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아무것도 모르고, 할 수 없는 것이 지옥이었다
엄마가 1차 항암 주사를 맞았을 때는 약 일주일간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다. 입맛도 없고 무엇보다 배에 찌를듯한 통증이 오고 팔, 다리가 많이 저려서 거의 누워계셨다. 고통스러운 일주일이 지날 때쯤에야 서서히 바깥 산책을 나가기 시작하고 먹고 싶은 음식이 생겨 잘 챙겨 먹었다.
주로 항암 주사는 삼주에 한번 꼴로 맞았다. 첫 항암 주사를 맞았을 때는 우리 가족 모두 경험이 없어 언제 식욕이 돌아오는지 이러다 정말 빼빼 말라서 걷지도 못하고 큰일 나는 건 아닌가 하루하루가 걱정 투성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2차, 3차 항암 주사를 맞으며 길게는 일주일 짧으면 사일 정도 지나면 평소 컨디션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았다. 평소 컨디션이라고 하면 예전처럼 먹고 싶은 것도 있고 식사량도 밥 반공기 이상이며 가까운 시내나 아파트 단지 내를 무리 없이 걸어 다니는 것이다.
3차 항암 주사를 맞았을 때는 1,2차처럼 통증이 오는 것이 아니라 속이 메스꺼워 고생하셨다. 밥 대신 누룽지를 겨우 먹었으나 그마저도 힘들어하셔서 차라리 아픈 게 나을 것 같다는 말도 들었다. 나는 인터넷에 폭풍 검색을 해보다가 레몬을 얇게 썰어 입에 물고 있으면 메스꺼운 게 가신다는 글을 보고 하나 사 와서 드렸다. 구토 방지제를 먹어도 안 든다고 하시더니 다행히 레몬이 효과가 있어 한시름 놓았다. 그렇게 걱정스러운 며칠이 지나니 전처럼 팔팔해지셔서 집에 있는 게 갑갑하다고 매일 산책도 가고 국수가 먹고 싶다, 샌드위치가 먹고 싶다며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셨다.
웃음을 되찾은 엄마를 보면서 처음 산부인과에서 진단명을 듣고 집에 왔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는 정말이지 엄마 자신도 그리고 주변 모든 사람도 우리 엄마가 곧 죽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가만히 있는 찰나에도 암세포가 무럭무럭 자라나 엄마를 삼키고 있는 것 같은 불안감에 자다가도 심장이 콱 막혀 가슴을 팍팍 치며 일어난 순간이 정말 많았다. 그래서 병원에서 정확히 어디까지 전이가 됐는지 확실히 듣고 차근차근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지금이 제일 처음 아무것도 못하며 병원 예약일자나 기다려야 했던 지옥 같은 그 순간들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