럽지만, 지금 이 삶도 나는 좋다.

지금 나도 정답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