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클래스: 노력의 힘을 믿기
두 번째 클래스가 끝난지 한 시간이 지나 이제 정신 좀 차리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욱씬 거리는 오른쪽 허벅다리에 냉찜질을 좀 하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풋살 클래스가 끝나면 땀으로 젖어있는 내 모습이 꽤 만족스럽다.
연체동물 저리가라 할 정도의 흐물인간이라 이렇게라도 누군가 억지로 운동을 시키지 않으면
정말로 액체가 되어 사라질 지도 모른다.
그런 흐물인간이 흐물거리며 약 90분을 운동을 하다 보니까 꽤 보람있고 성취감이 든다.
그 의욕은 골때녀 방송일인 수요일까지 피크를 찍었다가,
목요일부터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화요일이 돌아오는 게 두렵게 된다.
화요 풋살 가기 한 시간 전부터는 긴장해서 손발이 차갑게 식는다.
하나도 긴장 안 되는 척 쿨함을 연기하며 학원차에 탑승했으나
혼자 뚝딱거리다가 좌석에 끼어 '코치님 도와주세요'를 연신 외쳤다.
학원에 도착해서 벤치에 앉아 있으니 다른 회원분들이 하나 둘 도착하고
어색한 미소로 서로 인사를 나눈다.
나는 아직 먼저 말 걸 정도의 눈 마주침을 해주시는 분을 못 만나서
그냥 가만히 귀 기울이고 있었는데 '너무 떨려'라는 말이 어디선가 귀에 들어와 꽂혔다.
나만 떨리고 긴장되는 게 아니었다고 생각하니 다행이다.
오늘은 지난 번보다 인원이 5명 정도 늘었다. 정말 환영할 일이다.
왜냐면 내가 묻혀있을 수 있으니까. 히히.
리프팅하는 방법을 새로 배웠는데 스스로 내 얼굴에 공을 두 번이나 찼다.
오늘은 사다리 스텝도 유난히 안 된다.
저번에는 잘 했던 것 같은데 그새 박자감을 잃었는지 혼자 우왕좌왕이다.
드리블은 지난 번보다 더 못했다.
접시콘을 두 번 정도 날려먹었으나 코치님이 최선을 다해 흐린 눈을 해주시는 게 보인다.
왜 이렇게 몸이 무거울까?
무겁게 느껴지는 감각 때문에 더 무겁게 느껴지는 것일까?
드리블은 언제쯤 좋아질까?
한 번 수업 들었던 나보다 새로 오신 분들이 더 잘 하는 것 같으니
서서히 자괴감이 들기 시작한다.
그래도 운동 신경이 아주 없다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여기 오니 운동 신경도 꽝, 체력도 꽝이라는 생각에 스텝이 천근만근이다.
뭔지 모를 부담감이 자꾸 내 발목을 붙잡는다.
자꾸 마음을 다잡았다.
비교하지 말자, 비교하지 말자.
잘 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한 번에 잘 할 수는 없어.
발전의 속도와 패턴은 모두가 다르니까.
이렇게 연습하고 노력하다 보면 어제의 나보다 내일의 내가 더 나을 거야.
나이가 들면서, 타고난 부분에서 다르다는 걸 느낄 때 더 빠르게 포기하는 법을 배웠다.
스무살까지는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믿었더랬다.
인생에 있어 참 독하게 노력했던 순간들이 나에게는 두 번쯤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했는데도 이루지 못하면 깨끗하게 포기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아, 세상에는 최선을 다해도 할 수 없는 것들이 있구나-하고.
엄마는 누군가가 나를 칭찬할 때면 "얘는 노력파야."라는 말을 하곤 했다.
나는 그게 싫었다.
노력파라는 뜻에는 타고난 능력은 좋지 않다는 말이 함축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살아보니 노력하는 근성도 타고난 능력이더라.
나는 풋살에 그닥 재능이 있는 것 같지 않지만
그렇다고 남들과 비교하며 슬퍼하지는 않기로 했다.
타고난 사람처럼 될 수 없다는 것을 빨리 인정하는 순간부터
내가 가져야 할 눈 앞의 목표가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때부터 하나씩 하나씩 돌파하는 것은 내가 가진 근성의 힘이라는 것을 안다.
나는 노력파가 맞다.
달팽이처럼 느리지만 어제의 나를 포기하지 않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