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어차피 할건데 왜 고민해요?
고민고민하지마
남의 입을 통해 들은 말들 중 당시엔 기분이 상할지라도 시간이 지나 돌이켜 보면 참 명언이다 싶은 말들이 있다. 이전 회사 직장동료가 나에게 한 말인인데
'어차피 할 건데 왜 고민해요?' 가 되겠다.
그녀는 내가 어떤일로 고민을 하니 단번에 저렇게 말했더랬다.
당시에는 속으로 참 쉽게 말한다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차피 할 지 안할지는 정해져있으며 고민은 시간만 늦출뿐이라는 걸 깨달아서 그런지 그녀의 답변이 참 우문현답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나는 일단 실천하고 보자가 모토가 되어버렸다. 할까말까 고민되면 하라는 말이 있다. 일단 저지르면 수습은 어떻게든 된다. 게다가 안맞다 싶으면 경험은 해봤으니까 포기해도 미련이 남지 않는다. 그런데 해보지도 않고 포기해버리면 마음에 두고두고 남아 가시처럼 콕 박혀버린다.
일단 가시를 빼내어 구워먹든지 삻아먹든지 잘라버리든지 부셔버리든지 하는 것이다.
깊게 생각하면 깊은 고민만 하다 흐지부지 되는 일이 대부분이라 나는 일단 해보고싶은 게 생겼으면 무조건 도전해봐야 된다고 생각한다. 설령 실수했다쳐도 다음번에 만회하면 되니까..
실수는 또 다른 경험이 될 것이고 성공하면 한 단 계 나아갈 내가 되니까 말이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어 얘기해보자면 차를 산 것이 첫번째이다.
대중교통 이용하면 되지 차가 왜 필요하냐고 반대한 사람도 있었지만 이미 차에 꽂혀버린 나를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차를 사기 전에 제일 많이 고민 한 것은 차를 사놓고 운전을 하지않으면 어떡하냐는 것이었다. 장롱면허 10년차가 되고 보니 운전의 필요성은 느껴지는데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운전을 잘 할 자신도 없었고 소심한 초보 시기를 극복해나갈 용기가 없었다. 그러나 일단 지르면 무라도 썰겠지 싶어 대뜸 중고차를 한 대 뽑았다. 역시나 사람 바뀌지 않는다고 20시간의 연수 후 운전하는게 무섭기도 두 달간 방치해놓다 배터리가 방전이 되었다.. 하하..
다시 10시간 추가 연수 등록을 해놓은터라 이제 내가 할 일은 열심히 열심히 타기만 하면 되는 거다.
누구나 이 찌질한 시기가 있었을 것. 너무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
두번째는 이 대목에서 튀어나올 단어가 아닐정도로 뜬금 없는데 지난 8월에 단편영화를 찍은 일이다.
영화를 보는 것만 좋아하던 시청자에서 감독이 되어버린 나는 촬영 용어도 제대로 모른채 현장에 투입됐다. 시나리오야 짬이 있으니 금방 썼는데 콘티는 뭔지 카메라 장비는 또 어떤걸 대여해야하는지 사람은 어디서 구인을 해야하며 촬영장소 섭외는 어디가 좋을지 1부터 10까지 하나하나 다 결정을 했다.
영화는 개인 사비로 지출 해서 주머니에 구멍이 숭숭 뚫렸지만 내가 만든 창작물이 결과로 나오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이번 영화촬영으로 얻은 것이 있다면 어떤일이 내 적성에 잘 맞는지 알게 된 것이다. 나는 바로바로 결과물로 나오는 것에 성취감을 느끼는 타입이며 눈으로 보는 것을 좋아하기에 이번에 편집을 직접하고 텀블벅에 올릴 페이지를 직접 기획하였는데 이런일만 계속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독학으로 영상편집을 조금씩 배워보려고 한다.
이렇듯 가끔 남의 입을 통해 듣는 말 중 당시엔 썩 마음에 와 닿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고 보면 내 상황과 또 맞아 떨어지는 말들이 생기게 마련인 것 같다. 물론 조언을 가장한 막말은 제외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