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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바위게들이 QWER 마젠타의 팬이 된 이유

"오! 나의 도파민 여신님" QWER 마젠타

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QWER의 첫번째 미니앨범인 <마니또>가 나온지도 몇 개월이 지나, 이제는 두번째 미니앨범인 <Algorithm's Blossom>이 9월 23일 발매를 앞두고 있습니다. 9월 3일 동대문역사문화공원 DDP에서 개최된 패션위크에 참가했던 QWER 맏언니 마젠타는 잠깐 빈 시간을 놓치지 않고 위버스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쵸단의 "자아알~ 들어보세요!"를 따라했습니다. 웃음을 곁들여서 말이죠. 이에 바위게들은 맏언니가 또다시 무력 리더를 도발했다며, 언젠가는 UFC 옥타곤 링 안에서 마젠타가 탭을 칠 날이 있을 거라 잔뜩 흥분했습니다. 시요밍이야 발이 빨라 도망이라도 잘 다니지만, 마젠타 언니는 날아드는 드럼 스틱을 피하기 어려울 겁니다.

한편 이날 저녁, 마젠타는 다음과 같은 글을 게시했습니다.   

음..."이제 이것 저것 왕창 쏟아질테니, 꽉 잡아!?" 이 멘트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일단 QWER 소속사인 3Y 코프레이션은 9월 3일부터 23일까지의 타임테이블을 공지했습니다. 이것만 해도 떡밥이 왕창 쏟아진 셈이죠. 하지만 저는 그 이상을 봅니다.

올해 3월, 저는 QWER에 정식 입덕했습니다. 그리고 4월에서 6월까지, <고민중독>으로 인한 "도파민 중독"에 푹 빠져 3개월을 매일같이 열광 속에 지냈습니다. 저 때 바위게(QWER 팬덤)였던 분들, 소위 "고민중독 입덕"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실 겁니다. 4월은 하루가 다르게 치고 올라가는 <고민중독> 때문에 열병을 앓던 시기이고, 5월에서 6월 초순까지는 대학 축제 때문에 날마다 레전드를 갱신하던 때였으며, 6월 내내 쏟아지는 각종 행사에 마젠타의 라이브 방송이 수면 부족을 불러오던 때였죠. 물론 그 뒤로도 사실상 "활동 휴식"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이제 진정으로 "큰 거 온다!" 시즌이 도래한 것 같습니다.

4월에 미니앨범 출시, 그리고 다음 달에 1학기 대학 축제...9월에 미니앨범 출시, 그리고 다음 달에 2학기 대학 축제...이제 감이 좀 오는 것 같습니다. 동일한 패턴입니다. 이른바 <고민중독> 시즌2가 슬슬 시동을 걸고 있다는 증거죠. 이제 알고도 당할 차례입니다. 그것도 아주 힘들고도 기쁘게 말이죠.


제가 8월에 바위게로 끌어들인 친구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40대 아재 친구는 가끔 제게 그럽니다. "야, 그런데 <고민중독> 활동 기간 때 재미있었다고 지나치게 자랑하는 거 아냐? 그거 좀 오버인데?" 그때마다 저는 친구에게 말합니다. "꽉 붙잡아, 이제부터는 QWER이 <고민중독> 때보다 몇 배로 정신없이 몰아칠 테니까!" 이제 경험이 쌓였고 팬층도 두터워졌는데, QWER이 있는 재주 없는 재주 다 폭발시켜야 할 때 아니겠습니까?

특히 마젠타는 라이브 공연을 한 뒤에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장시간 개인 방송을 했었죠. 9월 4일, 어떤 팬도 예상치 못한 <가짜 아이돌> 라이브 공연을 유튜버들 앞에서 마친 뒤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녀는 삐삐밴드를 연상케 하는 빨간머리 가발을 쓴 채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친구인 40대 뉴욕L이50대 아재 선배인 노원K, 그리고 20대 학부생인 "빵" 등 늙고 젊은 바위게들9월 23일 두번째 미니앨범 발매 이전에 충분히 자두는 편이 좋겠지요. QWER이 <Algorithm's Blossom>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수면부족을 피하기 어려울 테니까요. 마젠타야 밤새워 방송 및 연습을 하고 오전 내내 푹 자겠지만, 바위게들의 라이프 사이클이 그럴 수가 있겠습니까. 물론 저같이 늙은 바위게는 잠을 자지 않으면 큰일나니까, 라이브 방송의 스릴을 포기하고 다음날 출근길에 식은 떡밥을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빵"과 같은 20대라면 참죠.

게다가 9월 6일 현재, 상명대와 원주대, 그리고 전주대 축제 공연이 벌써 잡혀 있습니다! 요즘은 음악 공연을 동반한 대학 축제가 1년 내내...? 오히려 좋아!! 그냥 1년 내내 대학 축제를 이곳 저곳 해서 QWER을 열두 달 동안 쭉 볼 수만 있다면, 럭키비키 볼셰비키 한마바키잖아!

여하튼 그래도 짬밥이란 게 무섭다고, QWER 팬으로 한 시즌을 겪어본 저는 <고민중독> 시즌2가 재개된다 하더라도 페이스 조절을 할 자신이 있습니다. 4월에서 5월까지는 솔직히 저도 좀 힘들었거든요. 이렇게 전성기 박지성 2배의 활동량을 보이는 걸밴드가 있을 거라 누군들 상상했겠습니까. 하지만 <고민중독> 시즌을 경험해보지 못한 제 친구나 선배 바위게들은 그냥 9월 말부터 도파민에 휩쓸려 허우적대며 떠내려가겠지요. <킹덤> 새 시즌이나 <오징어게임 2>보다 더 기대되는 건 저뿐인가요? 사실 워라밸 유지를 위해, 넷플릭스 시청은 이미 포기한 지 오래입니다. 바위게들은 시간이 나질 않습니다, 시간이...


앞서 말했다시피, 제 곁에는 늙수그레한 아재 바위게들이 숨어 있던 돌멩이 에서 나와 슬금슬금 밍아웃하고 있습니다. 아직 숫자는 적지만, 늘어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사오십 대 바위게들과 이야기해 보면 손바닥을 마주친 듯 공감하는 포인트가 몇 있습니다. 매거진은 "40대 아재의 걸밴드 덕질" 주제이므로, 이번 기회에 40대 아재들의 덕질이 다른 연령대의 남녀들과 어떤 점에서 다른지 기록해놓고자 합니다. 아마 같은 바위게들조차도 낯설게 느껴질 점들이 있을 터인데요. 저는 QWER 팬덤 확장을 위해, 이런 포인트들을 정리해두는 작업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팬의 숫자를 늘리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겠죠. 첫째,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이 하듯이 특정 연령대의 팬 숫자를 국내와 해외에서 모두 늘리는 것입니다. 둘째, 다양한 연령대의 팬 숫자를 국내를 중심으로 늘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QWER의 해외 진출이야 기정 사실이겠지만, 밴드 음악의 특성상 다른 댄스 아이돌들처럼 해외에서 팬을 확장하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댄스 아이돌들이 다가가지 못한 연령대의 국내 팬층을 두텁게 한다면, 그 또한 확장이라는 점에서는 마찬가지가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만약 QWER의 잠재적 팬덤 범위가, 임영웅 팬덤처럼 돈과 시간에 여유가 있는 중장년에서부터 락을 좋아했던 노년까지 이른다면? 해외 팬덤 확장에 다소 시간이 걸린다 하더라도, 국내 기반이 더욱 탄탄해지지 않을까요? 임영웅의 영웅적 행보가 해외 팬덤 덕분은 아니지 않습니까.

특히 97세대(70년대에 태어나 90년대에 대학을 다닌 세대)의 경우, 20대 전후에 이미 H.O.T나 SES 등 아이돌에 빠져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잠재적 아이돌 팬덤으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지닌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특히 싱글족 등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혼자 사는 이들은 취미 생활에 더욱 집중할 터인데요. 이들의 구매력은 젊은 연령층보다 높을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저는 40대 이상 남녀들은 "청정 구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바꿔 말하면, 사십 대 이상 한국인들이 QWER 안티 활동에 매진하고 있을 가능성은 적기 때문에, QWER 팬이 되기 용이하다고 보는 거죠. 저와 비슷한 연령대의 그들은 "QWER 앨범을 사거나 공연을 보지도 않으면서 끊임없이 뭔가 증명하기만을 요구하는" 집단과 관계가 없습니다. 만성피로에 찌든 중장년들은 취미 생활에서조차 타인의 흠집을 잡고 늘어질 힘조차 없습니다. 업무 외적인 영역에서는 오직 긍정적인 에너지만 얻어가기를 원하죠.

40대 여성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만, 제가 속한 40대 남성들의 경우 아이돌을 안티질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때문에, 40대 이상 한국 남녀들은 참으로 매력적인 잠재 고객이죠. 물론 QWER이 중장년층을 위해서 따로 뭔가를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한 줌의 중장년 팬들끼리 알아서 "복음"을 전하면 그만이죠. 그래서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것(글쓰기)을 통해, 아이돌 덕질을 시작하기에는 부끄럼 많은 40대 아재들의 용기와 호기심을 끌어내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머글 아재를 QWER 덕후로 끌어들이는 "입덕문"으로, 저는 "오! 나의 도파민 여신님" 마젠타를 꼽았습니다.  


제 주변 아재 바위게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평가에 공감합니다. 히나는 "귀여운 딸" 이미지, 시요밍은 "장난꾸러기 조카" 이미지, 쵸단은 "바른생활 처제" 이미지, 그리고 마젠타는 "인생의 동반자" 이미지라고 말입니다. 물론 40대 아재 바위게들은 대부분 "올팬(모든 멤버들의 팬)"이며, 어느 한 멤버에게 지나친 애정을 보이는 악개(악성 개인팬)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들은 QWER을 알면 알수록, 마젠타에게 빠져든다고 입을 모읍니다.  

여기에서 예상되는 오해부터 불식시키고 가야겠습니다. 40대 아재 바위게들은 아이돌을 대할 때, 유사연애감정을 가지지 않습니다. 물론 이들 또한 20대에는 자신과 별로 나이 차이가 나지 않는 걸그룹과 사귀고 싶다는 망상에 빠지기도 했죠. 하지만 이제 나이 마흔을 넘기고 보니 "인생의 동반자"란 "평생 동안 서로 마음 편하게 이야기를 주거니받거니 하며 의지하고 지낼 수 있는 든든한 친구"를 의미하게 되었지요. 제게도 마젠타는 "배려와 이해심이 넘치는 마음 편한 동네 친구"같은 느낌입니다. 물론 마젠타야 이런 아재들의 생각에 몸서리칠 수도 있겠지만요. 여하튼 연령대에 따라 바위게가 QWER을 덕질하는 이유가 다양하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첫째, 대학생 때부터 아픈 부모님을 대신해 가장 역할을 했던 마젠타의 배려심은 보면 볼수록 두드러집니다. 9월 3일, 장성규가 진행하는 <아침 먹고 가 2: EP.22>에 게스트로 등장한 QWER은 영상 마지막에 각자의 목표를 밝혔습니다. 히나는 멜론 1등을 하고 싶고,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시요밍은 QWER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팬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죠. 쵸단은 드러머라는 뮤지션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밝혔죠. 마지막으로 마젠타는 "멤버들도 그렇고 계란 님도 그렇고, 뭔가 계속 증명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은 것에 대한 부담이나 스트레스가 많아서...멤버들이 더 이상 '뭔가를 증명해야 된다'는 이런 부담을 좀 언젠가는 그만 가지고 '이거 이거 해보고 싶다'라는 마음만 계속 가졌으면 좋겠어요"라고 답했습니다.

저는 직장 동료이자 50대 바위게인 노원K이 영상을 함께 시청했는데요. 두 아재 바위게는 마젠타의 대답을 듣고 무릎을 쳤습니다. "그래, 바로 저 마인드야! 역시 마젠타야!"

비록 마젠타가 '언젠가는'이라는 미래형 표현을 사용하기는 했습니다만, 마젠타는 이미 저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나는 베이시스트로 인정받아야만 해!"가 아니라, "4현 베이스도 튕겨보고 싶고, 5현 베이스도 연주해보고 싶고, 호른도 불어보고 싶고, 신디사이저도 쳐보고 싶고" 이런 아이(아희)같은 마인드를 가져야만, 마젠타처럼 하루를 48시간처럼 쓰면서 연습에 미칠 수 있다고 보았거든요. 그렇지 않고 계속 뭔가를 증명해 보이려 애쓸 경우, 마젠타의 말처럼 부담이나 스트레스가 커져서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하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QWER에게 증명을 요구했던 집단이 사실은 증명에 처음부터 관심조차 없었다면, 그 모든 노력들이 허망해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마젠타는 그런 자신의 생각을 앞세우는 대신,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는 쪽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데뷔 초부터 멤버들에게 엄마처럼 계속 음식을 해먹이고 다양한 식사를 배달시켜 함께 먹었던 마젠타의 고운 심성은 변한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그녀는 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종종 음료 쿠폰을 쏘기도 하는데요. 제가 다른 아이돌은 덕질해 본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는데, 팬들에게 시시때때로 식음료 쿠폰을 쏘는 여자 아이돌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육대(아이돌 육상 대회)"와 같은 대형 오프라인 행사를 찾아온 팬들에게 역조공 형식으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경우는 보았습니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개인적으로 식음료 쿠폰을 팬들에게 쏘는 경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다른 아이돌과 상관없이, 저는 마젠타가 진짜 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재 바위게들에게는 이런 인간 됨됨이나 마음 씀씀이가 외모나 춤실력 등 여타 요소보다 크게 다가옵니다. 20대 바위게인 "빵"의 경우, 가창력이 뛰어난 시요밍이 최애인데요. 모두가 QWER의 올팬이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 더욱 와닿는 포인트가 다른 점은 그것대로 인정되어야겠지요.  


둘째, 이왕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오랜 동네친구라면 유쾌한 편이 낫죠. 바로 마젠타가 그런 경우죠. 또 덕질 기억 회로를 돌려보겠습니다. 지난 2024년 8월 22일에 있었던 <2024 케이월드드림어워즈(2024 K WORLD DREAM AWARDS)>에서 QWER은 본상 및 베스트밴드상 등 2관왕이 되었습니다. <케이월드드림어워즈>가 끝난 뒤, QWER은 오랜만에 멤버 전원이 모여서 위버스 라이브를 했죠.

여기서도 QWER 확신의 개그캐 마젠타의 예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네 갈래 포크의 가운데 두 갈래를 뚝 부러뜨리며 두 손가락을 들고 "락앤롤!"이라고 외치는 데서, 저는 그녀의 독창적인 천재성을 보았습니다. 축하 파티를 위해 술을 가져왔다며, 서울커피우유를 "깔루아 밀크"라고 드립 치는 것 또한 매우 신선했습니다. 일단 "깔루아 밀크"라는 용어가 참으로 나오기 힘든데, 저는 어찌나 재미있는지 몇 번을 돌려보았습니다. 그녀는 경성대학교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영상에서도, 호른을 너무 불어보고 싶어서 "쿠팡"에서 주문하려고 했다죠. 이런 "전혀 허세가 없는" 약간의 쌈마이 느낌 드립을 저는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기타 대신 포크를 뿌시는 게 락이다!]
[마젠타의 "락앤롤"]

윗 사진에는 마젠타에게 기가 빨려 한숨을 푹 쉬는 "가짜 광기녀" 시요밍, 마냥 즐거워하는 "도파민 중독자" 히나, 무슨 일이 터져도 별로 놀라지 않는 "마이페이스" 쵸단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마젠타의 발상이야말로 소녀답고 하찮으면서도 아무도 생각해내지 못할 종류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물론 QWER 멤버들은 정글 같은 방송분량 싸움 속에 멘트 하나라도 더 집어넣어야 하는 공중파 예능 스타일은 아닙니다. 그냥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혼자서 마음껏 떠들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개인기를 원없이 펼치는 것이 그녀들에게 익숙한 스타일이죠. 그리고 저는 이런 개인 방송 스타일이 좋습니다.

탤런트가 아닌 예능인이 갓 데뷔했을 때의 신선함이 다한 뒤에도 롱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결국 개인기입니다. 이것은 타고난 재능이죠. 탁재훈이나 신동엽 등은 기발한 멘트를 짜내기 위해 밤새워 노력한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숨쉬듯 빵빵 터지는 멘트가 나오죠. 어쩌겠습니까, 독보적인 예능감을 타고난 걸요. 그리고 마젠타에게서도 그런 기운이 느껴지는건 저만의 착각일까요?


2024년 9월 5일 저녁 9시가 넘어, QWER은 제55사단 위문공연을 시작합니다. 한동안 라이브 방송을 보지 않다가 우연히 <위날> 채널에 들어간 저는 그야말로 로또 맞았습니다. 하마터면 레전드 라이브를 놓칠 뻔했죠. 비록 전날인 9월 4일에 비공개 형식으로 유튜버들 앞에서 신곡 <가짜 아이돌>을 연주했던 그녀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에서 짧은 영상으로만 남았던 그 공연은 다음날 용인시에서 열린 대형 무대를 위한 준비작업과도 같았죠. QWER은 "디스코드-고민중독-가짜 아이돌-별의 하모니" 등 그야말로 완벽한 세트 리스트로 위문공연 파이널 무대를 열광의 도가니 속에 마무리했습니다.

이날 음향은 악기들의 소리가 매우 강조되고 보컬 시요밍의 거의 생목에 가까운 목소리가 나간 특징이 있었습니다. 군대 위문공연 전문방송인 <위날> 사운드의 특징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스타일이기는 합니다. 다만 '<가짜 아이돌>이 음원 상으로 들었을 때 밴드 음악이라기보다는 아이돌 음악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하는 일부 음악 팬들의 우려를 한 방에 날려버리는 세팅이었습니다.

<디스코드>와 <고민중독>이야 부가 설명이 필요없죠. 하지만 여론을 매우 민감하게 캐치하는 QWER 운영팀은 지금까지 발표했던 QWER의 그 어떤 곡보다도 <가짜 아이돌>을 "밴드 음악"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저는 <FF클럽> 등 담배 냄새 절은 홍대 라이브 클럽 안에 선 채 눈 앞에서 라이브 공연을 보는 듯한 착각을 느꼈습니다. 악기들의 원초적인 울부짖음으로 가득했고, 그 날것의 울림 또한 손바닥만한 홍대 소규모 지하 라이브 클럽 느낌과 흡사했습니다. 솔직히 정말 이 정도일 줄은 저도 몰라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 퇴근 후 저녁도 제대로 먹지 않고 누워서 공연 영상을 보다가 벌떡 일어나 앉았습니다. 멤버 모두가 각자 보컬 파트를 소화했고, 제가 "넥스트 샤샤샤"로 주목 중인 쵸단의 "자아알~들어보세요!"는 마젠타가 방송에서 몇 번만 더 조롱하면(다시 말해 바이럴만 잘 된다면) 확실히 뜰 것 같았습니다. 그냥 "자아알~들어보세요"만 따로 챌린지를 해도 될 정도로 매력적인 파트입니다. 아울러 <가짜 아이돌>에서 히나와 마젠타 두 "기타즈"는 시요밍보다 앞으로 나와 발안무까지 맞춰 추더군요. 진짜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또한 예나 지금이나 QWER의 정체성 그 자체인 <별의 하모니> 앵콜공연이 남서울대학교 공연 이후 참으로 오랜만에 있었습니다. <봇치더록!> 기타리스트 고토 히토리 헤어스타일을 한 냥뇽녕냥 히나는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연주했던 기타 리프를 라이브로 들려줬고, 시요밍의 아련하고 청량한 목소리는 천지가 무너질 듯한 장병들의 떼창을 뚫고 멀리까지 퍼졌습니다. 솔직히 <고민중독> 시즌2는 두번째 미니앨범 발매일인 9월 23일부터 시작할 거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오! 나의 여신님들" QWER은 9월 5일부터 냅다 전속력으로 돌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아, 아, 아직은, 준비가 안됐다구요!" 그러나 여신들은 자비가 없습니다. 별 수 있나요, 함께 달려야죠!


한편 오늘 포스팅의 주인공인 마젠타는 이날 공연에서 최소한 3개의 매력 포인트를 보여주었습니다.

첫째, 마젠타는 자기 소개 자리에서 <가짜 아이돌> 복장의 특징인 빨간 가발을 가리켜 "쵸단의 주먹으로 빨개졌다"고 난데없이 드립을 날렸습니다. 불시에 일격을 당한 "피 주먹" 쵸단은 하도 어이가 없어, 옆에 선 채 과호흡으로 깔딱깔딱하고 있었습니다. QWER의 멘트 대장 마젠타가 드디어 자유자재 드립을 구사하기 시작했네요. 그녀와 함께 개그 듀오를 담당하고 있는 시요밍 또한 장병들의 에너지가 장난이 아니라며, 홍삼 먹고 왔느냐는 드립을 시전했습니다. 마젠타는 숙소에 끌려 들어가서 리더에게 "머리카락이 빨개질 때까지" 정훈교육을 받겠지만, 이제 입이 풀렸으니 페이즈3에서는 불꽃 같은 멘트의 향연을 보여줄 듯합니다.

둘째, 4현 베이스를 연주하던 그녀는 <가짜 아이돌>에서 5현의 베이스로 바꿔들고 덩실덩실 연주했는데, 오늘따라 유달리 강조된 베이스 소리는 고막을 녹였습니다. 아무래도 <위날> 음향 담당자가 "모아희단"인가 봅니다. 베이스 소리가 정말로 엄청났습니다. 오늘만큼은 아무도 마젠타를 "들리지 않는 자"라며 놀리지 않겠지요.

셋째, 언제나처럼 마젠타는 <별의 하모니>를 연주할 때면 눈가가 촉촉해집니다. <별의 하모니> 라이브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마젠타의 표정입니다. 적어도 그 몰입한 표정만큼은 가장 <별의 하모니>에 심취한 느낌을 줍니다.


역시 이래서 "오! 나의 도파민 여신님" 마젠타죠. 개그도 잘 하고 연주도 잘 하고 감동도 잘 하니, 어찌 사랑을 받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자, 그러면 여기서 퀴즈! 9월 5일 밤 9시가 넘게까지 공연을 했던 마젠타는 과연 귀가해서 팬들을 위한 라이브 방송을 했을까요, 안했을까요? 정답은 본문을 통해 추측할 수 있습니다!

최근 여러 영상에서 "자아를 완전히 내려놓은" 적극적인 자세로 큰 즐거움을 주고 있는 마젠타. 아재들까지 넉넉히 수용하는 폭넓은 그녀의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  

https://www.youtube.com/watch?v=nIlad2BJey8

[2024년 9월 5일 <페이크 아이돌> 위문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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