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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지현 Jan 16. 2022

면사무소 사람들

프롤로그

#등본 수수료 400원


면사무소에도 무인민원 발급기가 있다. 주민들이 많은 동 지역에가면 보통 서너 대가 있는 경우도 많은데, 내가 일하는 면사무소에는 딱 한대가 있다. 그런데 그 한 대 있는 발급기는 도통 잘 쓰이질 않는다. 기계가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기계와 익숙하지 않은 연령대의 민원인이 많다. 게다가 대부분은 지문인식도 잘 안된다. 오랜 노동으로 지문이 닳거나 변형된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민원인들은 다이렉트로 창구로 오시며 '내가 요 지문이 잘 안된다' 라며 신분증을 내민다.


첫 날, 민원대에 앉아있으면서 생각보다 많은 어른들이 '등본'을 떼려고 면사무소를 찾는다는 사실에 놀랐다(예상은 했지만). 심지어 줄이 길면 천천히 기다리시는것도 마다하지 않으신다. 요즘은 등본 쯤이야 인터넷이 되고 인쇄기가 있다면 쉽게 출력하고 무인민원발급기를 사용하는것이 보통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옆 선배님에게 '어르신께 기계 사용법을 알려드리면 오래 기다리지 않으셔도 될텐데, 민원인 분들이 줄을 안서는게 낫지 않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그 선배님은 '할머니들이 시간이 많아요. 그리고 여기 와서 우리하고 얘기도 하고 가끔 친구도 마주치면 수다도 떠시구요. 그리고 지문 잘 안찍히시는 분들이 많아요' 라고 말하셨다.


같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다른 시간대가 존재한다. 언젠가 스치며 봤던 '키오스크' 사용에서 쉽게 제외되는 사람들에 대한 뉴스가 떠올랐다. 나는 잠시나마 이곳의 시간대를 존중하지 못했던 내 마음에 대해 생각해보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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