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호주 퍼스에서 건강보조제 판매직을 한 적이 있었다. 내가 일하던 가게는 원래 사장님이 댁에서 판매를 하다 문구사 안에 1평 남짓한 공간을 샵인 샵으로 오픈하셨다. 오픈하였지만 손님들에게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지 방문하는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문구사 일을 자연스레 구경할 수 있었다. 그곳에는 문구사 주인아주머니와 친분이 있어 가게를 자주 봐주시는 한 아주머니가 계셨다. 그 아주머니가 계실 때는 손님도 더욱 많이 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고, 물건을 구매하는 손님도 많아 보였다.
남녀노소 국적을 불문하고 어떤 손님이 오더라도 그리고 물건을 살 것 같지 않은 손님들이 와도 아주머니는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그러고는 손님들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 여쭤보셨고 서툰 영어로 일상 얘기도 나누고 농담도 하시며 손님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셨다.
아주머니는 종종 문구사를 봐주시는 것 이외에도 음식점에서 일하신다고 하셨다. 호주에서 공부하는 아들 둘의 뒷바라지도 하신다고 하셨다. 순간 일을 많이 한다고 힘들어하고 불평하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아주머니의 아들 나이 또래 아이들이 와서 물건을 살 때면 아주머니는 매번 작은 사은품이라도 챙겨주셨다. 아이들은 She's so nice! 를 외치며 행복하게 가게를 떠났다. 그 아이들은 매주 가게에 오는 단골손님이 되었다.
한 번은 어린 학생이 모자를 사고 싶은지 가게 밖에서 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주머니께서는 부담 갖지 말고 들어와서 봐도 된다며 계속 말을 하셨고 학생은 들어와서 모자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아주머니는 모자를 써봐도 된다며, 잘 어울리는지 봐주겠다고 했고 학생은 부끄러운지 계속 괜찮다고 한참을 거절하다 거울에 다가가서 모자를 써보았다. 그러다 마음에 들었는지 30불이 넘는 꽤 비싼 모자를 구매했다.
한 번은 손님이 가게에 들어와서 인형을 구경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작은 인형을 살 생각이었는지 작은 인형을 들고 카운터로 왔다. 아주머니는 여자 친구에게 선물을 할 것인지, 특별한 날이냐고 물으셨고 또 다른 인형을 보여주며 그 인형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다. 다른 손님이 이 인형을 예전에 구매했었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했었다며, 이게 하나 남은 마지막 제품이라고 했다. 그러자 손님은 마음을 바꿨는지, 처음 집은 작은 인형 대신 아주머니가 추천해준 인형을 구매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아주머니는 200불이 훌쩍 넘는 인형을 금세 판매하셨다.
옆에서 지켜본 입장으로 아주머니의 판매 방식은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아주머니가 손님들에게 판매자라는 느낌보다는 친구로서 다가갔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 순간 내가 학교에서 배웠던 4Ps나 SWOT과 같은 마케팅의 이론이 정말 필요한 것일까 의문이 들면서 최고 마케팅 방법은 결국 사람 간의 마음과 마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