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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더 Heather Jun 09. 2020

21살 고졸, 싱가폴에서 일하며 학위 취득하기


헤더의 20살에 시작한 세계여행

20살에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 한국을 떠나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시작하였습니다. 21살에 싱가폴 직장 생활 3년, 그 후 호주 퍼스 현지 여행사 & 유학원 직장 생활을 하였습니다. 26살에 호주 퍼스에 정착하여 세계여행과 해외취업에 대해 글 쓰고 있습니다.



내가 20살이 되어서 대학을 가지 않은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대학에 가서 배워야 할 만큼 관심 있는 분야가 없었고, 두 번째는 미국을 가고 싶었고, 세 번째는 성적에 맞춰 원하지도 않는 과에 들어가서 돈,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첫 번째 이유에 대한 생각은 시간이 지난 지금은 조금 바뀌었다. 해외생활을 하고 싶은 20대에게 하고 싶은 조언에 보면 대학에 관한 나의 생각을 포스팅 해 놓았다.


그렇게 20살이 되어서 미국을 가기 위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호주로 가게 되었다. 하지만 살다 보니 인생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좋은 뜻에서. 미국을 가기 위해 해외로 나왔지만, 호주에서 살다 보니 해외 생활 그리고 여행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 사람들, 새로운 것들이 많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호주에서 생활을 하고 미국이 아닌 싱가포르이란 나라로 가게 되었다.



[싱가포르 취업 관련 영상]

21살에 싱가포르 취업한 방법
싱가포르 C호텔 웨이트리스 면접 후기
광탈한 싱가포르 M호텔 버틀러 면접 후기



내가 지금까지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거주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각 나라에서 일을 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지원을 받은 것도 아니었고, 호주에서도 그리고 싱가포르에서도 일을 하고 자금을 모아서 또 다른 나라를 가는 방식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나라에서 오래 거주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는 장점은 있지만 한 번에 세계일주라고 할 만큼 다양한 나라를 여행할 수는 없었다. 예전에는 더 많은 나라를 여행하지 못한 게 후회가 되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19년을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안다고 할 수가 없는데, 한 나라를 2-3일 머물면서 여행한다고 해서 그 나라에 대해 충분히 경험했다고 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싱가포르와 호주에 장기 거주를 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기에 나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도 값진 기회였다.


21살에 싱가포르에 취업하면서 첫 정식 사회생활을 했다. 나름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처음 해보는 일이었으니 실수도 많았고 말레이시안 슈퍼바이저에게 불려 가서 일을 못한다는 말도 들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니 일이 손에 익기 시작했다. 하지만 1년쯤 지나니 회사에서도 이메일이나 전화로 늘 사용하는 말만 쓰게 되고 매일 반복되는 하루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싱가포르의 리조트에서 일을 했는데, 서비스 분야라서 그런지 일하는 시간과 업무량이 많았다. 이대로 일만 하면서 보내면 매일매일이 똑같고 발전이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절 일기



그러던 중, 같이 일하는 친한 동료 톰이 요즘 공부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중국 출신으로, 중국에서는 병원에서 마케팅 일을 했었고 임금도 꽤 많이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싱가폴리언 여자 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싱가폴로 오게 되었고 나와 같은 시기에 이 회사에 취직하게 되었다. 그 당시 그는 내가 일하는 곳에서 웨이터로 일하고 있었다. 아마 친구도 같은 이유로 공부를 시작했던 것 같다. 마침 고민을 하고 있던 참이라 그런지 공부 얘기를 들으니 솔깃했고 생각만 하다 끝나기 전에 학교에 바로 이메일을 몇 번 보내서 문의를 한 후 직접 방문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학교 담당자와 주고받은 이메일





학교 규모는 상당히 컸고, 많은 학생들이 상담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이 학교는 현지 학생들 뿐만 아니라 유학생들 그리고 나처럼 일을 하며 공부하길 원하는 학생들도 많이 다니는 학교이다. 이 학교는 미국 영리 기업으로 세계 각국에 위치하고 있고 영어 코스, 고등 교육 프로그램, 전문 교육 및 인증, 시험 준비 및 학생 지원 서비스를 포함한 대학과 기업에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유명한 곳이라 다른 나라를 가더라도 학위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실제로 같은 회사에 일하던 싱가폴리언 동료들 중에서도 이 학교를 통해 디플로마 학위나 대학 학위를 취득한 경우가 많았다.


상담을 받은 후, 부모님과도 상의하여 학교에 등록하게 되었다. 나는 풀타임으로 일을 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풀타임으로 공부를 할 수 없어서 파트타임 코스로 등록했다. 파트타임 코스는 나처럼 일하며 지식을 늘리고 학위 취득까지 할 수 있어서 직장인들에게 정말 좋은 코스였다.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들의 국적도, 직업도 다양했다. 중국 출신의 공장 직원, 싱가폴리언 투어 가이드, 서비스 직종 종사, 필리핀 출신의 가정도우미, 말레이시안 출신의 세일즈 등. 반에 한국인은 나뿐이었다.


코스는 저녁 7시에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일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오전/오후 쉬프트로 로스터를 받아서 밤늦게 일이 끝날 때도 있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상사의 주인공인 매니저 Y에게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을 했더니 흔쾌히 내 쉬프트를 맞춰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일을 일찍 마치고 오후 7시에 학교로 갈 수 있었다. 지금도 너무 감사드리는 부분이다.


나는 Hospitality and Tourism Management의 디플로마 파트타임 코스를 등록했었다. 나는 세미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호스티스/리셉션 업무를 맡고 있었는데 단순히 손님의 예약을 받고 자리를 안내하는 업무가 아니었고 일을 하다 보니 해야 할 일들이 정말 많았다. 그중에서도 레스토랑에서 대기업들의 이벤트가 열리면 참가 인원 명단을 파악하여 테이블 레이아웃을 지정하고, 참가자 개개인의 식습관을 따져 셰프와 상의하여 메뉴를 구성하기도 해야 했고 발렌타인데이나 공휴일이 되면 밀려드는 예약의 시간을 조정하여 턴오버가 잘 될 수 있게 하여 레스토랑의 프로핏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등의 일을 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레스토랑의 수익이 좌우될 수 있는 것이 세일즈 업무 같기도 해서 흥미를 느꼈다. 그렇게 이 일에 대해 공부를 하면 이 분야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일하던 레스토랑에서 진행된 샤넬 런칭 이벤트
일하던 레스토랑에서 진행된 샤넬 런칭 이벤트
일하던 레스토랑에서 진행된 샤넬 런칭 이벤트



한국에는 디플로마 Diploma라는 코스가 없어서 이 명칭에 대해서 정확히 정의하기는 어렵다. 전문대 레벨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게 말하기는 애매한 것 같다. 호주에는 6개월~1년짜리 디플로마 코스들이 있고 6개월 과정의 디플로마 코스를 취득하였다고 전문대 졸업을 했다고 말하기에는 누가 봐도 애매하기 때문이다.



호주 유학원에서 일을 해보니, 디플로마 학위를 소지하고 있으면 대학에 진학할 때 관련 코스로 간다면 인정을 받아 최대 1.5년 정도까지 면제를 받는 경우를 보았다. 그래서 내가 생각할 때는 전문대까지는 아니지만 디플로마 코스는 대학 1학년 정도의 레벨은 되는 것 같다. 디플로마라는 학위가 존재하는 나라들끼리는 어느 정도 인정을 해주는 것 같다. 이것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다음 포스팅에 적어봐야겠다.



디플로마 코스라고 해서 만만하게 보면 절대 안 된다. 팀별 과제도 많고 시험도 있고 내가 제일 싫어하는 프레젠테이션도 자주 해야 했다. 공부는 힘들었지만, 정말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마리나 베이 샌즈에 일하는 싱가폴리언 크리스, 공장에서 슈퍼바이저로 일하고 있는 중국인 웬싱과는 지금도 종종 연락을 한다.



학교에서 노트북으로 장난치기
시험기간
밖에서도 엄청 자주 만났다



디플로마 코스를 공부하며 아래 과정들을 배웠다.


Introduction to Management

Accounting for Managers

Quantitative Analysis

Economics I

Tourism Systems

Commercial Law

Food & Beverages Operations Management

Marketing Principles


어카운팅이나 법에 관한 과정은 너무 어려웠다. 하지만 Food & Beverages Operations Management 과정은 내가 직접 일을 하는 분야이다 보니 내용도 이해가 잘 되었고, Floor Plan에 관한 것처럼 실무에 대한 내용들을 배우니 좋았다. 역시 공부는 좋아하는 분야, 익숙한 분야에 대해서 공부를 해야 흥미도 느끼고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


풀타임으로 일을 하며 공부를 병행하는 건 절대 쉽지 않았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고, 학교를 가고 싶지 않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1년만 참으면 모든 것이 끝나고 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참고 열심히 했었다. 무엇보다 직장인이라는 비슷한 환경의, 좋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서 학교생활이 재미있었고 버틸 수 있었다.





그 결과 디플로마 코스를 무사히 수료할 수 있었다. 생각한 것을 실행으로 옮기고 성취를 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꼈다. 계속 일만 했다면 나는 하루하루 지루함을 느끼면서 살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공부를 마친뒤로 이 학교에 진학한 동료들이 많았고 친한 중국인 동료는 이 곳에서 대학 학위를 무려 두 개나 취득했다. 시간과 비용이 정말 많이 소요되었을 텐데 리스펙!


나는 살면서 하는 모든 경험이 쓸모 있다고 믿는다. 실제로 내가 해외에서 경험한 것들이 취업을 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비록 대학 학위가 아닌, 디플로마 학위일지라도 언젠가는 나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만약 다른 영어권 나라나 호주에서 컬리지나 대학교에 진학한다면 영어 점수 없이 입학을 하거나 혹은 관련 학과로 간다면 학점을 인정받을 수도 있다.


사실 지금도 대학 진학의 필요성은 크게 느끼지 못하였다. 작년에만 해도 남들은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은 대학 졸업장이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호주에서 대학을 갈까라고도 생각해보았지만, 생각을 할수록 나는 그냥 대학 졸업장에 욕심이 있었던 것이고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만큼 공부하고 싶은 분야는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대학 진학에 관한 생각은 접은 상태이다. 내가 싱가포르에서 학위를 딴 것처럼, 언젠가 어떤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은 날이 온다면 그때 다시 도전해볼 것이다. 20살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공부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그때 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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