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클래스: 넘어져도 툭툭 털고 일어나기
희소식이다.
지난 주말에 친구를 만나 풋살 이야기 하길 잘했다.
나의 풋살 이야기에 관심을 보인 친구가 꼬임에 넘어왔다.
혼자 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고, 때론 좋아할 때도 있지만
친한 친구와 함께 공유할 추억이 생긴다는 건 혼자 할 때 얻을 수 없는 정말 좋은 것이다.
세 번째 클래스에는 사람이 더 늘었다.
내 친구를 포함하여 50대 언니도 한 분 더 들어오셨고, 이로서 거의 스무명이 모였다.
여기에 오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기에
용감한 첫 발에 박수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오늘은 부상에서 복귀하신 새 코치님이 지도를 시작하신 날이다.
드리블 하는 방법부터 인사이드 패스, 그리고 리프팅을 연습했다.
친구와 2인 1조가 되어 패스 연습을 하니 참 재미있고 편하다.
스물 한 살때부터 만난 친군데 우리가 이런 식으로 공놀이를 하고 있을 줄은 정말 몰랐지.
이제는 두 딸의 엄마가 된 친구에게 이 시간이 온전히 내 친구만의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보통 패스를 하기 전 상대에게 신호를 준다는데
코치님께서 우리는 아직 서로의 이름을 모르니 '헤이'로 부르자고 했다.
'헤이'를 할 때는 짧고 단호해야 한다.
끝말을 늘이면 스트릿우먼파이터의 가비 같은 느낌이 되므로 주의하자. '헤~이....'
인원이 늘었기 때문에 나는 묻어가기 더 쉬워졌으며,
경기도 오랫동안(그래봤자 5분) 뛰지 않아도 되니 내 저질 체력에 운동량이 딱 맞았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뛰는 것도 많이 힘들지는 않았는데
이건 체력이 늘었다기 보다는 체력을 분배하는 방법을 알아가기 때문인 것 같다.
잔발 뛰기에 풀에너지를 써버린 첫 번째 수업의 기억이여 안녕.
오늘도 마지막 30분은 어김 없이 미니 경기를 했는데
지난 번보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 본 것 같다.
좀 많이 나서고 움직여야 공격 기회도 생기는 건데 내 체력이 아직 거기까진 안 된다.
그래도 세 번 정도는 공격에 가담하려고 노력한 나를 스스로 칭찬한다.
다음 번엔 다섯 번 정도로 늘려보자.
노력하고 있지만 결과는 저번부터 패배다.
늘 세 골 이상으로 먹히며 승부가 종료되는 것 같다.
분하거나 슬프지는 않다. 그냥 그러려니 한다.
나는 애초에 승부욕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 경기가 끝나면 '아이고 살았다' 하는데
"오늘도 패배했네."하며 아쉬워하시는 멤버도 계신다.
그럼 편해지려던 마음을 한 번 잡은 채
내가 이번 경기에서 도움이 많이 되었는지 반성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다.
미니 경기를 뛰다가 다른 분과 부딪혀 앞으로 넘어지게 된 일이 있었다.
완전히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바닥을 짚은 자세였는데 (OTL)
넘어지는 것도 정말 순식간이었지만 일어나는 것 역시 순식간이었다.
그냥 벌떡 일어나면서 머릿속에 '이런 게 축구인거지.'하는 생각이 스쳤다.
부끄러움이나 창피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던 게 좀 신기했다.
축구를 하다 보면 이런 일들이 반복될테니
넘어지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되는 순간이 오겠구나 싶었다.
그러면 넘어지는 것뿐만이 아니라
진흙탕에서 뒹굴고 다시 쓰러지게 되어도
'이런 게 인생인거지.'하며
아주 담백하게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여유도 가질 수 있을까?
요즘은 이런 걸 회복탄력성이라고 부른다지.
축구나 잘할 것이지.
축구에서 자꾸만 인생을 생각하게 되니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