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동창이었던 K를 오랜만에 만났다.
그녀는 나에게 초록색 텀블러와 직접 만든 블루베리 잼을 선물해 주면서
부끄러우니 편지는 집에 가서 읽어보라고 했다.
집에 도착해서 열어보니 봉투가 하나 더 있다.
봉투 안에는 네모 반듯한 지폐가 몇 장이나 들어 있다.
사양하지 말고 꼭 받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친구의 글귀와 함께.
나는 우리가 어른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왠지 이상했다.
나의 생각은 18살 여름, K와 함께 거실에 누워 밤새도록 얘기했던 그 시절에 멈춰 있는데,
K는 어느새 어른이 되어 다섯 살 배기 아들을 키우는 엄마가 되었다.
소매로 눈물을 슥슥 닦으며 K를 다시 떠올린다.
열여덟 그날 밤 K는 건축학과에 들어가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건축가가 되고 싶었던 그녀는, 카페를 보며 '나 2층도 구경해도 돼?' 하면서 눈을 반짝인다.
그녀에게서 내 열여덟과 서른여섯을 본다.
어느 쪽을 생각하든 고마워서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