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1월 1일, 쵸단이 퇴원한 뒤 팬사인회로 복귀한 첫 날이자 그녀의 생일이죠. 저는 원래 생일 카페까지 방문할 계획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케이팝 팬덤 가운데 가장 엉뚱하고 유쾌한 팬덤인 바위게가 쵸단 생일을 기념해 위스키 바를 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맛있는 술을 찾아 마시는 것을 즐기는 제게, 위스키 애호가인 쵸단은 QWER 4인 중에서도 가장 친근한 멤버입니다(가장 먼저 알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QWER이 중장년 남성들에게 호감을 사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쵸단의 위스키 사랑이며, 장차 쵸단이 일본 산토리 위스키 모델이나 위스키의 성지인 스코틀랜드 아일라 섬 홍보대사를 할 수 있을 거라 믿었죠. 쵸단의 위스키 사랑은 제가 글을 써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거대한 아이돌 팬덤 시장(중장년 남성)을 상당수 접수할 수 있을 만큼 매력 포인트라고 여겼거든요. 젊은 인구가 급감하는 대한민국, 10대와 20대 젊은이들을 놓고 다른 대형기획사 아이돌들과 경쟁하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세대별 인구가 가장 많은 40대 이상 남성 시장이 무주공산인데, 이들을 코어 팬덤으로 만든다면? 임영웅에 이어 제2의 국내 지존이 탄생할 수도 있죠. 트롯트 팬층과도 겹치지 않습니다. 저는 만능 스포츠인이자 술과 격투기에 일가견이 있는 쵸단이 시발점이 될 거라 믿었습니다. "40도 미만은 술이 아니다?" 그냥 여신이죠!
그리고 역시나 "행동파" 바위게들은 달랐습니다. 아주 대놓고 케이팝 걸그룹 멤버 생일 기념 이벤트로는 역사상 최초로, 위스키 바를 열어버린 겁니다! 이러니 군필 여고생의 눈가에 감동의 눈물이 맺히지 않을 리가 있겠습니까? 그래, 이거지! 내가 이 맛에 바위게 하는 거지! 가수만큼이나 팬덤도 정신이 나갔다니까! 오늘날 사회 어느 분야에서 이렇게 순수하고 긍정적인 열정과 광기를 볼 수 있을까요? 그래서 오늘도 뉴욕에서 공부한 유부남 "스파이크"와 함께, 합정역 5번 출구 앞에 서고야 말았습니다.
오늘은 점심시간인 12시에 투어를 시작해서 13시 30분에 홍대입구역에서 지하철을 타기로 계획했었습니다. 총 3군데를 돌아볼 예정이었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로우필름 카페 & 조선 위스키> 한 곳을 둘러보는 데만도 시간이 모자랐습니다. 2주 전에는 1시간을 더 보태서 데뷔 1주년 기념 카페 3곳을 돌았었습니다. 하지만 <로우필름 카페 앤 갤러리>만 해도 즐길 거리가 많아서 시간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우선 제게 매우 익숙한 합정동 거리를 걸어 내려가, 스파이크와 함께 <로우필름 카페>에 들어섰습니다. 낯이 익은 선량한 바위게 분이 웃으면서 제게 입구를 알려 주었습니다. 주택을 개조한 고즈넉한 분위기의 2층 건물이 골목 안에 편안하게 자리잡았습니다. QWER 팬덤인 바위게가 되면서부터 부끄러움을 상실한 저는 일단 이런저런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부터 찍고 입장했습니다.
카운터 앞에 늘어선 줄 뒤에 섰는데, 촬영 중이더군요. 이제 저도 세상 밖에 얼굴이 알려질 때가 된 모양입니다. 하긴 <온 세상이 QWER이다> 출간을 앞두고 있으니, 벌써 계란 껍질이 깨져서 노른자가 흘러나온 형국이군요(관련 내용은 아이키&QWER 유튜브 콘텐츠 참조). 특전 세트 하나와 음료를 주문한 뒤 우리는 생일 카페 안을 탐구했습니다. 상당히 넓은 실내 공간 곳곳에 쵸단 관련 아이템들이 적절히 잘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몇분 뒤 위스키를 마셔야 하고 포토컵은 보관해야 하니, 음료수는 받자마자 가방에 넣었습니다. 이윽고 쵸단 쿠키를 테이블에 올려 놓은 저는 망설였습니다. 아니, 이렇게 이쁜 쿠키를 어떻게 부러뜨릴 수 있겠습니까!(사실 데뷔1주년 카페에서 받았던 QWER 쿠키도 아직 안 먹었습니다) 그래서 스파이크에게 대신 쪼개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평소 습관대로 아침식사를 안 했는데, 이거라도 안 먹었으면 위스키 마실 때 속을 버릴 뻔 했습니다. 음...쵸단이 이 때문에....
수다쟁이 40대 아재 둘이서 떠들다 보니, 시간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그 때문에, 쵸단 카페 내 사진들을 자세히 보지는 않은 채 자리에 앉았죠. 다음 날인 11월 2일(토), 쵸단이 직접 방문해서 이곳을 둘러보리라 어찌 짐작했겠습니까! 쵸단이 정성스레 놓인 아이템들에게 눈길을 주며 사인까지 하는 후기 사진을 보니, '그 때 좀 더 세심히 볼 걸' 하는 후회가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당시 저의 주된 목표는 <위스키 바>였기에, 30분 가량 카페에 머문 뒤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조선 위스키>까지 쉽게 찾아갔지만, 카페 2층에서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몰랐던지라 다시 되돌아갔습니다. 아재 바위게들은 뭘 해도 어설픕니다.
그래도 잘 꾸며진 2층을 보지 않았더라면 후회할 뻔 했습니다. 자원봉사자임이 분명한 바위게들이 햇볕이 잘 드는 2층 테이블에 앉아, '럭키드로우'를 권하더군요. 저와 스파이크는 하나씩 뽑았는데, 그는 포토카드를 그리고 저는 쵸단 키링을 득템했습니다. 이제 제 시커먼 직장인 출근가방에는 쵸단과 히나가 주렁주렁 걸렸습니다. 조만간 마젠타와 시요밍도 가방을 빛내주겠지요.
저는 평소 위스키를 마시지 않습니다. 결코 그 술이 싫어서가 아닙니다. 위스키를 좋아하는 제 친구들을 보면, 대부분 취침 전 빈 속에 혼자서 홀짝 마시고 자더군요. 그러다 보니, 속을 버리고 술 의존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물론 이는 위스키의 잘못이 아니며, 위스키 애호가들이 문제가 있다는 말 또한 아닙니다. 오히려 이는 철저히 개인적인 문제입니다. 위스키처럼 마성의 술을 저처럼 몰입하는 성격의 사내가 맛들이기 시작하면, 저 또한 빈 속에 홀짝홀짝 마시다가 탈이 날 듯했습니다. 그래서 애써 자제했죠. 그러다 보니, 라운지 바에 가 본 경험은 있어도 위스키 전문 바를 방문한 적은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제가 무심하게 걸어다니던 합정동 거리 지하에 이렇게 규모가 큰 위스키 바가 있는 줄을 몰랐습니다.
거의 오픈런 수준으로 방문했다 보니, 바위게들이 아직까지 많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는 바 구석에 가방을 던져놓고, 곤색 셔츠를 갖춰 입은 점잖은 바텐더에게 갔습니다. 저 메뉴판을 구성할 정도의 안목과 지식이 있는 것을 보니, 바위게임이 분명했습니다. 중장년 팬들을 다수 보유한 QWER에는 전문가 및 능력자들이 많습니다. 견과류와 초컬릿 기본안주까지 제공되니, 정말 치밀하고 꼼꼼하게 준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래 메뉴판을 보시면, 기본 메뉴에 "40도 미만의 술"은 없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죠. 역시 쵸단 팬!
1인당 3잔이 무료로 제공되었습니다. 우선 연두색의 티어1에서 저는 발베니 더블우드 12를, 그리고 스파이크는 탈리스커 10을 부탁 드렸습니다. 평소 온더락을 좋아하지 않는 우리는 스트레이트로 목구멍을 적시고자 했습니다. 제 입맛에는 발베니 더블우드 12쪽이 좋았습니다. 위스키 입문자가 느끼기에 가장 위스키스럽다고 느끼는 그 맛, 밸런스가 잘 잡힌 맛이었습니다. 탈리스커는 저같은 위린이(위스키 어린이) 또는 위알못이 생각하는 피트 위스키 특유의 강한 맛, 다시 말해 소독약과 스모키 향(탄 내)이 배어 있더군요. 순간 뜬금없이 "홍어" 생각이 났습니다. 입문이 어렵지만, 한 번 맛을 들이면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그런 맛 있지 않습니까.
티어2의 경우, 이름부터 티어1보다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라가불린" "아드벡" "금문고량주 블랙," 전부 상남자 또는 상여자의 포스가 풀풀 풍겼습니다. 금문고량주를 정말 좋아하고 블랙 라벨이라 하니 더욱 탐이 났지만, 오늘은 쵸단이 잘 마시는 위스키를 즐기는 날이라 참았습니다. 저는 아드벡 우가달(우거다일)을, 그리고 스파이크는 라가불린 16을 주문했습니다.
제가 촉이 좋았던 것일까요? 적어도 제게 맞는 위스키를 찍는 감은 오늘 있었네요. 4개의 위스키 가운데 아드벡 우가달이 가장 제 취향이었습니다. 한 모금 마시자 마자, 코와 입 안에 강렬한 향이 가득 차서 헛기침을 하고 말았습니다. 건포도, 사과, 다크초코, 스모크 향이 난다는 설명이 메뉴판에 있는데, 과연 달달한 초컬릿 향과 과일향이 코에 활짝 퍼졌습니다. 우리 둘 다 감탄했죠. 그래서 세 번째 잔으로, 둘 다 아드벡 우가달을 주문했습니다. 다만 저는 온더락에 물을 추가해서 미즈와리 스타일로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왜냐하면 좀 더 천천히 오래 마시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정밀한 저울에 무게까지 단 뒤에, 바텐더께서는 아드벡 우가달을 내주셨습니다. 위스키에 디캔팅 개념이 있을 리 없지만, 저는 차가운 물에 희석되면서 오히려 향이 오감을 압도할 정도로 강한 대신 섬세하게 퍼지는 느낌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제가 다음에 마실 기회가 있더라도 첫째 잔은 스트레이트로, 둘째 잔은 위스키 앤 워터 스타일로 마시고자 합니다.
이렇게 저는 홍대를 떠나야 할 시간에 가까워서까지 아드벡 우가달을 홀짝거렸습니다. 오후에 일정이 없다면 좀 더 있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조용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바위게들의 모습이 보기 좋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중화권 바위게도 보았습니다. 비록 소수에 불과했지만, QWER이 점점 아시아에서 인지도를 높여간다는 사실에 뿌듯했습니다. 아쉽지만 이제 낮술을 그쳐야 할 때입니다.
그런데 바텐더의 호의로, 저는 지금까지 만난 것 중 최고의 위스키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쉬워하는 제 표정을 읽었는지, 바텐더 바위게께서는 강한 술을 좋아하시냐며 선물로 한 잔 더 권하셨습니다. 시간이 간당간당했지만, 쵸단의 애호 위스키에 도통하신 이 바텐더 바위게의 호의를 거절한다면 예의가 아니겠죠. 위스키 까막눈인 저와 스파이크에게, 바텐더 바위게는 보기만 해도 위엄이 넘치는 "아드벡 코리브레칸"을 꺼냈습니다. 아드벡 우가달보다 도수가 더 높은 상위 레벨의 위스키였습니다. 술이 센 편이라 알코올 도수에 놀라지는 않았지만, 우가달과 얼마나 다른 맛을 낼까 호기심이 솟구쳤습니다. 그리고 코리브레칸을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이건 뭐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가달보다 도수는 높은데도 훨씬 부드럽게 넘어가고 은은한 향이 천천히 입과 코 전체에 퍼지는데, 아! 이래서 좋은 위스키를 마시는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위스키 애호가가 아닌 저는 잭 다니엘이나 조니 워커 등 위스키 까막눈들조차도 아는 술만, 지인들이 가져오면 함께 마신 정도였는데요. 아드벡 코리브레칸은 감동 중의 감동이었습니다. 도수가 무려 57.1도! 옆에 놓여 있던 금문고량주 블랙이 58도이니, 거의 차이가 없네요. 역시 위스키의 세계는 무궁무진합니다. 그렇게 바위게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용기, 노력이 가득한 위스키 바를 즐거운 마음으로 나설 수 있었습니다.
위스키 4잔을 마시고 나니, 점심 식사를 하지 않았는데도 오후 내내 든든해서 저녁 식사 때까지 배고픈 줄을 몰랐습니다. 솔직히 취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래서 아이돌 분들이 위스키를 마시는구나, 했습니다. 안주와 같이 마시지 않으니 살이 찌지 않고, 심지어 배고픔마저도 어느 정도 상쇄되니까요. 하지만 그 대신 위벽을 내줄 수도 있겠지요. 함께 갔던 스파이크가 저녁 때 카톡으로, 자신 또한 위스키의 세계에 빠져들 것 같다고 보내왔습니다. 심지어 다음에는 둘이서 행사와 상관 없이 위스키 바에 가보자고 제게 권했습니다.
제가 후기를 읽어보니, 쵸단 위스키 바를 방문했던 바위게들 상당수가 위스키의 세계에 눈 떴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군요.쵸단과 QWER의 마케팅 위력을 보십시요! 제가 위스키 제조사라면, 쵸단을 모델로 세워 팝업스토어를 열거나 "시즌 한정 쵸단 에디션"을 선보이겠습니다(쵸단만 좋다면 말이죠). WMC나 후아유 등 지금까지 QWER과 콜라보를 해서 실패한 사례가 없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시도하지 않죠? 일해라, 주류 업계!!
한편 11월 2일 새벽, 쵸단은 자신을 걱정해준 팬들을 위해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평소 쵸단의 방송 스타일대로 무난하게 조용히 흘러가던 방송은, 생일 축하를 위해 들른 멤버들로 인해 역대급 막장 방송이 되었습니다. 6월 2일 전설의 마젠타 생일 축하 방송 이후 최고였죠. 그래, 바로 이거죠! 솔직히 그동안 방송 막장 레벨이 많이 낮아져서, 도파민 중독자인 저는 좀 심심하던 차였습니다. "오리고~지리고~렛잇고"나 "C바오야!"가 나올 때가 가장 행복했는데 말이죠. 그래도 이제 음악방송 3관왕이니 체통을 지키는 것도 필요하겠구나,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마젠타와 시요밍의 폭주 스타일은 죽지 않았습니다. 무서울 정도로 철저하게 식단 조절을 하는 쵸단은 급성위염으로 쓰러졌는데, 쵸단의 볼에 묻은 생일케이크를 화장품과 함께 닦아 먹는 마젠타는 멀쩡했습니다. 역시 유전자는 이길 수 없습니다. 한편 냥뇽녕냥 히나에게 "땀순이" 타이틀을 빼앗기고, 박치기 대결에서 지고, 이번 방송에서 몸빵 대결에서조차 비참하게 밀린 시요밍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습니다. 급기야 "나쁜 손"으로 히나를 더듬는 만행을 보여줍니다. 심지어 방송천재 마젠타는 히나의 하의가 실종되었다며, 오히려 히나의 상의를 들어올려 배꼽티 스타일로 만들어 버리려 했습니다. 어떻게 담요로 하의를 가리는 대신, 저 짧은 순간에 상식을 뒤집는 발상을 할 수 있는지!
새벽 감성의 잔잔한 방송을 하던 DJ 쵸단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 이들을 내쫓았습니다. 마젠타는 "이 쉐퀴들아!"라고 외치면서 유체이탈 춤을 췄고, 쫓겨나가면서 "내 이름 맑음!"이라 외쳤습니다. 역시 방종(방송 종료)의 여왕, 누렁이 DNA 보유자 코아희답습니다. 놀랍게도, 방송 유경력자 쵸단은 이 난장판 이후에도 몇 십 분 동안 꾸준히 조용한 방송을 이어갔습니다. 모아희 스타일 방종에 익숙한 제게는 신선했는데요. 그녀는 제가 이번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메아리>와 함께 예상 가능한 방식으로 방송을 종료했습니다. 역시 각자의 스타일이 있는 거죠. 쵸단은 쵸단답게, 젠타는 젠타답게!
한편 방송 전반부에서 쵸단은 바위게들에게 자기 대신 쵸바(쵸단 위스키바)에서 많이 드시라고 권했습니다. 또한 쵸단은 아드벡 우거다일(우가달)도 좋아하지만, 코리브레칸을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솔직히 위스키 바에 있었을 당시에는 "코리브레칸"이라는 이름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병 사진을 찍어놓은 덕분에 확인이 가능했죠. 쵸단이 좋아하는 코리브레칸을 접할 수 있어서, 위스키 바를 운영한 바위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만약 QWER을 출입국 사진으로만 접할 수 있다거나 해외 투어 성적을 뉴스만으로 접할 수 있다면, 제가 그녀들과 팬덤에게 "감사할" 일은 많지 않았을 겁니다. 2024년 현재, 한국의 어느 팬덤도 바위게처럼 자기 가수를 오프라인에서 실물로 자주 볼 수 없습니다. 일주일에도 오프라인 일정이 3-4개이고, 그 때마다 실황 중계·고화질 직캠·사진은 기본이요 기타 상상할 수 없는 영역에서 바위게들의 활동과 성과가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감사하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바위게의 입장에서 볼 때, QWER의 성장 못지 않게 그녀들의 팬덤인 바위게의 "영역전개" 또한 재미있습니다. 이는 팬덤의 규모나 구매력의 문제가 결코 아닙니다. 그간 케이팝 팬덤은 기부나 봉사활동 등 선행을 많이 했습니다. 이런 선한 영향력은 케이팝 팬덤 문화의 긍정적인 측면입니다. 그런데 바위게는 여기에 "재미와 엉뚱함, 기발함"이라는 전대미문의 팬덤 테마를 더했습니다. 그룹 멤버인 쵸단이 위스키를 좋아한다니 위스키 바를 오픈하고, 그녀가 복싱에 뛰어나니 아예 샌드백을 생일 카페에 설치했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생일 카페를 방문한 그녀는 기어코 글러브를 끼고 샌드백을 두들겼죠. QWER과 바위게는 진심으로 "놀 줄 압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학계 일부에서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어린아이처럼 뛰노는 "어른이"들 사이에서 대립이나 갈등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호기심을 끌었기 때문입니다. 바위게들을 비롯한 호모 루덴스는 어떻게 하면 함께 끝내주게 놀 수 있을까 고민하며, 그 과정에서 괄목할 성과를 냅니다. 쵸단 위스키 바를 준비하는데 어찌 어려움이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좋아하는 쵸단을 위해서 전부 하나 되어 힘든 줄도 모르고 무급으로 자신의 시간을 들여 "즐겼죠."
놀이하는 인간, 그리고 "축제하는 인간(호모 페스티부스 Homo Festivus)"이야말로 인간의 본연인 인간다움에 가장 가깝습니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나 현대카드 콘서트, 마산대학교 축제 등에서 목이 터져라 QWER을 응원하며 하나가 되었던 바위게들은 "축제하는 인간"이 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알고 있습니다. "함께 놀 줄 모르는 인간"들이 득실대는 정치계 등은 그렇게 갈수록 세상과 괴리되며 세상 사람들에게 외면 받습니다. 반면에 "QWER 현상"은 "놀 줄 모르는 인간"에게 "놀이하는 인간"이 보내는 따뜻한 긍정과 포용의 메시지입니다.
그리고 "놀이"는 인간 본성입니다. 이 세상에 놀 줄 모르는 꼬마는 없습니다. 모두 "진지충"이 되어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에 눌려자신의 놀이 본성을 억압했고, 그 과정에서 불행해졌을 따름입니다. 하지만 "놀 줄을 몰라 노잼이 되어버린" 세상을 비판하기에는, 시간이 너무도 아깝습니다. 설득보다는 행동이 빠릅니다. 엉뚱한 괴짜 팬덤인 바위게는 제게 있어 "놀이 전도사"나 다름없습니다. 냥뇽녕냥 히나 생일 등 다양한 QWER 행사가 대기하는 가운데, 이들이 또 얼마나 상상을 뛰어넘는 기발함을 발휘해 멋진 이벤트를 마련해서 세상을 놀라게 할지 기대가 됩니다. QWER과 바위게 연구야말로 진정 21세기에 필요한 인문학입니다.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