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요즘 태어나 처음으로 내가 남자로 태어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딸로 태어나 어찌저찌 아들보다 높은 공감능력치를 가지게 되었고, 그 공감력으로 딸들은 배려와 위로가 능수능란해졌다.
그동안 살아가기 편하게 해줬던 '배려'는 이제는 조금 피곤한 일이 되었다.
나는 딸로써 며느리로써 양쪽 집안의 시시콜콜한 일들을 신경쓰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딸의 공감력에 기본적인 기대치를 갖고 있는 부모님이 있으니까.
내가 가끔 연락이 뜸해지면 양쪽 엄마들은 서운해한다.
나도 우리 남편처럼 무신경 해지고 싶다.
엄마들의 사랑과 관심에 무반응의 자세로 마치 단세포 생물 처럼 멍하게 있고싶다.
"김치 보냈어~ 아로니아 가루 보냈어~ 매일 아침 갈아마셔~ 항상 고생한다 우리 며느리~"
라고 사랑을 듬뿍 담아 보내온 시어머니의 택배에
그냥 아들 처럼
"어 알았다"
라고만 대답하고싶다.
"어제 니아빠랑 싸워서 요새 말안한다. 좀있으면 또 제사다."
라는 엄마의 연락에
"뭐 어쩌라고"
라고 받아치고 싶다.
나한테만 연락하는 양쪽 엄마들......
나의 배려와 공감을 원하는 나의 엄마들....
나도 그냥 아들처럼 무신경하게 있으면 안될까요??아주 공감력 없는 그런 아들처럼 말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에게 매우 헌신적인 사랑 주시잖아요...서운해하지도 않으시잖아요...
이해를 바라지도 않으시잖아요..
아 진심 편할꺼같아요.
딸 노릇도 참 피곤합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