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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o Feb 22. 2020

기자단 탈락기

경남Dreamer 지원 후기

경남Dreamer를 지원하고 2월 20일(목)에 면접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오늘 나와서 이렇게 후기를 써보고자 한다. 사실 면접에 대한 후기라기보다는 내가 지금껏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일종의 자기반성, 자아비판, 고해성사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꿈 없이 살아온 한 사람의 탈락기라고 생각하고 읽어줬으면 한다.



처음 경남 FC의 경남Dreamer 활동을 지원하게 된 것은 순전히 그동안 쌓아놓은 것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학교를 다니며 어떠한 대외 활동도 하지 않았었고, 1년 뒤 졸업을 앞두고 있는 처지였다. 비록 아직 뭘 할지 조차 결정하지 못했으나, 어떤 대외활동이던 뽑혀서 해놓는다면 그래도 이력서든 자기소개서든 쓸거리가 생긴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K리그가 다른 스포츠보다는 인기가 덜하다는 점, 경남 FC라는 구단 또한 그렇다는 점, 처음 뽑는 것이기에 경쟁이 덜 할 것이라는 점 또한 고려했다. 



지원서를 넣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었다. 가장 먼저 내가 해당 활동을 열심히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들었다. 경남 FC의 홈구장인 창원축구센터까지는 자차로도 1시간 가까이 걸리고 대중교통으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한 비용적인 측면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었다. 나중에는 비용 부담으로 인해 활동에 소홀하지 않을까 하는 현실적인 고민이었다. 물론 지금 시점에서는 상당히 부질없는 고민이 되었지만.



뽑을지 말지 아무도 모르는데 그냥 일단 넣어보자고 생각하고 미친 척 원서를 집어넣었다. 이력서를 작성하며 텅 빈 자격증과 경력란이 마음에 걸렸다. 대학 신문사 기자생활 1년, 그것이 내 이력의 전부였다. 어쩌다 이렇게 살고 있는 건지 약간의 후회도 밀려왔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왜 이 활동을 지원했는지 명확하지 않고 그동안 해온 활동이 전무하니 분량도 적었고 게다가 대학부 기자였으니 대학 신문사 활동에 대한 이야기는 섞어서 쓰기도 애매했다. 그나마 아시안 게임 취재를 나갔던 경력이 있으니 그거라도 얼기설기 엮어서 대강 자기소개서를 완성했다. 포트폴리오도 제출하고 싶으면 하라고 하기에 기자 생활 1년 간 작성한 기사 중 그나마 대학부 냄새가 덜 나는 기사로만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제출했다. 그리고 바로 당일날 문자가 왔다. 



2월 20일에 창원축구센터로 와서 면접을 보라는 문자였다. 마감일에 그냥 대충 써서 집어넣었는데 덜커덕 1차를 붙어버렸다. 왜 1차를 붙었는지 이해가 안 갔다. 지인들에게 소식을 알리며 왜 붙었는지 모르겠다고 하니 그래도 다들 축하를 해줬다. 어찌 되었건 1차를 붙었으니 대략적으로 면접 준비를 했다. 경남 FC에 대한 정보를 중심으로 하나하나 메모하며 머릿속에 저장했다. 원래는 면접 날 멘토링이 있었는데 센터장님께 말씀드리고 멘토링을 재꼈다. 차라리 그냥 출근을 할걸.



운명의 면접날, 창원으로 향했고 면접장에 들어가서 대기를 했다. 조금 기다리니 면접실에 들어가자고 해서 면접을 보게 되었다. 5인 단체 면접이었고 면접관은 3명. 처음에는 1분 자기소개를 시켰다. 옆에 있는 사람이 자기소개를 하며 본인 경력 이야기를 시작한다. 거기서부터 직감했다. 아... 나만 준비가 안 된 사람이구나. 덜덜 떨면서 자기소개를 했다. 참 볼품없는 자기소개였다. 별 이력도 없으니 할 말도 없고 참 짧은.... 내 옆에는 타 구단 서포터즈 활동을 이미 했던 사람, K리그 대학생 기자단 활동을 했던 사람, 타 구단에서 유튜브 영상을 제작한 사람 등등 나보다 훨씬 더 훌륭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그 사이에서 내가 빛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본인이 어떤 역량을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들이 주로 나왔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술술 대답을 할 때 나 또한 최대한 매끄럽게 답변을 하려고 했으나 내용이 비어있는 것은 메울 수 없었다. 경력직과 신입이 동일 선상에서 경주를 하는 꼴이었다. 면접 결과는 자명했다. 예상도 그랬고 실제로도 그랬다. 넉넉하게 탈락했다.



예측했던 결과인데 그래도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고인물들이 참 많다는 것, 그리고 그 사이에 내가 파고들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솔직히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이 벽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꺼려졌고,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블로그에 글을 작성하기 위해 준비할 때, 그리고 작성한 글이 포스팅될 때마다 나 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느꼈던 순간들도 많았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블로그 등의 이용을 꾸준히 하지 않았었는데 이번 면접이 여러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줬다. 결국 자기반성이다.



나는 아직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아직도 졸업 후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정하지 못했다.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뭘 하고 싶은지도 확실치 않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해진 것은 이제부터 뭘 하던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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