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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요원 Nov 27. 2023

독서와 글쓰기

[월간] 채널예스 vol.55

인문이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 삶에 대해 질문하는 방법을 알려 주는 책이라면, 이 두 명의 성실하고 눈 밝은 독자가 밑줄 그은 최근의 문장은 어떤 걸까. 홍겸 씨는 철학자 김영민의 책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에 밑줄을 그었다. "사람은 결국 죽는다는 게 인생에 대한 스포일러라면, 진리를 결국 다 알 수 없다는 게 학문에 대한 스포일러입니다. 요컨대, 진리를 알기 위해서라기보다 자신의 무지를 깨닫기 위해서 학문을 하는 셈이죠. 자신의 무지를 깨닫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에요." 홍인선 씨는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 밑줄을 그었다. "독서는 관점 취하기의 기술이다. 당신의 머릿속에 다른 사람의 생각이 들어 있다면, 당신은 그 사람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셈이다."
- 이달의 테마_북 큐레이터와의 숏-터뷰 / 독자 홍겸. 홍인선, 2020년의 시작은 인문서라는 선물로 36p
강연 끝난 뒤 나에게 다가와 "저는 글 쓰는 일을 하며 살고 싶은데요..." 라며 질문하는 대학생이 가끔 있다. 내 대답은 늘 같다. "글 쓰는 일을 하며 사는 사람들 가운데, 글 쓰는 일을 하며 살겠다고 결심하고 계획 세워서 그렇게 살게 된 사람은 적어도 제가 아는 한은 없습니다. 앞으로 어떤 분야로 진출하시든 쓰고 싶은 글을 꾸준히 쓰세요. 또 써야 하는 글을 최선을 다해 쓰세요. 보고서든 기획서든 업무 이메일이든 PPT든 뭐든. 그러다 보면 돈 받고 글 쓸 기회가 열릴지도 모르고, 어쩌면 글 쓰는 일을 하며 살게 될지도 모르죠. 뭐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꾸준히 글 쓰시면 인생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됩니다. 먹고사는게 우선입니다. 먹고사는 걸 방기하고 몰두해야 할 만큼 중요하고 가치 있는 건 극히 드뭅니다. 뭐 각자 알아서 택할 문제지만."
- 표정훈의 세상에서 두 번째로 글 잘 쓰기, '글만' 쓰는 것과 '글도' 쓰는 것 53p

[월간] 채널예스 vol.55 중에서



독서는 결국 나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을 알아가는 방식이고, 이 세상과 주변의 사람들을 바라다보는 시선의 어떤 기준점(관점이나 취향)을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나의 독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글쓰기는 좀 달리 생각해야 겠다. 글쓰기도 독서와 같은 맥락에서 생각했는데, 우선 글쓰기는 작가이자 평론가 표정훈의 말처럼, 글만 쓰는 것보다는 글도 쓰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작가의 말처럼 쓰고사니즘보다는 먹고사니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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