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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Nov 15. 2024

이게 다 글 때문입니다

< 라라크루 수요질문 > 

❓ 라라크루 수요질문(2024/11/13)

라라크루 여러분은 어떤 마음으로 라라쿠르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마무리 시점에 무엇을 얻었는지 나눠주길 바랍니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교육자원봉사센터에 글쓰기 동아리가 생겼습니다. 그림책 봉사단을 이끄는 선생님께서 만드셨지요. 아이들의 독서와 글쓰기를 지도하고 있고 관련 책도 출간했으며 <EBS 60분 부모> 에도 출연하셨던, 전문가입니다. 선생님께서는 동아리라는 이름에 맞게 누군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함께 쓰는 즐거움을 공유하는 모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주저되더군요. 


먼저, 저는 <라라크루>에서 활동하고 있고, 글쓰기를 2019년부터 해 왔기 때문입니다. 이미 안정적으로 꾸준하게 글을 쓰고 있는데 또 다른 글쓰기 동아리에 참여하는 것이 부담이 되었습니다.

봉사자들과의 교류를 위해서인가를 고려해 봐도, 굳이 글쓰기 동아리에 들어갈 이유가 없었습니다. 센터 내 독서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는 터라, 봉사자들과의 친목 도모, 화합을 위한 또 다른 매개체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었지요.

하지만 제일 망설였던 이유는, 글쓰기에 관심은 있지만 낯설고 두려운 분들, 공개적인 글을 거의 써본 적 없는 분들과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과 함께하면서 책을 출간한 작가랍시고, 브런치 작가랍시고, 글 좀 써봤다며 거들먹거리게 될 제가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할지 말지 한참을 망설인 끝에 동아리에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어떻게든, 어디서든, 더 많이, 더 잘 쓰고 싶다는 욕망이 모든 이유를 압도했습니다. 글은 이미 제게 그런 존재가 되었던 것입니다. 


샤워를 하다 말고 물기도 못 닦은 채 휴대폰 메모창을 열어 도망가려던 상념을 붙잡아 끄적여두는 것. 

글 때문입니다. 

맛있는 음식, 맛없는 음식, 기쁜 일, 속상한 일 가릴 것 없이 삶의 자질구레한 모든 것을 까발리는 것.

글 때문입니다. 

매일 밥 먹고 똥 싸는 일은 거르지 않으면서 글 쓰는 일은 왜 거를까 자책하게 되는 것.

글 때문입니다. 


어린아이처럼 글 쓸 생각만 하면 신나고 글감이 떠오르지 않으면 시무룩해지는 마음이 오래갈 수 있던 이유, 글이 제 삶에 단단히 박힐 수 있던 이유는 라라크루 때문입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과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면서 온통 글얘기만 하게 된 것.

라라크루 때문입니다. 

일주일에 최소한 두 편은 꼬박꼬박 쓰는 일이 밥 먹고 똥 싸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 된 것.

라라크루 때문입니다. 

글을 사랑하고 글을 쓰는, 가장 내밀하면서도 개인적인 취미를 가장 극성스러운 방식으로 사람들과 공유하게 된 것. 

라라크루 때문입니다. 


삶이 조금은 덜 고단해지고 조금은 더 살맛 나게 된 것. 

글 덕분입니다. 

라라크루 덕분입니다. 


새로 시작하는 글쓰기 동아리 첫 모임에서 저는 저를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저는 이 모임에서 거들먹거림을 담당하려고 합니다. 여러분보다 글을 더 잘 쓴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많이 쓴 것을 자랑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누구보다도 글쓰기의 즐거움을 잘 알고 누구보다 꾸준히 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 점을 거들먹거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글쓰기의 재미를 알고 오래오래 함께 쓰도록 돕겠습니다." 


라라크루의 9기가 저물어가고 곧 10기가 시작됩니다. 6기부터 9기까지, 꼬박 1년 동안 라라밥을 먹고 글을 썼습니다. 그랬더니 어디 가서 거들먹거릴 수 있게 됐네요. 글 쓰는 걸 좋아하고 누구보다 꾸준히 쓸 수 있다는 것으로 말이지요. 

저처럼 어디 가서 글 쓰는 걸 좋아한다고, 꾸준히 쓰고 있다고 거들먹거리고 싶으신 분.

라라크루 10기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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