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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민령 Aug 04. 2016

김제동

김제동 토크 콘서트를 다녀와서

지난 3월 생일을 맞아 김제동 토크 콘서트에 다녀왔다. 콘서트장에 앉는 순간부터 나갈 때까지 내내 웃었고 신선하면서도 따뜻했다. 시즌 7회까지 백회 넘는 공연을 하면서도 전석 매진인 이유를 알 거 같았달까.


김제동 콘서트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제동이 유명해지기 전인 2003년, 카이스트 축제에 김제동이 왔었다. 하필 그날 전자과 실험이 있었는데 실험을 못하는 편이었던 나는 언제나처럼 헤매고 있었다. 밖에서는 함성이 들리고, 다른 팀들은 이미 오래전에 떠나고, 아직 2학년, 축제가 설랬던 시절의 나는 몇 시간째 버벅거리고 있고... 우울했다. 꼴찌인가 꼴찌 직전으로 간신히 실험을 끝내고 나왔을 때는 저녁 10시 반. 떠들썩하던 바깥은 이미 조용해 졌고, 비까지 추적추적 내렸다. 축제 다 끝났겠다며 터덜터덜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이 그렇게 서글펐다.


그런데 가다보니 운동장 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거다. 혹시나 싶어 내려갔더니 김제동이 비 맞으면서 숨도 안쉬고 떠들고 있었다ㅎㅎㅎ 계약은 9시까지였다는데 11시 반이 넘도록 우산도 없이 주구장창 ㅋㅋ 고작해야 30분 정도 들었지만 얼마나 재미있고 고마웠던지 모르겠다. 13년 전이나 지금이나 자기가 못 생겼다고 투덜거리는 건 똑같드만. 아니 잘생기게 태어났으면 어쩔뻔 했나ㅋㅋㅋㅋㅋㅋㅋ


그때 그 30분이 인상깊어서 방학 땐 김제동 자서전도 봤었다. 군대에서 남들이 영어 공부를 할 때 자기는 사회자가 되고 싶어서 명언집을 봤다는 이야기, 매형에 대한 이야기, 자기 집을 부수는 아르바이트를 했던 이야기 등이 기억에 남았다. 한동안 잊고 있다가 노제 이후에 김제동 인터뷰를 우연히 보게 됐는데 답변이 분명하면서도 온당하고 사려깊었다. 단 몇 분만에 책을 많이 읽고, 생각도 깊이 (그냥 많이가 아니라) 하는 사람이라는 티가 확 났다. 저런 연예인도 있구나 싶어서 놀랐달까.


3시간짜리 토크 콘서트 내내 어떻게 혼자 떠드나, 게스트라도 초대하려나 싶었는데 공연 시작 전부터 끝까지 관객을 살려주는 공연이었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객석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고 존중하는 공연. 팀웍이 아주아주 좋아서 손발이 착착 맞아들어가야만 가능한 스타일의 진행이어서 더 멋있어 보였다. 실제로도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팀원들이 수시로 돋보이도록 만들었다. '드러나지 않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어떻게 살리는가' 하는 것이 내 고등학교 때 졸업연극과, 학부 뮤지컬 공연 때의 테마였는데 그 답을 설핏 본 것 같다.


쇼맨십이 있긴 했지만 스킬이라기 보다는 솔직함과 인간애로 보여서 보는 내내 마음이 편했다. 유재석 등 다른 연예인들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그들의 영상이 나오기도 했는데, '인맥'이라기 보다는 '인망'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더라. 인망... 네트워킹이니 인맥이니 하는 요즘은 잘 쓰이지 않는 단어다. 그닥 잘하지도 못하거니와 썩 내키지도 않은 네트워킹 보다야 인망이 훨씬 마음 편하고 사랍답게 들리네. 살아가려면 둘 다 필요는 하겠지만...


법륜스님의 말투, 가르침 및 즉문즉설식 진행과 윤도현의 쇼맨십이 토크 콘서트 곳곳에 녹아있었다. 김제동의 지나간 13년이 비쳐보였달까...


끝날 무렵에 <너라면 할 수 있을거야> 라는 노래를 스스로에게 불러주자고 하여 함께 불렀는데, 나는 노래를 부르는 대신 눈을 감고 가만히 들어보았다. 나즈막하게 부르는 누군가들의 노래가 참 다정하고 이뻐서 조용한 힘이 솟으면서도 좋았다.



김제동의 발표 스타일을 배우고 싶어서 간 공연이기도 했는데 그만한 가치를 한 것 같다. 너무 웃느라고 내용은 기억이 안 난다만 (ㅎㅎ) 스타일은 대충 파악이 된 듯. 나의 지난 13년을 만든 사람들이 떠오르는 구만. 앞으로 13년은 또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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