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지현 Jan 14. 2018

카페의 풍경

'핫'하다는 까페에 갔다.

주변은 조용한 어촌마을인데, 바닷가 바로 앞에 전면유리로 된 하얀 까페가 있다.

'핫'한 까페 앞 주차장만 만차다.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가게로 들어가보니 카메라를 든 젊은 커플들이 많이 보인다.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단위의 손님들은 나밖에 없는 듯하다. (요즘은 아이랑 같이 까페에가면 '노키즈존'인지부터 살피게 된다) 실내는 매우 좁고 의자도 불편했다. 인테리어는 마음에 들었지만, 편하게 쉬다가는 까페는 아닌 것 같다. 2층으로 올라가니 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구석쪽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온통 커플들이었다. 유튜브로 핑크퐁을 틀어달라는 아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는(?)까페였다. 주인으로 보이는 직원이 올라와서 우리 아들에게 오렌지 쥬스를 건네주었다. 까페에 어울리지 않는 핑크퐁 노래를 최대한 작게 틀어놓고 약간 불편한 마음으로 앉아있었는데, 그 오렌지 쥬스를 건네며 미소를 짓던 직원 덕분에 한결 편해졌다.고마웠다. 요즘은 워낙 아이와 함께있을때 주위에서 눈치를 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혹은 나 스스로 눈치를 보거나) 친절한 서비스가 나를 감동시켰다.


많은 커플들이 지나간다. 친구들끼리 잘 차려입고와서 서로 사진을 찍어준다. 아,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렇게 옷을 입고, 가방을 메고, 화장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추운 겨울이었지만 대부분 모직코트를 입거나 무스탕을 입고있다. 체인으로 된 크로스백을 메거나 클러치 형식의 가방을 들고있다. 레이스달린 블라우스에 니트를 껴입고 딱 달라붙는 니트 스커트를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앞머리를 조금 내리고 굵은 셋팅 펌을 하고 단발 머리가 많다. 모두 예뻐보였다. 나도 지금의 남편과 데이트를 할 때, 추운 겨울에도 코트와 스커트를 입고 얇은 스타킹을 신고 발이 조금은 불편한 부츠를 신었었다. 남편이 남자친구 였을 때, 내가 몸에 살짝 붙는 원피스를 입었을때 예쁘다고 좋아했었다. 나는 남편이 깔끔하게 면도를하고 스웨터를 입고 검은색 코트를 입었을 때 멋있다고 말했었다. 이제는 옷차림이 많이 변했다. (몸이 많이 불어서..어깨도 벌어지고..) 겨울내내 유니클로에서 산 패딩 잠바를 입는다. 가방은 방수재질의 스포츠형 크로스백을 더 많이 들고다닌다. 남편은 오늘 면도를 안해서 수염이 군데군데 전혀 멋있지 않게 나있다.


커플들은 사진을 서로 찍어준다. 그리고 나서 마지막으로 서로의 볼을 맞대로 셀카를 찍는다. 근데 그런 커플들을 보면서 내 얼굴에 미소가 띠는걸 느낀다. '예쁘다' 라고 생각했다. 그들을 보면서 내가 데이트하던 시절이 떠올라서 웃음이 났다. 나도 남편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엉덩이를 매우 천천히 떼고 일어나서 핸드폰을 들고 찰칵찰칵 찍어준다. 분명 귀찮아하는데 그래도 '어'라고 말하고 여러장 찍어준다. 사진을 확인하고 맘에 들지않아서 한번더 찍어달라고 했다. 군말없이 또 여러번 찍어준다.


우리 부부는 예쁘게 보이려고, 멋있게 보이려고 더 이상 애쓰지 않고 커플사진을 자주 찍지 않는다. 이제는 서로를 더 편하게 해주려고 애쓰고 아이의 사진을 많이 찍고 서로 공유한다. 헤어짐에 아쉬워하지 않아도 되니 함께있는 시간이 느슨하게 흘러가기도 한다. '제대로 된 데이트'가 하고싶을 때가 많지만, 어쩌다 한번씩 서로에게 뭉클한 순간이 온다.  


이제는 커플들의 데이트를 보며 '여보 변했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데이트'하던 시기는 확실히 지났고, '변했어'라고 말하며 섭섭해하던 시기도 지난것이다. 이제는 지난 시절의 '나'에게 질투하지 않는다. 서른셋이 되고나서 결혼 5년차가 되고나서, 나는 또 한번 평온해졌다.

작가의 이전글 무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