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수 Jan 21. 2023

05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K를 오랜만에 만났다.

그녀는 나에게 초록색 텀블러와 직접 만든 블루베리 잼을 선물해 주면서

부끄러우니 편지는 집에 가서 읽어보라고 했다. 


집에 도착해서 열어보니 봉투가 하나 더 있다.

봉투 안에는 네모 반듯한 지폐가 몇 장이나 들어 있다.

사양하지 말고 꼭 받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친구의 글귀와 함께.


나는 우리가 어른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왠지 이상했다.

나의 생각은 18살 여름, K와 함께 거실에 누워 밤새도록 얘기했던 그 시절에 멈춰 있는데,

K는 어느새 어른이 되어 다섯 살 배기 아들을 키우는 엄마가 되었다.


소매로 눈물을 슥슥 닦으며 K를 다시 떠올린다.

열여덟 그날 밤 K는 건축학과에 들어가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건축가가 되고 싶었던 그녀는, 카페를 보며 '나 2층도 구경해도 돼?' 하면서 눈을 반짝인다.


그녀에게서 내 열여덟과 서른여섯을 본다.

어느 쪽을 생각하든 고마워서 눈물이 난다.







작가의 이전글 0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