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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리 Nov 03. 2020

30살, 엄마가 난소암에 걸렸다.

어른아이가 진짜 어른이 되어야하는 이유

"암인 것 같습니다. 정확한 진단은 좀 더 큰 병원에서 받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2020년 7월 중순, 엄마랑 동네 산부인과를 찾았다.


작년부터 살이 갑자기 찌면서 소화가 잘 안되는 증상이 있었는데 올해는 유독 몸도 더 안 좋고 기분도 저조하다고 하셨다. 나는 50살을 갓 넘긴 엄마가 '드디어' 갱년기가 찾아와서 그렇다고 여겼다. 

'드디어'가 왜 '드디어'냐 하면 40대 중반부터 몸이 조금만 피곤하면 갱년기가 왔다고 늘 확신하던 모습을 봐왔기 때문이다. 이유는 항상 갱년기도 뭐도 아니었다.


엄마는 이번에는 진짜 느낌이 안 좋다고 대장내시경을 받기 전에 혹시 모르니 산부인과를 먼저 들르자고 했다. 


산부인과에서 검진을 받으며 재작년에도 비슷한 증상으로 내원했지만 별문제는 없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나는 아무 걱정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영상의학과에서 MRI를 찍을 때도 설마 별일이야 있을까 하는 심정이었다.  


"암인 것 같습니다. 정확한 진단은 좀 더 큰 병원에서 받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인상좋던 동네 산부인과 의사선생님은 애써 담담한 척했지만 이런 상황을 직접 전해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은 곤혹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이게 진짜 내가 처한 현실이 맞는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그 순간 내가 당황하고 절망적인 행동을 해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엄마는 이미 내옆에서 무너져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집에 도착했다. 아빠와 동생은 나와 엄마의 표정을 보더니 반신반의하며 별일 아닌 거 맞지? 하며 물어왔다.

엄마는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조용히 누웠다. 나는 그 모습을 확인하고 조용히 문을 닫고 거실에서 기다리는 아빠와 동생에게 말했다.


"엄마 암이래. 대학병원에 가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봐야 할 것 같아." 


그 순간 안방에서 엄마의 우는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든든하고 따뜻한 엄마의 울타리 아래에서 자란 어른아이가 진짜 어른이 되어야 할 시기가 어떠한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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