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떴다. 일요일 아침 6시 48분. 일어나지는 않고 누워서 조깅하러 갈지 말지 고민한다. 잠들기 전 반드시 운동을 하겠다고 다짐했었지만 이미 고민을 시작한 순간 꽝이다. 어떻게든 스스로에게 핑곗거리를 주고자 기온과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한다. 젠장! 기온은 서늘하고 미세먼지는 양호하다. 조깅하기 최적의 날씨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애플 워치를 차려는 순간 충전이 안된 걸 확인했다. 어젯밤 분명히 충전기 위에 놓고 잤는데... 확인해보니 충전기 끝부분 USB가 어뎁터에서 빠져있다. 괜히 아쉬운 척 시계를 내려놓고는 어젯밤 늦게까지 읽던 책을 집어 들었다.
한참 책을 읽다 TV를 켰다. 이것저것 채널을 돌리다 유튜브를 보며 낄낄거렸다. 쉬는 날은 시간이 금방 간다. 아침 먹고 빈둥거리다 보니 어느새 오후가 됐다. 오후 3시가 넘어가면서 슬슬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주말이 거진 갔으니 월요일이 코앞이다. 출근이 멀지 않았고 주말에 딱히 한 건 없다. 책도 읽다 말았고, 운동도 걸렀다. 주말 내내 한 일이라고는 피곤하다는 핑계로 빈둥거리며 스마트폰과 TV를 번갈아 본 것뿐이다. 이렇게 내 인생에 남은 주말 하나가 의미 없이 날아갔다.
나이가 들수록 주어진 시간은 줄어든다. 물론 미래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언젠가 죽는다는 걸 감안하면 인생에서 남은 시간이 줄어드는 건 정해진 사실이다. 그리고 남은 수명이 짧을수록 시간의 가치는 올라간다. 100일 치 수명이 남은 사람의 하루와 열흘만 남은 사람의 하루는 전혀 다른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남은 수명에 둔감하고 시간이 갈수록 하루하루 시간가치가 올라간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이번 주말, 지금 나보다 수십 년은 더 살 가능성이 높은 아들 녀석들과 비슷하게 주말을 빈둥거리며 보냈다.
좀 더 보람찬 하루는 보내는 방법은 뭘까? 운동하고 책 읽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 말고 또 뭐가 있을까? 그래도 빈둥거리는 순간만큼은 충만함이 느껴진다. 비록 자아가 성장하는 시간은 아니지만 이것저것 공상하다 보면 피식피식 웃음이 세어 나오기도 하고 월요일에 작성해야 하는 보고서가 머릿속에서 조합되기도 한다. 어쨌든 이번 주말이 좋았다고 믿자. 후회하면 또 후회하는 시간이 아깝다.
지나간 시간 되돌릴 수 없으니 그래도 조금은 좋았다고 억지로 생각하는 수밖에 없다. 매일매일 그러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