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NGO신문]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봉사여행> 저자와의 인터뷰
학생은 놀 수 없다. 아니 노는 것마저도 스펙에 도움이 되도록 계획적으로 놀아야 한다. 그래서일까? 대학생활 중 가장 하고 싶은 대외활동이 뭐냐는 설문에서는 늘 ‘해외봉사활동’이라는 답변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 설문결과를 볼 때마다 불편했다. 학점, 토익, 자격증, 인턴도 모자라 이젠 해외로 봉사활동까지 떠나야 한다니.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늘어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아니, 이건 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대답을 듣고자 다분히 ‘이기적인’ 인터뷰를 계획했다. 지난 7월 29일, 대학생 기자단이 만난 인터뷰이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인 ‘한국존슨앤드존슨’에서 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는 손보미씨다.
글로벌 사회적 기업의 CEO가 꿈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5년간 25개국 여행, 6개국 봉사여행의 경험을 토대로 쓴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봉사여행> 의 저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다음은 손보미 저자와의 1문 1답 인터뷰 내용이다.
그동안 해외봉사를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으며, 그때마다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워크캠프 중 회계업무를 맡았을 때, 멤버 중 한 명이 영수증을 제시해야만 환불해주는 기본 원칙을 무시하고 미리 돈을 요구한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단체생활의 룰이 우선시 돼야 하기 때문에 거절하긴 했지만, 저는 평소에도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 그 당시 곤란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은 누구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그 나라의 문화, 음식, 환경 등에 금방 익숙해집니다. 오히려 힘든 점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문제들일 지도 모릅니다."
-국내에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은데, 국내봉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해외봉사를 하면서 국내봉사도 병행해 왔기 때문에, 굳이 봉사라는 개념을 국내와 해외로 분리해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해외봉사의 경우 시각을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겠다는 마인드를 갖는 게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한 시민이지만, 좀 더 큰 관점으로 보면 세계시민 또는 지구시민이기도 합니다. 대학교 때 처음 해외봉사를 결심하게 된 것과 해외봉사 관련 책을 쓰자고 마음먹은 것 역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잘 살아야 한다고 생각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 자신을 다시 일으키게 하는 멋진 명언이나 글귀가 있다면?
"슬럼프와 상관없이 평소에 “나는 죽기 전에 어떤 것들을 후회하게 될까?”라는 생각을 자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묘비명에도 '자신의 성장뿐 아니라 지구촌의 성장을 돕는 세계시민, 글로벌리언 손보미' 라는 글귀를 새겨 넣고 싶습니다. 아울러 퓔렌바흐의 ‘꿈은 막연한 바람이 아니라 무한한 노력을 담는 그릇이다.’라는 말도 참 좋아합니다."
-대학생은 자격증, 학점, 대외활동 등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어디에 비중을 둬야 할까?
"정답은 없겠지만,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목표가 학과공부를 통해 이뤄질 수 있는 거라면 학과 공부가 우선일 것이고,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다면 대외활동에 초점을 맞춰야겠지요.
저 같은 경우는 대학생이 아니면 해볼 수 없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고, 그 고민에 대한 해답 중 하나가 바로 여행이었습니다. 국내든 해외든 대학생이라면 반드시 여행을 떠나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주위의 반대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
"부모님의 반대나 주위 시선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는 건 자신과 상대방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이 내 삶을 대신 살아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자신의 인생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물론 부모님이나 주위 사람들의 의견을 참고할 필요는 있습니다. 인생의 선배로서 해주는 말은 감사하게 경청하되 끝까지 참고만 하세요. 최종 결정은 자기 자신이 하는 겁니다."
-작가님의 대학생활은 어땠나요? 그리고 점수를 매겨본다면?
"100점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확실히 후회 없는 대학생활이었던 것 같아요. 특히 대학을 두 군데나 다녀서 취업도 다소 늦은 스물여덟에 하게 됐지만, 그만큼 다른 사람이 경험하지 못한 소중한 것들을 많이 보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모든 결정을 스스로 했기 때문에 저는 늘 제 인생의 주인이었습니다. 반드시 점수를 매겨야 한다면 80점을 주고 싶습니다. 20점이 부족한 이유는 남들처럼 많은 연애를 해보지 못했고, 여러분처럼 대학생 기자활동을 못해봤기 때문입니다."
-대학생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나 책이 있다면?
"<행복을 찾아서>라는 영화를 추천해주고 싶어요. 주인공인 윌 스미스(아버지 役)가 제이든 스미스(아들 役)와 농구를 하면서 농구선수의 꿈을 버리라고 농담을 하자 기가 죽은 아들에게 이런 대사를 합니다. “넌 못할 거란 말, 절대 귀담아 듣지 마. 그게 아빠 말이라도! 꿈이 있으면 지켜야 돼. 남이 잘 되면 배 아픈 게 사람 심리거든. 원하는 게 있으면 어떻게든 쟁취하렴.” 저는 가끔 힘들 때마다 이 대사 부분을 계속 돌려보는데요. 여러분도 이 영화를 보고 조금이나마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케터가 되겠다고 결심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여행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어학원에서 어학 프로그램 판매 관련 마케팅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 당시에는 '그냥 이런 일도 있구나'라고만 생각하고 지나쳤는데, 모 자동차 회사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에 나가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마케팅에 흥미를 붙이게 된 것 같습니다. 그 후로 자연스레 경영에 관심을 갖게 됐고, 마케팅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머릿속에만 있던 내 아이디어를 직접 제품에 접목시키고, 다양한 프로모션 전략을 세우는 일이 적성에 맞았던 것 같습니다."
-진지한 고민 없이 막연하게 “마케팅 하고 싶다, 마케터하고 싶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런 친구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마케팅은 단순히 프로모션 기획만 하는 분야가 아닙니다. 단순히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 마케팅을 잘하는 게 아니고, 시장분석을 위해서는 수치분석에 능한 사람도 필요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요구되는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론적 지식보다 실제 경험이 더 유용하게 쓰이는 분야이기 때문에, 마케터를 꿈꾸는 친구가 있다면 평소에도 항상 분석하고 전략을 세우는 습관을 기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해외봉사 경험이 마케터로서의 업무에 도움을 줬다고 생각하나?
"마케팅의 핵심은 차별화입니다. 그래서 마케터에게는 그 차별화를 일상에 녹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돌이켜보면, 다들 해외를 가기 위해 유학원을 떠올릴 때, 저는 워크캠프를 생각해냈던 것 같습니다. 워크캠프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그들의 다양한 습관들을 수집할 수 있었고, 바로 그 점이 지금 마케터로서의 삶을 살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늘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려는 습관을 기르시기 바랍니다."
-작가님이 닮고 싶은 롤 모델이 있나요?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의 김수영 작가님과 前 KBS 아나운서인 손미나 작가님, ‘쌤앤파커스’의 박시형 대표님, 과장님을 비롯한 ‘존슨앤드존슨’의 모든 임직원분들이 제 롤 모델이자 멘토라 할 수 있고, 멀리서 찾자면, ‘바디샵’의 창업자인 아니타 로딕, 前 미 국무장관인 콘돌리자 라이스 등도 제 롤 모델입니다."
-20대가 대학생활 중 반드시 해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있다면?
"단연 여행과 연애입니다. 특히 직장인이 되면 시간을 따로 내는 게 어렵기 때문에 여행은 대학생이라면 빚을 내서라도 꼭 다녀오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대학생 시절 교수님께 500만원을 빌려서 여행을 다녀온 친구도 있었거든요. 분명 여행을 하면 얻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하물며 관광만 하더라도 넓은 세상을 마주하면서 내가 얼마나 작은 울타리 안에서 살아왔는지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런 시각과 자극들이 모이면 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답니다. 그리고 연애는 모든 사회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인생의 축약판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에서는 주로 단체생활을 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의견을 수렴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연애는 상대방의 마음을 먼저 돌보고 배려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는 최고의 스펙인 셈입니다."
-칭찬은 많은 걸 가능케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이 받았던 가장 기억에 남는 칭찬은 무엇인가요?
"특별한 상황에서 듣는 구체적인 칭찬보다 어떤 일을 마무리했을 때, '역시 보미다!', '넌 해낼 줄 알았어!', '보미는 더 신나는 일을 할 것 같아!'라는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런 칭찬은 저에 대한 신뢰가 깔려있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단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있다면?
"다수의 의견을 넘어 소수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인다는 점에서 충분히 존중받을 만한 단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바른 생각을 가진 시민단체 구성원들의 능력에 비해 그들이 생활하는 환경은 열악합니다.
앞으로는 시민단체의 고유한 특성을 유지하되 마케팅적인 측면을 잘 융합시키면 시민단체가 겪는 애로사항도 상당부분 해소되지 않을까요? 저 역시 NGO를 통해 해외봉사를 접하게 됐고, 관련 단체의 열악한 환경을 잘 알아서인지 나중에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겠다는 꿈도 갖고 있습니다. 아울러 NGO와 영리를 잇는 가교역할도 해보고 싶습니다."
-앞으로 작가님의 계획이나 꿈이 궁금합니다.
"전 세계에 있는 멘토를 만나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책에 옮기고 싶습니다. 그리고 인생의 최종 꿈인 글로벌 사회적 기업 설립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틈틈이 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제가 이 세상에 없더라도 제가 만든 사회적 기업이 지속적으로 이 세상에 많은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 지금부터 카리스마만 앞세우는 우두머리가 아닌 경청하고 소통할 줄 아는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인생의 선배로서 작가님과 같은 꿈을 꾸고 있을 후배들을 위해 조언을 해준다면?
"짧게 생각하고, 오래 행동하세요. 우연한 기회에 시작한 봉사여행이 철없던 저를 세계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게 만들었듯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꿈만 꾸지 말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뭔가 근사한 사건이나 계기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려 하지 마세요. 변화의 기회는 스스로 만드는 것입니다. 여러분 시기 때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큰 죄랍니다. 여러분, 행동하세요!"
이기적인 목적을 갖고 시작한 인터뷰...
원하는 대답을 듣고 싶어 다분히 ‘이기적인’ 목적을 갖고 시작한 인터뷰, 그녀 역시 처음엔 다소 ‘이기적인’ 의도로 떠난 봉사여행이었지만, 그 경험이 단순한 이력서 한 줄이 아닌 세상과 사람, 그리고 꿈에 조금씩 다가가는 법을 배우게 한 인생의 전환점이었다고 ‘겸손하게’ 고백한다.
무엇이 외계인과 외국인의 구분도 없던 그토록 평범하던 여대생을 지구촌의 성장을 돕는 세계 시민, ‘글로벌리언’이 되겠다는 꿈을 품게 했을까? 정답은 억지로 해야만 하는 일을 자신이 하고 싶은 일로 바꿔 생각할 줄 아는 그녀만의 능력, 즉, ‘사고의 전환’이 아니었을까?
우리도 성장할 기회는 많았지만, 그 기회를 갖기까지 필요한 선의의 경쟁이 두려워, 스스로 스펙이라는 감투를 씌워 회피하려고만 했던 건 아닌지 자문해본다. 이젠 꿈을 위한 스펙이라면 스펙도 찬성이다.
<Source> http://www.wngo.kr/sub_read.html?uid=36929 (2012년 8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