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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리 Apr 19. 2019

우리 모두 영원히 살 거예요. 2045년에는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17살 때 가로등을 부러워한 적이 있었습니다. 제 때 기름칠 해주고 전기만 잘 넣어주면 가로등은 영원히 지구에 있겠구나. 죽지도 않고 늙지도 않고 계속 짱짱하겠구나. 이런 말같지도 않은 생각을 했던 건, 한창 죽음을 너무너무너무 무서워했던 시기라서 그렇습니다.




죽은 뒤엔 어떻게 될까 생각하면서 잠도 못 자고, 죽음을 다룬 작품만 보면 영생의 힌트가 있지 않을까 체크하고, 세상이 망하고 혼자서라도 생존해있는 WALL E를 부러워하는...이런 행태가 지금까지 지속되지 않는 이유는 더 이상 죽음이 무섭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저 세상을 걱정하기엔 이 세상이 너무 번잡하기 때문이죠.

바쁜 현생과 더불어 근거 없는 낙관도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살짝 바꿔주었습니다. 그도 그럴 게 저 초딩 때 전화라고는 집 전화밖에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5G 초능력 초시대!를 광고하는 세상에 살고 있어요. 기술이 이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이라면 17살 때부터 소듕히 간직해온 저의 숙원을 기대해봐도 되지 않을까요? 
불로불사의 꿈을?!!?!?!

태양만 있다면 영원히 작동하는 너,,,세상 제일 부러워




저의 이 귀엽고 소박한 꿈은 어디 가서 함부로 얘기하지는 않습니다만, 다행히도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에서 무려 법의학자 교수님씩이나 되는 분이 저의 무근본 낙관에 힘을 실어주셨어요. "2045년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영생이 실현 가능하다는 쪽에 마음의 무게를 싣고 있다. 과학기술의 진보를 믿기 때문이다."(257)라고 해주셨거든요.

2045년이라는 뜬금없이 구체적인 숫자는 <특이점이 온다>의 저자 레이 커즈와일이 예견한 년도입니다. 이 분은 2045년쯤 되면 인간이 영생할 수 있다고 철썩팔썩 믿으면서 매년 1억원 어치의 약을 드시는 분이에요. 그냥 미친 사람 아녀? 라고 치부하기에는, 이 사람 알파고 만든 회사에서 이사 직을 맡고 있는 양반이에요! 얘들아 된다, 날 믿어, 이건 되는 주식이야!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의 저자는 이 알파고 이사의 주장이 가능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나노 테크놀로지, 지네틱 테크놀로지, 로보틱스 등의 발전으로 설명니다.
병의 원인을 일종의 유전자 가위 같은 물질로 싹둑 잘라버리다든가, 몸을 스캔해서 병을 잡아내는 기계가 혁신적으로 바뀐다든가, 나노봇이 우리 뇌에 잠입해 그 안에 저장된 모든 기억을 정보화시키든가하는 기술들이 발전할 거라는 니다.
흑흑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제가 되는 주식을 찾았습니다!

어 이렇게 얘기하니까 이 책 되게 수상하고 의심스럽고 무슨 마이너한 종교 책 아녀?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사실 '2045년 영생 기원'에 관한 얘기는 책 만판에 10페이지 가량 정도로 아주 아주 미약한 분량으로만 나옵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매주 법의학자로서 시체를 마주하러 가는 저자가 쓴 책이고, 죽음을 둘러싼 다양한 발제를 다뤄요. 주 1회 이상. 누구보다 잦은 빈도로 죽음을 마주한 덕분인지, 생명의 기준, 안락사의 윤리, 자살의 가치 등등 다채로운 범주에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뇌사 / 심장사 / 폐사 등의 개념을 객관적으로 알 수도 있고요, '보라매병원 사건'과 같은 사례들을 보면서 국내에 안락사가 어떤 경로로 대중들에게 인지되었는지도 톺아볼 수도 있어요. 저는 안락사라고 하면 그냥 의사가 제공하는 편안한 죽음 서비스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의사는 판만 깔아주고 죽음 버튼을 누르는 건 환자의 몫인 '의사조력자살', 의사가 직접 주사를 놔주는 '적극적 안락사'등 종류와 책임도 다양하다는 걸 이 책에서 처음 알고 열심히 메모해뒀습니다. 안락사도 저의 꾸준한 숙원 중에 하나였거든요.

하지만 이 메모는 책의 막판에 나오는 2045년 영생 썰이 나옴으로 인해 제가 두 번은 안 볼 메모가 되었습니다. 작년에 어벤져스 인피니티워 본 다음에는 다음 어벤져스가 나오는 2019년까지는 무조건 살아있어야지라고 다짐했는데, 이젠 어떻게든 2045년까지 존버하기로 했습니다. 구글 엔지니어링 이사처럼 1년에 1억원 어치 약을 후루룩 할 순 없더라도 어떻게든 몸뚱아리 잘 굴려서 2045년까지는 건강하 아있겠습니다. 이건 되는 주식이다. 존버는 승리한다. 나는 산다 영원히 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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