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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흰 May 10. 2021

008 중국어 공부

100일 글쓰기

처음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을 땐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좋아했는데, 10년을 넘게 공부하다 보니 지겨워져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다 요즘 뜬다는 중국어를 배우게 되었그 그렇게 우리 가족은 다 같이 중국어를 배웠다.


대학교 전공을 중국어로 선택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나는 중국어 선생님을 엄청나게 따랐고 중국어에 흥미를 느꼈고 무엇보다도 다른 학과에 관심이 없었다. 그렇게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는데, 결과는 처참했다. 사실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지만, 나보다 중국어를 잘하는 친구들은 너무나도 많았다. 아니, 중국에 살다온 친구들이 살지 않은 친구들보다 훨씬 더 많았다. 회화 수업을 들으면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고 성적은 당연히 낮은 점수가 나왔다. 그렇게 나는 중국어에 흥미를 잃어갔다.


중국어 회화 수업이 있으면 무조건 피해 갔고 이론 수업을 중심으로 듣곤 했다. 어쩔 수 없이 회화 수업을 들어야 할 때면 최대한 뒤에 앉아서 마치 청강생처럼 듣곤 했다. 한 번은 교직이수생 필수 수업으로 중국어 작문 수업을 들어야 할 일이 있었는데, 원어 수업이라 수업을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원어민 교수님께서는 나를 바라보며 말씀하시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웃으며 "하오 하오" 대답하곤 했다. 정말 끔찍했던 4년이었다.


대학 시절 전공에겐 조금이라도 애정이 없던 내가 중국어 선생님을 한다니 많은 동기들이 놀랐다. 우선 중국어를 싫어했고 무엇보다 중국어를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는 수 없이도 많이 들었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시절 학원 강사가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OO 씨는 1차에도 겨우 붙었는데, 2차는 가망이 없어요. 중국어 발음이 너무 안 좋아요. 알고 있죠?" 나름 희망을 가지지 말라고 한 이야기겠지만, 당시 나는 너무나도 절망적이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나는 임용고시에 붙었고 아직까지도 잘 중국어 선생님을 하고 있다.


중국어에 흥미를 붙이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바로 스스로 공부를 하면서부터다. 내가 필요로 해서, 내가 진짜 이제 하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학 때는 내 전공이니까 어쩔 수 없이 해야 해서 중국어가 싫었고 임용고시를 붙고 나서는 내가 가르쳐야 하니까 그게 너무 싫어서 하기 싫었다면, 쉬고 있는 지금은 중국어가 너무 좋다.


지금은 하루에 두 시간씩 중국어를 한다. 예전엔 하루에 한 자 조차 보기 싫었다면 지금은 손가락이 아플 때까지 공부를 한다. 역시 사람 일 모를 일이다.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부담감을 내려놓았다. 중국어를 잘해야 한다는, 내가 일 등을 해야 한다는, 중국어가 나의 전공이라는 부담감이 사라지니 훨씬 중국어 공부를 하기가 쉬워졌다.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이 깨달음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내 전공이 좋아졌으니까, 어디 가서 내가 중국어 전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은 되니 그 정도로 만족하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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