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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요원 Jul 14. 2023

성장통

[책] 오즈의 의류수거함

네가 처음으로 모험을 해보는가 싶어서. ... 지금의 그 경험이 대학이나 직장에 다니는 것보다 네 영혼의 성장에 훨씬 큰 도움을 줄 거라고 봐/ 영혼의 성장. 언니는 가끔 다른 사람들이 잘 쓰지 않는 어휘를 사용하곤 했다. 나는 언니의 그점이 무척 좋았다. 80p
할머니와 헤어진 뒤였다. 다시 일을 시작한 나는 의류수거함에서 수상한 물건을 발견했다. 그것은 작은 종이 상자였다. 상자 안에 담긴 것은 뮤지컬과 관련된 물건들이었다. 공연 티켓, 브로마이드, 잡지, 배우들의 인터뷰 스크랩, 전문서적 등 온갖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나는 물건들이 한 사람의 꿈과 관련된 것들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짐작해낼 수 있었다. 그랬다. 물건들은 누군가 소중히 간진해온 꿈의 편린들이었다. 89p
연극에서 어떤 점이 가장 매력 있어요?/ ... 어떤 일을 하든 목적은 같아. 나 자신이 누군지 찾아가는 것. 아니, 발견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연기를 하는 것이 즐거워. 그 즐거움 속에서 내 자신을 발견하고 있지. 흔히 고통과 불행 속에서 자아를 발견한다고 하지만, 즐거움과 행복 속에서도 얼마든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어. 어쩌면 더욱 많이. ... 자기 자신을 찾는다는 것. 그건 곧 자신에 대한 이해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걸 해내는 게 쉽지는 않아. 이해는 밀착된 상태에서 얻어지는 게 아니라 적당히 떨어져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지. 103p
너를 만난 뒤 자살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보았어. 이 땅에서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이 자살을 하잖아? 방금 네가 말한 대로 누군가 자살을 하면, 자살을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삶을 실패한 것으로 쉽게 규정하곤 해. 하지만 내 생각은 달라. 이 세상, 수많은 자살자의 삶을 감히 누가 실패라고, 패배라고 단정 지을 수 있겠어? 그들의 죽음은 태엽이 다 돌아간 것처럼, 혹은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런 일일 수도 있어. 그 자체로 이 세상에서의 의무를 다한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그 삶의 완성이 자살로 인한 죽임일지도 몰라. 237p

<오즈의 의류수거함> 유영민/ 자음과 모음 *제3회 자음과 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중에서




예전에 둘째 아이가 한창 사회 문제에 부쩍 관심을 둔 적이 있었다. 처음엔 청소년들의 7가지 문제에 대한 책을 대여해오더니 급기야 자살에 대한 책을 대여해 왔었기 때문이다. 매번 같은 종류의 책을 구매하거나 빌려오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책을 볼 때면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훨씬 재미있는 책도 있을텐데, 굳이 이런 책을 읽을까 라는 호기심과 함께, 혹시나 왕따나 학폭, 또는 성적에 따른 부담에서인지 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책 제목이 좀 엉뚱하기도 한 이번 책은, 말했듯 죽음이란 주제로 인해 좀 어두울 수도 있겠다는 첫인상으로 읽기 시작했었다. 둘째 아이로부터 주제와 대강의 내용을 미리 들어서였을수도 있겠다. 그래도 내용은 신선했고 재미있었다. 청소년으로서 청소년답게 잘 살아가는, 성장해가는 그런 이야기였다. 우리 아이도 많은 것들을 경험해보고, 생각하고... 그럼으로서 한 사회의 구성원답게 잘 커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쟁에 시달리지 않고, 좋은 일에도 특히 나쁜 것일수록 중독되지는 않았으면 하며, 사람과의 관계에선 소통을 잘 하였으면 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서 성장의 토대를 이루었으면 한다. 또한 지금 여기에서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길렀으면 하며 자신의 꿈을 향해 정진했으면 한다. 자기 자신을 찾아 가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았으면 하고, 평범하고 사소한 것의 중요함도 알아갔으면 좋겠다. 그러한 것들이 모여 큰 일을 도모할 수 있으니 말이다. 때로는 나누는 즐거움을, 고독을 즐길줄 아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고, 넉넉하지는 않아도 결핍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마음이 따뜻했으면 좋겠고, 돈의 노예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자존감을 쉽게 잃지 않았으면 좋겠고, 너 답게 그렇게 커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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