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 있는 식사는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그것은 필요량보다 더 먹고 싶어지는 때가 많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목표가 다이어트라면 책임감 있는 식사는 과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만 먹기로 결심하거나 또는 과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 결과에 대해 나중에 대처하기로 마음먹는 것이다. 체중 감량으로 가는 무료 통행권 같은 것은 없다.
-브래드 필론_먹고 단식하고 먹어라_박종윤역_36.5 2013-
밥을 먹는 데에 있어서 책임감이 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왠지 건강한 식재료로 잘 챙겨 먹어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내 생각대로의 책임감 있는 식사란? 가족의 밥을 잘 챙기는 것, 길고양이 밥을 제때 챙겨주는 것.
그런데 나에게 밥을 주는 것에도 책임감을 느껴본 적이 있었나?
오늘은 한파 특보가 내려진 날이다. 강풍이 얼음장 같은 바람을 사정없이 온몸을 때린다. 마스크로 다 가리지 못한 눈과 볼이 아프다. 얼마 전까지 면마스크를 하고 저녁 산책을 다니다가 코 밑이 얼어서 연고를 바르고 있다. 찬바람은 당분간 피해야 한다. 그렇지만 날씨가 춥다고 녀석들이 배가 안 고픈 것은 아니니까 오히려 더 힘들게 추위와 싸울 것 같아서 밥그릇을 채우러 꽁꽁 싸매고 문 밖을 나섰다.
매일 같은 곳에 밥을 담아놓는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작은 나무들 사이 아래, 몸을 숙여 철제 밥그릇에 사료를 담아놓는다. 밥그릇은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돌틈에 잘 끼워놓는다. 사료봉지를 밥그릇에 담다 보니 금방 동이 난다. 급하게 나오느라 사료의 양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에잇! 사료가 얼마 없잖아!'
들고 나온 사료봉지가 뜻밖에 가볍다. 두 군데에 밥을 놔야 하는데 한 군데밖에 채우지 못하겠다. 아쉬운 마음에 토핑이라도 해줘야지 싶어서 사료 위에 부드러운 간식도 같이 올려놓지만 결국 다시 집에 들어갔다 나온다. 코 아래 얼었던 살이 찬바람에 따갑다.
그래도 두번째로 나가서 밥을 놓으려니 휘리릭 도망가는 길고양이들을 발견했다. '내가 밥을 놓은 걸 어떻게 알았지?' 밥을 놓자마자 어디에선가 나타나서 밥을 먹는 게 신기하다. 내 눈에만 녀석들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 내가 조용히 밥을 놓고 가는 발걸음을 알아챈 걸까? 묵직한 사료꾸러미를 들고 다시 밥을 채우러 가니 녀석들의 꽁무니가 사사삭 사라진다. 한 녀석은 도망가다 말고 빼꼼히 내 얼굴을 살짝 보고 사라진다. 오늘의 밥 손님들을 만났다.
요즘은 급격히 늘어난 체중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배고파서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밥과 간식을 먹고 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야 건강에 좋다고 하는데 배가 고프다는 신호가 오기 전에 먼저 '곧 배가 고플 것이야' 하면서 먹고 싶은 음식을 찾는다.
간헐적 단식을 해보겠다고 매번 공복시간을 늘려보지만 살은 빠짐이 없이 꾸역꾸역 잘도 붙어있다. 생각해 보니 중간중간 단맛 나는 껌도 씹고 우유를 넣은 카페라테도 먹고 차도 마시고 했다. 진정한 공복이 아닌 심리적 공복이었나 보다. 탄수화물에 중독된 뇌는 빵과 떡을 먹고 있지 않으니 당연하게 공복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간헐적으로 뇌가 착각하나 보다.
음식을 안 먹는 것이 예전에는 쉬웠는데 왜 이제는 이토록 어려운 것일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모르겠다. 역시 다이어트는 오늘도 다시 시작된다! 매일 실패해도 매일 다시 시작하는 다이어트! 내일부터는 책임감 있게 공복시간을 늘려야지! 내일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