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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i Dec 16. 2017

[숨결이 바람 될 때] 죽는다는 것

삶의 목적지인 죽음

....even if I'm dying, until I actually die, I am still living.
-Paul Kalanithi


지금은 고인이 되신 우리 할머니 생전에 병원에서 수발을 든 적이 있다. 당시에 난 며칠밖에 하지 않았지만 죽음의 그림자가 엄습하는 공간임을 몸으로 느꼈다. 그냥 거기서 2시간 이상 있으면 나까지 병드는 느낌. 중환자실도 아니었는데 왜이리 다들 "사는 것" 같지가 않던지...


영어에는 한 번의 행동이나 이벤트로 끝나 그 행동이 종결됨을 알리는 그런 용어들. 죽는다는 건 톰 크루즈의 영화에 나오는 신기현상이나 성경의 바울이 얘기하는 영적 이야기 이외에는 현재형을 쓸 수 없다. 이 용어의 온전한 뜻을 생각한다면 과거형으로밖에 쓸 수 없겠지만 우린 종종 현재진행형으로 죽는다는 얘길 한다.


Dying은 배고파 죽겠어와 같은 표현에도 쓰임받지만 이건 과장법에 불과하고 보통은 죽을병에 걸려있는 분에게 현재진행형을 쓴다. 죽음만을 향하고 있는 그들을 위한 현재진행형. 하지만 프롤로그부터 에필로그까지 아름답고 뭉클한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한다. 죽어 가는 그 과정도 살아가는 거라고. 죽는 날 때까진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거라고.


저 문구를 읽고 난 책을 덮고 콩닥거리는 마음을 진정시켜야만 했다. 요양원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본인 침대에서 움직이지 읺으시는 분들을 여럿 보았다. 티비를 보고 앞옆 침대의 어르신과 서로 가족분 아는분 이야기를 나누시면 하루가 다 가는 그런 삶을 살아가시는 분들. 마치 죽음만을 기다린다듯이 빨리 죽어야지..란 말을 말버릇처럼 하시는 분들. Are they living or dying?


[숨결이 바람 될 때]는 읽기가 아까웠던 책이었기에 두 번을 읽은 후에나 지인들에게 빌려주기 시작했다. 산다는 것. 건강하게 산다는 것. 죽는 것. 끝까지 성의있게 살다가 죽는 것.

여러 생각과 많은 눈물과 깊은 감동을 준 책을 쓴 저자에 대해 그의 부인은 에필로그에서 말한다.


Indeed, the version of Paul I miss the most...is the Paul who wrote this book--frail but never weak.
-Lucy

끝까지 아름답다. 이번에는 심장이 콩닥거리는 걸로 끝나지 않아 지하철에서 실연당한 애처럼 소리없이 서글프게 울었다. Frail but never weak. 질병으로 쇠약해졌지만 끝까지 강하게 삶을 살아나간 Paul을 묘사한 부인의 세레나데. 내 삶의 크고 작은 문제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던 책. 부서지고 연약해지더라도 삶에 대한 의미와 기쁨을 잃지 않겠노라 결심하게 된 책. 여러 상황에서 dying이 아닌 living 하는, frail 하는 나날에도 weak하지 않는 풍족한 삶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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