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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Jun 26. 2024

모기가 싫다

지난밤에도 모기 한 마리 때문에 잠을 설쳤다.

잉잉 거리는 소리도 못들었는데

팔과 다리가 가려워 잠을 깨보니 무려 네 군데나 물려 있었다.

오만 원 가까이 주고 산 모기 퇴치기를 켜고 

전기 모기채를 들고 매같은 눈으로 살펴 보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그 새벽에 쿠팡을 열어서 뿌리는 모기약을 사고 ㅋ~

사람에게는  좋지 않겠지만, 겨냥만 잘하면 그게 직방이다. 

써큘레이터를 좀 세게 틀고 이불을 얼굴까지 덮었다.

아무래도 성가스럽지만 작년에 산 모기장을 다시 펴야 하나, 

이상하게도 네 남매 중 작은오빠와 나만 하얗다.

그래서 작은 오빠는 이름 대신 친구들에게 백새야!

(이 백새는 피부병이 걸려 피부가 하얗게 된 사람을 일컬음)라고 불렸고

나는 노락쟁이(노랑머리)라는 별호를 달고 다녔다.

이즈음은 아이들이 샛노랗게 염색을 하기도 하지만

그때만 해도 노락쟁이란 별명은 그다지 좋은 어감은 아니었다.

미운 말 잘하는 사촌 동생 할머니는 우리 문간방에 세들어 살고 있엇는데 언젠가 내게 그랬다. 

‘아야, 느그엄마가 으디 돌아다니는 이상한 사람이라믄

느그아부지를 다른 나라 사람으로 알겄다. 잉,’

이젠 늙어가면서 투명하던 피부도 점점 어두워져 가고

살 하얗다는 이야기도 아득한 옛날이야기가 되어가는 듯 하다.

 

피부가 희어선지 어렸을 때부터 두드러기가 자주 났다.

음식을 잘못 먹든지,

하다못해 맨 다리에 풀이 스치기만 해도 붉고 커다랗게 부풀어 올랐다.

진짜 공주는 열두 겹 비단 이불 아래에

콩 반쪽이 있어도 밤새 내 잠을 못 이룬다는데

전혀 공주답지 않으면서 공주티를 내는 유일한 곳이 바로 이 피부이다.

거짓말에 대한 첫 기억도 바로 이 두드러기 피부 때문이다. 

 

여름이었을 것이다.

엄마 닭이 병아리들을 끌고 마당가를 여기저기 거닐고 있었고,

나는 샘가에 놓여진 나무로 된 통 속에 들어가야 했다.

엄마가 두드러기에 좋다고 한 밤나무껍질을 삶은 물이다.

물은 뜨뜻했다.

작두샘이 바로 곁에 있어서 흔들어보기도 하고, 

우물가 샘 바닥에 검은 물을 뿌리기도 하고

물속에서 팔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놀았다.

엄마가 아랫집에 잠깐 다녀오신다며 대문을 나섰다.

얼마나 지났을까,

깨당 벗은 아이가 통 안에서 일어나

병아리처럼 엄마 닭을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아이가 다가가면 도망가는 닭이 잼있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놀다가 싫증이 난 아이는

다시 검은 물 가득 담긴 통속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삐꺽 열리는 대문,

‘오메 울 애기가 아직도 이라고 물속에 있네, 오메 세상에,.........’

그 때 오랫동안ㅡ사실은 전혀 아니지만ㅡ

물에 있었다는 상으로 달콤한 엿을 먹었을 것이다.

보자,

밤나무 물 사건 이후 하마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던가,

그런데도 그 기억이 이렇게 선명한 것은

사실이 아닌, 거짓에 대한 예민한 각성이 아닐까,

기억은 흐릿한 아우라 속에서 오히려 선명해지는 경우가 있다.

 

모기가 흰 피부를 좋아한다는 속설을 나는 믿는다.

사람들끼리 모여 있을 때 모기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언제나 나다.

여름녘에 나와 함께 야외에 있으면

그가 누구이든 모기에 대하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모기는 내가 있으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다.

사람들이 모기처럼 모두가 나를 좋아한다면, 세상이 조금 달라졌을까????

라는 한심한 상상을 해봤을 정도이니......

유월 초순에 야외 정원이 멋진 곳에서 저녁을 먹었다.

당연히 긴바지를 입었고 샌들을 신었다.

밥을 먹다가 가려워서 살펴보니

샌들 끈 사이로 모기가 쏘아 놓셨다.

한 달이 넘어가는 지금도 가려워서 바라보면 그 때 그 모기 자국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즈음,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세상이 조금 이상하게 보였다.

익숙한 방이 익숙하지 않았고 엄마 아버지 언니 오빠도 기괴해 보였다.

눈 주위를 모기가 물어 퉁퉁 부어올라 한쪽 눈이 떠지지 않았다.

거을을 보니 왼쪽 눈 위에 내 주먹만큼한 크기로 혹이 붙어 있으니

실제 괴물은 바로 나였다.

학교는 죽지 않으면 꼭 가야할 곳이라던 엄마가 학교를 가지마라 할 정도였으니,

무엇보다 벌겋게 부풀어 오른 자리가 얼마나 가렵던지,

가려워서 긁기라도 하는 양이면

또 얼마나 쓰리고 아프던지,

붓기가 가라앉은 후에도 틈만 나면 가렵고

긁으면 쓰라린 기운은 여름 내내 계속되었다.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어와서야 자취를 감추는 여름의 고질병이라고나 할까,

 

모기는 젖은 물바닥 정도의 깊이만 되면 알을 낳아 번식하고

한 개체의 순환 주기가 매우 빠르다고 한다.

모기의 한 종류인 사막모기는 낳은 알이 성충이 되어 다시 알을 낳기까지

고작 일주일밖에 안 걸린다고 하니, 원. 세상에,

<모기는 가장 이기적인 생물에 속한다.

개미나 지렁이처럼 토양에 공기를 통하게 하는 것도 아니며,

벌처럼 식물에 가루받이가 되는 것도 아니다.

다른 동물들이 잡아먹을 수 있을 만큼 괜찮은 먹이감은 더더욱 아니다.

 모기는 오직 자신의 종을 보존하기 위한 '목적'에만 관심을 쏟는다.

인간을 괴롭힌다는 사실은 모기에게는 사소한 사건에 불과하다.

모기는 목숨을 유지하며 번식하고 있을 뿐이다… 앤드루 스필먼>

모기에 대한 매우 적절하고 명석한 말이지만

사람편에서는 어떨까?

그런 모기도 나름 취향(?)이 있어 에스트로겐 분비가 많은

고운 피부를 선호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물론 땀 냄새나 향수 냄새도 좋아하지만,

내 비록 고운 피부를 좋아하고 향수냄새를 풍기는 사람들에게

피를 빨기 위해 침을 꽂지만,

나의 타액이 그대들 몸에 들어와 화학 반응을 일으키고 염증을 일으켜

괴롭고 성가시게 할지도 모르지만,

혹 무서운 우리네 친척에게 잘못 걸리면

황열이나 댕기열 말라리아에 걸려 돌아갈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그대들 몸에 침을 꽂는 이유는 단 하나여.

동물성 단백질을 얻기 위한,

내 새끼들을 위한,

즉 우리의 역사를 위한 것이제,’

'모기가 귓가에서 앵앵거리는 이유'라는 동화책에는

모기의 거짓말로 파생한 슬픈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모기는 맨날

"아직도 다들 나에게 화가 나 있어?"

앵앵거리며 묻는다는것.....

그러면 아주 솔직한 대답이 돌아오는데

그 대답은

"찰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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