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강아지 솔이를 산책시키느라 거의 매일 산을 올라. 마을 뒷산에는 산책로가 있는데 적당히 음습한것이 딱 내취향이야. 그 길을 걷다보면 나무며, 풀이며, 산짐승이 지난 발자욱이며 볕과 공기까지 모든게 한없이 고마워지곤해.
내가 살아있음으로 훼손하고 있는 그들의 터전에서도 꿋꿋이 살아내잖아. 그게 참 고마워서 뭉클해져. 그러다보면 세상의 미물인 나의 분수를 알게되고는 웃음이 터질 때도 있어. 스스로 이러는거야 "야야 니가 죽어라 고민하는 그게 어디 이 세상에 티끌의 티끌만큼이나 영향을 미치겠니? 걍 살아, 웃기지말고"
나의 세상은 머리터지게 고민되는 일들의 연속이었던거 같아. 때로 그게 엄청 잘 한 고민이다라는 기분이 드는 결말이 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내가 너무 많이 생각한 일들뿐이더라. 내 생각은 내 멋대로 감정을 불러내서 내 멋대로 해석하게 한다는 사실. 나는 언제나 알고 있었어. 고민이 고민을 만들어낸다는거. 그런데 고민을 안하는게 안되니 하는 수밖에.
그래서 난 도시가 싫었나봐. 고마워할 수 있는게 사람밖에 없어서, 이곳에 오면 자연에 수많은 생명들에게 고마워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는지도 몰라. 그리고 깨달아 매번 처음인 것처럼. 고마움이 나를 살려준다는 걸. 세상이 너무 힘들고 삶이 벅찰 때 고마운 것들을 떠올리면 새삼 나의 존재가 살아야할 이유를 찾게 되는 기분을 느껴.
있잖아 재재, 매번 굴곡이 있는거 같아. 지금 만족스러운 일상을 살아도 또 언제 그랬냐는듯 내리막으로 툭툭 떨어질 수도 있을거야. 그럴때가 오면 말야, 병주고 약주는 걸 어떤 우주의 힘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잘 견뎌내길 바라. 도움이 된다면 나에게 편지 열통을 써도 좋아!
네가 괜찮아서 다행이야. 위로도 언제나 할 수 있지만 하지 않을 수 있어 기쁘다. 나는 잘 지낼게. 여기에는 믿는 구석(뒷산)이 있어서 괜찮아. 도시의 숲에 사는 너에게 자연의 품에서 얻은 에너지를 전하며, 해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