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자, 채소가게 운영
할머니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오늘 부지런을 떨었어?
네. 부지런 좀 떨었어요. 점심에 오면 북적거려서 한적할 때 왔어요.
이제 약아졌네? (웃음)
할머니 오늘은 언제 나오셨어요?
7시에.
7시에 나오셨어요?
그럼, 날 더울 적에는 아침 일찍 나와서 해야지. 늦게 열면 땀 뻘뻘 힘들어.
할머니 식사는 하셨어요? 할머니 드리려고 도넛 사 왔는데. 할머니 이거 놓고 드세요.
아이고 뭐하러 이렇게 많이 사와? 장사하시면서 드시라고.
그래도 오늘 같이 흐린 날은 선선하고 좋죠. 어제는 비 왔는데 어떻게 하셨어요?
비가 와서 있다가 추워서 바로 갔어.
비가 이틀 왔잖아요.
그 날은 그냥 장사하다가 들어가고. 어제는 앉았다가 추워서 들어가고.
저번에 할머니한테 산 오이를 주변 사람한테도 나눠주고, 집에 가서 오이무침해서 먹었거든요.
나눠주고도 먹을게 남았어?(웃음)
오늘도 뭐든 사가려고요. 할머니 당근은 얼마예요?
당근 2천 원. 당근은 뭐하러 사. 필요 없으면 사지 마.(웃음) 아유 우스워 죽겠다. 요즘은 아저씨들이 요리를 잘하더라고. 물건을 보고 얼마나 잘 사시는데?
할머니를 여러 번 뵈었지만, 오늘 정식으로 인터뷰하네요. (웃음) 근데 손님들이 오시니까 할머니랑 오래 얘기 나누기는 힘들겠네요. 할머니 이 자리에서 장사하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17년 됐어요. 오래됐지요?
할머니 성함이랑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내 이름은 이창자.
요즘 가게는 몇 시에 열고 닫으세요?
나 일곱 시에 집에서 나와. 나와서 저녁에 6시면 들어가.
야외라 장사하시는데 날씨 영향을 많이 받으시겠네요.
추울 땐 힘들지. 추울 땐 얼어서 걱정, 더울 땐 더워서 걱정. 야채가 그래서 어려워. 이게 시들면 안 되니까.
시들고. 또 썩고. 그래도 요새는 해가 길어져가지고. 안 추워서 살겠어. 비올 때는 파라솔이 날아가서 못 있어.
그땐 접어야지 돼. 막 날아가. 비가 오고 눈이 오고 그럼 못해. 뜨거울 때는 사람들 없어. 더운데 누가와. 시원한 마트에 가서 사가지고 오지. 여기 안 와. 비 오는 날은 내가 바빠. 할아버지한테도 가야 하고.
할머니 만나려면 맑은 날 찾아와야겠네요. 한창 채소 많이 나올 때인데, 장사 잘 되셨으면 좋겠어요.
돈 많이 남으면 좋고, 돈 많이 안 남으면 안 좋지. 이 사람아. (호탕 웃음) 근데 요즘 마트로 죄다 가지. 여기 앞에 24시 마트가 생겨서 다들 거기서 사가. 여기는 별로야. 봄이고 요즘 채소도 많이 나오고 그래도 쑥쑥 나가질 않네. 마트 같은 데서 사가지. 여기는 천 원어치 사는 사람이나 오지.
뒤에 화성 성곽도 보이고, 몫이 좋아요.
작년에 119 실려가서 돈을 많이 까먹었어.
장사하시다가요?
나이 들면 여러 군데 아픈 데가 많아. 나 말고도 노인 양반들은 자꾸 재발이 되더라고. 화장실 출입하기도 불편하고.
그래도 할머니는 건강해지셔서 다행이네요.
우리 할아버지도 요양 병원에 있어. 내가 돈 벌어서 따박따박. 요새는 못해. 요거 벌어서 어떻게 병원비를 내.
젊어서는 채소 팔아서 애들 공부 가르쳤고. 이제 자식들이 크고 결혼해서 가니까. 힘이 안 닿아 이제는. 옛날 같지 않아. 일을 빨리 못 해.
할머니는 산다는 것,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세요?
뭐 사는 게 별거 있나? 건강하면 되지. 나는 큰 희망도 없어. 나이 들면 왜 이렇게 나이가 먹었나 슬프지 뭐. 언제 이렇게 많이 먹었나. 그러죠. 다들 인저 자식들도 내 품에서 떠나고 그러면 좀 그렇지. 쓸쓸하고 그렇지 뭐.
가끔 외로움이 드실 때는 어떻게 하세요? 할머니만의 방법이 있으세요?
여기 나와서 사람들 만나고 얘기하고 그러면 시간 잘 가. 내가 장사를 해서 돈을 많이 버는 게 아니고 그냥 이렇게 앉았다 들어가고 그래.
일이 힘들어도 일이 할머니한테 힘이 되는 거네요?
이것도 그냥 멍청이가 되어버리지.
그렇다면, 죽는다는 것에 대한 생각은요?
무섭지는 않고 그냥. 받아들여야지. 가는 게 뭐 당연한 거 아니여? 그럼 당연하 거지? 그럼. 어떻게 가느냐가 문제지. 우리는 할아버지가 치매로 병원에 계셔서 나는 그렇게 안 갔으면 좋겠어.
할머니가 바라시는 소망은?
애들이나 건강하고 잘 살면 좋지. 바라는 게 애들 건강하고. 그게 최고지. 지금 내가 야망이나 뭐가 없어.
건강하고 즐겁고. 건강한 게 최고지 뭐.
할머니도 건강 챙기시면서 일하셔야 돼요.
그럼 얼마나 좋을까?
앞으로도 채소 사러 종종 들를게요.
그려.
채소가게 할머니의 인터뷰를 정리하다 보니 요양원에 계신 외할머니가 더 보고 싶다.
영상 촬영/ 편집 현지윤
사진 촬영 박태식
제작 지원 경기문화재단, 수원문화재단
경기문화재단과 수원문화재단의 제작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