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일종이 땡땡땡 은은하게 들린다/저 깊고 깊은 산골 오막살이에도/탄일종이 울린다
탄일종이 땡땡땡 멀리멀리 퍼진다/저 바닷가에 사는 어부들에게도/탄일종이 울린다
탄일종이 땡땡땡 부드럽게 들린다/주 사랑하는 아이 복을 주시려고/탄일종이 울린다>
오막살이에도 어부들에게도 사랑스러운 아이에게도 들려오는 탄일종.
더없이 단순한 노래지만 따뜻하고 정깊어서 아련한 추억에 잠기게 하는 캐럴.
그냥 순식간에 성탄으로 폭 잠기게 하는 마력을 발휘하는 곡이지.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홀연히 들린 허다한 천군과 천사의 찬송도 탄일종처럼 단순하고 따뜻한 정을 품고 있지 않았을까?
춥네. 언니,
올해는 성탄時답게 춥고 매운 겨울 맛이 나는 시간이야.
추운 날 제증상중의 하나가 깊은 밤보다 해뜨기 전 새벽이 더 추운 거야.
오늘도 그랬어.
영하 15도를 향해 치달더니 새벽 다섯 시 무렵 더 아래로 내려가더군.
자다가 깨어 날씨를 확인하는 버릇은 뭘까,
왜 그렇게 자주 깨며 깰 때마다 날씨를 확인하는 걸까,
아버지 살아계실제 티비 채널을 여기저기 돌리며 일기예보를 보시던 모습이 생각나네.
날씨 궁금해하는 유전인자도 있는 것일까?
십이월 들어서면 생각들이 많아져.
기억도 많아지고,
한 해를 다시 보낸다는 외로움이 마음을 연화시키는 거겠지.
언니랑 오빠랑 만들던 크리스마스 트리도 생각나고 말고, ,
언니도 기억날거야.
색종이를 접혀서 조금 길쭉하게 오리고 끝을 붙여 동그랗게 만들어
방울? 종? 처럼 보이던 장식품.
그것들을 연결해 방문 앞에 걸었던 트리가 생각나.
그 아래에 은박지로 만든 별 몇 개 매달면 요즈음 아이들이 좋아하는 엘사의 왕국이 아니었을까,
자그마한 소나무를 산에서 파와 거기에 별을 매달던 생각도 나네.
집에서 만든 트리나 교회의 트리나 거기서 거기였지.
소나무가 조금 더 크고 은박지 별도 좀 크고 색종이 오리는 것이 조금 더 많이 달린,
지금의 시선이라면 더할 수 없이 초라하고 촌스러운 교회의 트리
그러나
얼마나 설렜던지,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없는 현대미술의 개념을
오래전 성탄 트리로 대입해 연상하면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은박지에 뾰족한 못이나 볼펜을 사용해 윤곽선을 그리고
그 위에 먹물을 문지른 은지화를 그린 이중섭도 생각나고,
그의 그림에 게가 많은 것은 제주도에 살면서
바닷가의 게를 하도 많이 잡아먹어 미안해서 라는 이야기도 있어.
마음이 따뜻한 사람인 게지.
그런 사람이 처자식과 헤어져 사니 그 마음이 어땠을까?
그래서, 그 슬픔 때문에 마흔 한 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하직한걸까?
진짜 고독사.
트리에 대한 여러 가지 설들이 있지만
Martin Luther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아.
크리스마스 전날 밤 그는 들판에 홀로 있었다네.
하늘에 별이 빛나고 그 밑에 상록수가 서 있는 모습이 Luther의 마음속에 깊은 감명을 주었대.
상록수의 끝이 뾰죽하여 마치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로 향하는 것 같이 보여서
이런 나무를 준비하여 자기집에 세우고
거기에 별과 촛불을 매달아서 장식을 한 것이 트리의 기원이란 설이야.
자신의 마음이 온전히 주님께 닿아 있으니
어둠 속에 서있는 음영 짙은 나무조차도 하나님께로 향한 듯이 바라본 거지
깊은 밤에 별을 바라보는 이는 외롭고 고독한 사람이야.
그런 사람의 마음을 주님은 귀히 보시겠지.
기억이 안나네.
우체국 생각은 나는데 누구에게 카드를 보냈던가,
무슨 말들을 썼던가,
그 땐 완성된 카드도 있었지만 미완성된 카드 종류가 많았어.
지금은 어떤 성의나 진심도 돈으로 치환되는 시절이니 이해 불가겠지만
뭔가 손을 거치지 않으면 성의 없이 여겨지는 시절이었지.
그려진 별에 금가루(?)를 뿌리고
말린 꽃 몇 송이를 붙이거나
그래도 허전하면 색연필로 그림에 색칠을 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카드 뒤편의 백지가 생각나.
백지는 예나 지금이나 사람을 떨리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
펜을 잡은 손도 떨리고 첫 글씨를 쓸 때 가슴이 와랑거렸지.
잘못 쓰면 어떡하지!
지금 드는 생각인데 백지나 숫눈길뿐 아니라
이 순간도 우리에게 다가오는 모든 것들이 다~
결국 아무도 경험해보거나 어디에도 펼쳐지지 않는 백지 아닌가.
나두 올해 나만의 카드를 만들었어.
물론 손으로,
엄밀히 말하면 손가락으로.
며칠 전 화려하게 성탄 장식이 되어 있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어.
층고가 높은 건물이라선지 공간에 배치된 커다란 산타와 썰매
아름다운 오너먼트들이 영롱하더군
사진을 찍었는데 몇 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 있었어.
사진 위에 성탄 느낌이 물씬 나는 스티커를 몇 개 얹으니 그럴듯한 카드가 되었고,
우체국은 언감생심
손가락 클릭만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카톡 카드를 보냈네.
언니 있는 그곳은 아픔도 없고 고통도 없으니
편안하겠지.
그래도
언니에게 내가 만든 카드를 보낼 수 있다면 참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