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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투 Mar 11. 2019

크리드 2

미키가 생각나

요즈음 극장에 자주 간다.

극장가는 걸 좋아하기는 했지만 비용도 부담스럽고, 굳이 극장에 가지 않아도 케이블TV로 볼 수 있으니,

커다란 스크린으로 보고 싶은 영화가 아니면 잘 가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직장동기덕에 요즘 극장행이 잦아졌다.

그 친구는 왕성한 까페활동과 극장 포인트로 거의 모든 개봉영화의 시사권과 초대권을 구할 수 있었고,

그래서 때론 함께 극장을 가거나 아니면 티켓을 톡으로 날려주었다.


'크리드2 보고 싶으면 톡'이라는 메시지를 개봉전에 받았지만 그리 땡기지 않아 머뭇거리다가

어느 휴무날 오후, 마땅히 할 일도 없어서 '아직 양도 안했으면 볼래'했더니 곧 예매번호가 날아왔다.

그런데 표가 두장.

모처럼 엄마와 집을 나섰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뒷 내용이 훤히 내다보이는 '그런' 영화같았다.

아버지대의 비극을 아들이 극복한다는...

특별히 완성도가 높다거나 낮지 않은 '크리드2'는 과연 '록키'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화로 다가왔을지가 궁금했다.



언제부터인가 영화는 마치 돈 내고 극장에서 보는 '미니시리즈'가 되었다.

대놓고 '시리즈의 도입부거든'이라면서 전개만 시켜놓고 끝내기도 하고,

'쿠키영상'이라는 예고편이 빠지면 뭔가 허전해졌다.

그것도 부족해 '스핀오프'라는 가지치기를 하고 프리퀄이니, 시퀄이니 하는 단어에도 익숙해졌다.   

3부작이나, 트롤로지라는 것도 이제는 식상하다.


'크리드2'는 록키시리즈의 6번째인가, 7번째 영화이다(확인해보니 '록키6'이후 나온 '크리드'다음편이니 8번째).

제목은 크리드이지만 영화속엔 여전히 록키의존재감이 컸다.

늘어난 편수만큼 세월이 흘러 어느새 록키는 시리즈 처음에 나왔던 자신의 코치 '미키'가 되어 크리드를 훈련시킨다.

등장하지도 않은 '미키'를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는 건 그가 가졌던 '어른의 품성'때문이었다.

그렇게 록키는 미키가 되었고 크리드는 록키가 되어간다.



되짚어보니 크리드2는 그리 허접한 영화가 아니었다.

복싱기계, 아니 복싱괴물로만 보였던 드라고와 그의 아들에게도 나름의 사연과 인간미를 부여해준다.

극중 등장인물 모두를 허투루 다루지도 않았고, 단순하지만 단단한 이야기, 익숙한 음악과 새로운 음악이 튀지 않게 섞였다.

다만 복싱영화의 문제는 '복싱'이다.

헤비급에서 그렇게 많은 펀치를 주고 받는다는 것도 그렇고.. 복싱경기의 사실감을 살리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록키1의 복싱과 크리드2의 복싱은 크게 다르지 않다.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하거나 진짜 권투선수가 실제로 권투를 하지 않는 이상)뭔가 어설플 수밖에 없다.

영화로 간주하고 보는 수밖에.


극장을 나오며 엄마에게 물어봤더니 '괜찮았다'고.

엄마에게 '괜찮다'는 '좋다'의 의미다.

"엄마두 옛날엔 액션영화 많이 좋아했었어.."

'록키'를 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괜찮으시다니 다행이다. 

동기녀석 덕분에 오랜만에 한 엄마와의 극장구경이었다.




크리드에게 자식이 생겼으니 시리즈는 계속 이어질 수도 있겠다.

설마, 드라고 부자의 이야기가 스핀오프로 나오지는 않겠지..  








 


배우만 바꿔놓은 '록키'

어쩌면 그렇게 예전 복싱 스타일을 한결같이 유지하는지...

도입부 보면 스토리의 결말이 나옴.


이상하게 등장하지도 않은 '따뜻한 어른' 미키가 떠올랐음.

코치 '미키'가 되어 돌아온 록키 발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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