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더 Heather Mar 22. 2021

2. 호주에서 infp로 살아가기 - 축구하기 2

여자 축구 클럽 트레이닝에 참여하다




첫 번째 도전이 그리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그 날 이후로 축구를 취미로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무작정 투입이 되어서 뛰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기본기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갔던 곳은 축구를 가르쳐준다기보다는 이미 축구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 모여 소셜 하게 축구를 즐기는 모임이었다.


그래서 축구를 하지 못하지만 배우길 원하는 나에게 더 잘 맞는 것을 알아보기 위해 검색을 해 보았다.

그러다 한 대학교의 축구 클럽을 발견하게 되었다. 홈페이지를 둘러보니 여자 축구팀, 남자 축구팀, 소셜 축구, 아마추어 팀, 노인들을 위한 워킹 축구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어서 괜찮아 보였다. '새 선수를 모집합니다.'라는 글이 보였고, 모든 레벨을 다 수용할 수 있다고 하여 이메일을 해 보았다.


일주일 전, 축구를 한번 해보긴 했지만 소셜 축구에 무작정 투입이 되어서 뛴 거라 거의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이나 다름없는 실력이었기에 축구가 처음인데 참가가 가능할지 문의하였다.

생각보다 답장을 빨리 받을 수 있었고, 모든 레벨이 다 참가가 가능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참가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참가에 필요한 준비물이 무엇인지 물어보니, 축구화 그리고 마실 물만 챙겨 오면 된다고 했다.


호주에서 가끔 디테일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트레이닝은 몇 시간인지, 몇 명이 참가하는 건지, 비용은 얼마인지..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나도 많았지만 가보면 알겠지 라는 생각으로 더 이상 문의하지 않았다.


트레이닝 당일, 시작 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하여 상황을 살펴보았다.

위치는 대학교의 한 운동장이었는데 운동장이 워낙 넓어서 축구를 하는 사람도 많았고 어디서 만나자는 정확한 장소도 명시하지 않아서 주위를 뺑뺑 돌기 시작했다.

운동장 한 곳에 여자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이 있었다. 저기가 맞을 거는 확신이 들었지만, 막상 가려니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함께 간 분에게 '집에 갈까요?' 하며 농담 반 진담 반 말을 던지기도 했다.


그렇게 운동장만 계속 돌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나와 성격이 비슷한 지인분이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지인분은 우리와 근처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혹시 T라는 사람 아시나요?
아니요...
여자 축구하는 곳은 요?
미안해요. 잘 모르겠어요.


그러고는 운동장에 몸을 풀고 있는 한 사람에게 또 물어보았다.


혹시 T라는 사람 아시나요?
음.. 아니요. 혹시 여자 축구팀 말인가요?
네, 맞아요.
작년에는 저기서 하곤 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네요. 저기 무리에 가서 한번 물어봐도 좋을 것 같아요.
감사해요!



역시 직감은 정확했다.

여자들이 모여있던 그 무리가 바로 우리가 참여하기로 한 여자 축구팀이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내향적인 성격의 우리는 그 무리로 걸어가면서도 '어떡하죠. 집에 갈까요?'를 반복하다 어느새 무리에 도착해있었다.



코치로 보이는 사람에게 T냐고 물어보았다. 아니라고 했다.

혹시 여기가 여자 축구팀이 맞냐고 했더니 맞다고 했다.

T라는 사람에게 전에 이메일을 했었다고 하니 그분은 미팅에 가서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했다.

코치도 내향적인 성격인지 나의 말에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 당황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우선 앉아있으면 되냐고 하니 앉아서 기다리다가 트레이닝에 참여하면 된다고 했다.


무리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 부담스러웠는데,

막상 도착하고 무리에 섞여 앉으니 사실 다들 각자 일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호주에 산지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남들 시선을 신경 쓰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트레이닝을 시작하기 전, 축구화도 신고 물도 마시며 준비했다.

트레이닝이 어떻게 시작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큰 기대도 없었다.

그렇게 트레이닝이 시작되었고 다 같이 운동장 한 바퀴를 뛴다고 했다.


운동장을 뛰며 서로의 이름을 물어보는 시간도 가지고

몸을 스트레칭하며 긴장을 풀어주었다.

첫 번째 축구를 했을 때도 무작정 경기에 투입이 되었는데 두 번째 축구를 할 때도 갑자기 운동장 한 바퀴를 뛰게 되었다.

그래도 처음 했을 때와는 달리 이곳은 축구팀이라 그런지 체계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운동장 한 바퀴를 뛰고 물을 마시고 본격적인 트레이닝이 시작되었다.

아이스 브레이킹을 할 겸 몸도 풀 겸 게임을 했다.

1:1게임이었는데 코치가 말하는 몸의 부위에 손을 대고, 콘!이라고 외치면 바닥에 있는 고깔을 상대방보다 빨리 잡으면 되는 게임이었다.

두 게임마다 상대가 바뀌어서 어색함을 깨는데 아주 좋은 게임이었다. 상대방이 조금 느리다 싶으면 상대 기분이 좋아지게끔 봐주기도 했다.


그리고는 상대방에게 공 패스하기, 헤딩하기, 골 넣기 등 다양한 액티비티가 진행되었다.

실력자에게는 쉬운 것들이었지만 초보자인 우리에게는 꽤 유용하면서도 재밌었다.

이 날은 우리를 제외하고도 새로운 사람들이 많이 왔다. 처음 온 것 같은 사람에게는 '오늘 처음 왔어?'라고 말을 걸며 어색함을 깨기도 했다.


트레이닝을 받으면서도 사실 언제 끝나는 건지, 비용은 얼마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관리자에게 물어보니 트레이닝은 1시간 30분 - 2시간 정도라고 했다.

비용에 대해서 물어보니, 트레이닝 마지막에 전체에게 알려줄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강도 높은 트레이닝이 드디어 끝나고 다 같이 몸을 풀었다.

새로 온 사람들은 이름, 연락처, 이메일 주소를 남겨달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가 기대했던 비용이나 구체적인 정보를 알 수는 없었다.


확실히 첫 번째 도전했던 것보다 재미있었고 프로그램도 유용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정보를 받지 못해서 어떻게 진행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 트레이닝이 끝나고 따로 비용은 내지 않았다.


조건이 괜찮은 편이면 앞으로도 꾸준히 해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1. 호주에서 infp로 살아가기 - 축구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