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 잠자고 있는 중고 물건으로 돈 벌기
어렸을 적부터 돈을 벌고, 모으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생 때는 우연히 읽은 책으로 그 누구 하나 시킨 적이 없었지만 공병을 모으고 폐지를 모아서 통장에 저축을 하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는 고모부의 도움을 받아 주식 투자를 해보기도 하고 도서 사이트에서 읽지 않는 중고책을 팔아서 돈을 모으기도 했다. 고등학생 때는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겠다고 말씀드렸고, 알바를 해서 호주를 갈 비용을 모으기도 했다.
그렇게 돈에 대한 나의 관심은 지금까지도 이어졌다. 오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몇 달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쉴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집에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나의 성격은 끊임없이 무언가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중고 물건 판매하기였다.
친구가 공짜로 받은 기타를 검트리(호주의 크레이그스리스트 같은 사이트)에 올려 $150에 팔아주기도 하고, 내가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한인 커뮤니티나 검트리에 올려 거래를 하곤 했다. 집에 더 이상 사용하지 않던 커피 머신이 있었는데 좋은 브랜드의 상품이었고 상태도 좋아서 좋은 가격에 판매하고 싶었다.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저렴하게 올려야 팔리는 경향이 있어서 검트리에 올렸다. 검트리에 올리고 나니 클릭 몇 번이면 이베이에도 리스팅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정말 아무런 기대 없이 이베이 eBay에도 올려보았다. 나중에 알아보니 이베이의 자회사가 검트리여서 그런 시스템이 가능했다.
그 후 이베이에 물건을 올려놓았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메일로 물건이 팔렸다는 알람이 왔다. 놀랍기도 하고 당황스러웠다. 어쨌든 물건은 팔렸고, 구매자도 결제를 한 상태이니 얼른 물건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커피머신이 너무 커서 사이즈가 맞는 박스를 찾기도 힘들었고, 배송비도 얼마가 나올지 잘 모르고 있었다. 그래도 들어온 주문을 취소하긴 싫어서 포장을 해서 우체국으로 가져갔다. 하지만,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배송비가 훨씬 많이 나왔고 어쩔 수 없이 손해를 보고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머신을 팔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첫 이베이 판매가 성사되었다.
그동안 한인 커뮤니티나 검트리로 중고 물건을 판매할 때는 직거래를 했기 때문에 부담스럽기도 하고 가끔 블로그로 나를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쑥스럽기도 했었고 연락 없이 잠수를 타서 약속이 펑크 나는 경우도 있어서 힘들 때가 있었는데 이베이로 판매를 하니 구매자의 얼굴을 볼 필요도 없고 온라인으로 들어온 주문을 포장해서 배송하기만 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시스템이었다.
그렇게 중고 물건들을 이베이에 올려보기 시작했다. 물건값은 내가 붙이기 나름이다. 물건 시세를 다 따져보고 리스팅 하기에는 힘들었기에 대충 내가 원하는 금액을 기입했다. 물론 원가보다 비싼 건 좋지 않다. 그러다 보니 주문이 하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말 이런 것이 팔린다고?라고 생각할 만한 것도 사람들이 구매했다.
고장 난 카메라 렌즈
테니스 경기를 보러 갔다가 떨어뜨려 고장 난 카메라 렌즈. 수리점에 문의했더니 사는 비용보다 수리비가 더 나온다길래 버리긴 아까워서 서랍에 넣어두었던 렌즈였다. 물론,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거나 완전히 고장 난 제품들은 물건을 올릴 때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 명시를 하는 게 좋다. 나도 구체적으로 명시를 했었는데 구매가 되었다. 혹시 구매자가 잘못 보고 구매한 게 아닐까라는 걱정도 했지만 물건을 받은 구매자는 오히려 고맙다며 별 5개를 주었다.
싱가포르에서 산 가운
집에서 편하게 입으려고 했는데 실크 재질이 불편해서 판매하게 되었다. 착용감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구매했다.
알약 깨는 기계
원가보다 $3 정도 저렴하게 팔았지만 배송비가 물건값의 2배임에도 불구하고 (호주 우체국 기준 국내 기본 배송비가 $8.95이다) 누군가 구매를 했다. 약국 가면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을 텐데 왜 구매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구매가 된 물건이다.
처음에는 호주 우체국의 시스템이 어떤지 잘 몰라서 배송비를 책정할 때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우체국 사이트에 들어가서 물건의 무게, 사이즈를 기입하면 배송비를 알려주기 때문에 참고할 수 있었다. 또한, 호주 이베이와 호주 우체국이 파트너십을 맺고 있어서 배송회사를 호주 우체국으로 설정 해 놓으면 이베이 사이트 안에서 라벨을 프린트할 수 있거나 혹은 반대로 우체국 사이트에서 이베이 주문을 불러오는 것이 가능했다. 배송을 많이 해본 지금에서야 어떻게 돌아가는 시스템인지 잘 알지만 처음에는 손해를 보고 보낸 적도 정말 많았다. 그럴 때마다 이것도 다 구매자와의 약속이고, 손해 보는 것도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배송을 보냈다.
중고 물건을 판매한다는 것을 지인들이 물어보지 않는 이상은 굳이 말하지 않는다. 예전에 중고 물건을 거래한다고 하면 주변의 반응은 이랬다.
"그거 힘들지 않아? 난 귀찮던데."
"그만큼 팔 물건이 있다고?"
4월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이베이를 이용하여 중고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 중고 물건을 파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1. 미래 계획
ㅡ 해외에서 살다 보니 언제 어디서든 다른 곳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짐이 많은 만큼 이사를 할 때 힘들다. 짐을 서서히 줄이고 싶었다.
2. 미니멀리즘
ㅡ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어보니 미니멀리즘에 관심이 생겼다. 이런 바이러스 하나가 우리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데 물질적인 것들이 무슨 소용일까. 결국은 건강한 게 최고다.
3. 환경문제
ㅡ 내가 가진 옷, 가방, 신발들을 생각해 보았다. 과연 이 중에서 정말 입을 수 없을 만큼 낡아서 입지 않은 것들은 얼마나 될까? 결국은 유행이 지나서, 그냥 입기 싫어서 입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상태가 좋은데도 내가 입지 않을 거라면 다른 주인을 만나서 활용되는 게 더 좋을 것이다. 내가 자주 입는 옷들 중에 구멍이 나거나 단추가 떨어진 옷들은 버리는 대신 직접 손바느질로 꿰매 입거나 리폼을 해서 입고 있다.
4. 용돈벌이
ㅡ 한 달 동안 이베이로 중고 물건을 팔아보니 어느 정도 집세를 메꿀 수 있었다. 조금 더 열심히 하면 완전히 메꿀 수 있겠구나 싶었고, 좋은 용돈 벌이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한국의 당근 마켓을 시작한 언니는 100만 원을 벌었다고 한다. 물론 직거래기 때문에 그만큼의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함.
5. 혼자 일하기
ㅡ 늘 누군가의 밑에 일하는 것이 아닌 나의 사업을 하고 싶었고, 집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 특히 9 to 5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중고 물건을 판매하는 것은 집에서 혼자 할 수 있고(심지어 산책하면서 폰으로 리스팅하고 고객 응대까지 가능) 내가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어서 시간적으로 자유로웠다.
돈에 관심이 많다 보니 부자들의 책도 많이 읽었다. 그럴 때마다 늘 하는 말이 지금 시작하세요! 였다. 이런 말을 듣게 되면 결국 또 이런 말이야? 하면서 그냥 넘어가고 포기하기 쉽다. 그래서 나는 지금 무엇이든 팔아보세요!라고 말하고 싶다. 내 주위 사람들은 팔 물건이 없다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지금 주위를 둘러보자. 각종 서랍들도 열어보자. 거 기안에는 펜, 사은품(나는 태국 힐튼 호텔에서 선물로 받은 카드 지갑을 올렸더니 팔렸다), 더 이상 읽지 않는 책,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장식품 등이 사용하지 않는 것들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화질 좋은 카메라는 필요 없다. 폰으로 사진을 찍자. 이왕이면 흰 배경으로 물건이 잘 보이게 사진을 찍어보자. 굳이 이베이가 아니더라도 중고나라, 당근 마켓 등 중고 물건을 거래할 수 있는 사이트라면 어디든 좋다. 괜찮은 가격을 정해서 물건을 리스팅 해 보자. 분명 반응이 올 것이고 내 힘으로 용돈을 번 기분은 짜릿할 것이다.
20살에 한국을 떠나 9년째 세계여행 중입니다. 20살에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시작으로 21살에 싱가포르 해외취업 26살에 호주에 정착하여 퍼스에 살고 있습니다. 세계여행, 해외취업, 재테크에 대해서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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