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WER 2025년 10월 3일 금요일 콘서트 후기 (4)
https://brunch.co.kr/@joogangl/730
(지난 편에 이어)
QWER의 <소다(SODA)>는 제 기준으로 세계 락 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곡입니다. 베이스와 드럼을 비롯한 악기 소리도 맛있습니다만, 인류 역사상 유일무이한 '스쿨존 창법'의 기타리스트가 인트로를 열고 중간에 랩을 합니다. QWER의 기타리스트 히나는 항공운항과에 입학해서 스튜어디스를 꿈꿨으나, 미취학 아동 목소리로 인해 기내 안내 방송 수업 때 많은 핀잔을 들었습니다. 그녀의 보석 같은 목소리는 결국 기내 방송용이 아니었죠. 이제 초등학생들은 히나를 '소다 언니'라고까지 부릅니다. 그리고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듯한 우렁찬 목소리의 수컷 바위게들 또한 이 귀여운 곡을 미친 듯이 좋아합니다.
<고민중독>이나 <내 이름 맑음>은 타 밴드의 커버 연주가 가능합니다만, 이 곡만큼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AI를 넘어선 휴먼, 장나영의 목소리 재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오직 QWER만이 가능한 rock 음악이 바로 <소다>입니다.
통상적으로 가수가 노래할 때 팬들이 하는 응원은 한 두 단어에 그치거나, 간주 부분에 진행됩니다. 왜냐하면 가수의 노래를 방해해선 안 되며, 본인 또한 가수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싶기 때문이죠. 하지만 <소다> 도입부는 참으로 희한합니다. QWER 팬들 모두 히나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트로의 랩은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전부 따라 하거든요. 짧은 랩도 아니거니와, 솔직히 외우기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워낙 많이 듣다 보니, 그냥 저절로 암기해 버린 케이스죠.
콘서트 <소다>의 백미는 히나의 '보컬로이드를 뛰어넘는 귀여운 목소리'와 수천 명 수컷 바위게들의 '동굴 같은 저음'이 함께 터진다는 것이죠. <소다>가 아니라면, 시커먼 수컷 바위게가 또 언제 "Bubble, bubble, 보글, 보글!"이라는 말을 해 보겠습니까? 그러니까 달려야죠! "Q is for cuties, everybody loves me!"
열정적인 <소다>에 이어 등장한 곡은 QWER에게 음악방송 3관왕을 안겨 준 <내 이름 맑음>입니다. 비록 새로이 편곡된 인트로는 낯설지만, 히나가 서둘러 키보드 쪽으로 걸어가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죠. 멤버 4명의 이름을 연호하는 응원법이 이 곡에서 처음 등장했죠. 물론 이름 연호 응원법은 QWER이 만들었지만, 역시 이 곡의 백미는 바위게들이 창안한 "띠리리릿띠!"이죠. 그리고 이제 짬밥이 찰 대로 찬 바위게들은 "띠리리릿띠!"를 외친 다음에는 반드시 히나(장나영)의 얼굴을 살피죠. 왜냐하면 히나는 이 파트에서 웃음을 절대 참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활짝 웃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웃음을 참고 큭큭대는 표정이 포인트죠.
이 곡에서 처음으로 리드 기타를 잡은 시요밍이 <알블> 쇼케이스 때 "뿌에엥~!" 하고 우는 장면은 전설로 남았죠. 이제 그녀는 대성통곡하는 대신, 당당히 앞에 서서 기타를 연주합니다. 이렇게 가면 갈수록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성장형 밴드' QWER만의 매력입니다. 아, "예전처럼 옆에서 밥 먹어도~"의 쵸단 볼빵빵 보컬, 그리고 "사실 난!" 파트에서 빙글 돌며 안드로메다로 날아갈 기세의 '젠타 턴' 또한 절대 놓쳐서는 안 됩니다!
<큐떱투어> 여행사에서 여행 콘셉트에 대한 난상 토론이 이어지고 돌 사원이 '소용돌이쳐 어지러운' 상황을 보여주는 VCR이 끝난 뒤 이어진 무대는... 바로 <고민중독>과 <메아리> 등 '대낮의 벅차오름' 계보를 잇는 명곡 <디데이(D-Day)>입니다. 저는 '벅차오름'을 유독 좋아하는 '벅차오름 파(派)'인지라, '낮 계열 벅차오름'과 '밤 계열 벅차오름(대관람차, 불꽃놀이, 별의 하모니)' 곡들에 푹 빠져 삽니다.
QWER의 팬이 아닌 일반인들은 <고민중독>을 QWER의 정체성으로 알고 있기에, <메아리>나 <디데이>를 들으면, "이거 딱 QWER스러운 곡이네요."라고 말하죠. 일본의 '미세스 그린 애플'처럼, 삶에 지친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 설렘과 벅차오름을 불어넣는 국민 걸밴드가 QWER의 현재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
대중성을 중요시하는 우리은행이라는 대기업에서 (타이틀곡이 아닌 수록곡인) <메아리>를 CM송으로 채택하고 뮤직비디오까지 낸 이유는 QWER의 '밝고 벅차오르며 함께 가는 이미지'를 중시했기 때문이죠. '펩시'가 전 세계 대중에게 판매하는 마운틴듀, 그 음료의 모델인 QWER이 노래하는 <Play! We! Dew!> 또한 '벅차오름' 계열의 곡입니다.
항상 똑같은 스타일의 곡을 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됩니다. 하지만 초기 정체성 확립은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모든 분야 '브랜딩'의 기본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대중이 원하는 모습만 따라갈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QWER은 대중이 원하는 이미지와 가수의 타고난 정체성이 일치하는 매우 보기 드문 케이스입니다. QWER이 '홍지혜, 이아희, 장나영, 이시연'다운 음악을 한다면, 앞으로도 대중의 사랑을 잃을 일이 결코 없을 것입니다.
내친 김에, <디데이>의 포인트인 시요밍의 귀여운 율동을 매니저 '쇠쇠' 버전으로 감상합시다. 그녀는 콘서트장 주변에서 춤 연습을 하다가, 많은 팬들에게 들켰는데요. 역시 심심해서 연습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디데이>에 이은 무대는 바로 QWER 최근 앨범의 복병인 <행복해져라>입니다. <난 네 편이야, 온 세상이 불협일지라도(난네온불)> 앨범이 발매되었을 때, 수록곡 중에 예상치 못하게 순위가 높았던 곡이 바로 <행복해져라>입니다. 물론 곡 자체가 사랑스러운 데다, 락킹하다기보다는 카페에서 BGM으로 틀기에 좋은 분위기였다는 점이 인기의 주요 원인이었겠죠. 많은 팬들이 이 곡을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이 곡의 라이브 무대는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소다>와 <검색어는 QWER>의 아성을 위협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곡을 시작하기에 앞서, 기타리스트 히나는 이 노래만을 위한 박수 응원법을 바위게들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쿵짝, 쿵짝, 쿵짝짝, 쿵짝!" 바위게들은 음악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곧잘 따라 했습니다. 하지만 QWER은 바위게들을 너무 높게 산 모양입니다. 본격적으로 <행복해져라> 무대가 시작되자마자, "쿵짝짝, 쿵짝"이라는 엇박자까지 따라 하며 무대를 감상하기에는 벅찼습니다. 결국 저는 마지막인 일요일 콘서트에 "쿵짝!"은 포기하고, 얼이 빠질 정도로 귀여운 그녀들의 무대를 보며 환호했습니다. 특히 "들썩들썩" 파트에서 시요밍과 마젠타가 어깨를 둠칫둠칫하는 안무를 보고서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몰매를 맞을 각오를 하고 소신발언하자면, QWER이 직접 만든 응원법 가운데 일부는 흐지부지되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객석에 앉은 바위게의 입장에서 응원법을 짜 볼 기회가 없기 때문인 듯합니다. 실제 응원하는 바위게들이 무대에 집중하면서도 쉽게 할 수 있는 응원법이라야 실효성이 있지 않을까 싶네요. 하지만 응원법이야 뭔 대수입니까. QWER의 무대가 최고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QWER은 아이돌에 도전하다가 '피프티피프티'에게 밀리는 자체 콘텐츠를 최근에 선보였고, 뒤를 이어 YB(윤도현 밴드)를 만나서 밴드 정체성을 확인했습니다. 비록 도파민이 넘치는 영상이었지만, QWER이 넥스트 챕터부터는 '아이돌'이 아닌 '밴드'로 승부하겠다는 결의를 보였다고 여겨집니다. 다만 <검색어는 QWER>이나 <행복해져라> 등 아이돌조차 소화하기 힘든 귀여운 곡도 능숙히 해내는 밴드지요.
지난 수십 년 동안 인간 본성에 어긋나는 이데올로기가 유행하면서, 여자 아이돌이 귀여운 퍼포먼스를 하는 광경을 아니꼽게 평가하는 시선이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서, 인간 본성에 어긋나는 왜곡된 이데올로기는 점차 힘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거든요. 아래 책이 전하듯, 사람들은 그냥 '귀여워서 삽니다.' 별 다른 이유가 필요 없는 까닭은, 그것이 바로 인간 본성이기 때문이죠.
최근 '걸크러시'가 유행하면서, 여자 아이돌조차도 이렇게 귀여운 곡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서브 컬처에서 피어나 마이너 기획사에서 성장한 QWER은 별 다른 눈치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수컷 바위게들 또한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느라 칭찬마저 삼가는 하(下)남자가 아니죠. QWER은 Super 귀엽고, 그녀들의 음악은 'Super 이끌림'입니다. 예쁘고 귀엽고 다 하는 QWER을 바위게들이 사랑하지 않을 수 없죠.
멋진 뮤지컬 형식의 <행복해져라> 무대는 QWER 멤버들의 정중한 인사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잠시 불이 꺼진 공연장 안은 식지 않은 열기가 떠다녔습니다. 이런 가운데, QWER의 리더 쵸단은 "여러분, 이 노래는 여러분들이 함께 불러주셨으면 좋겠는데요."라고 운을 떼었습니다. 이어서 흘러나오는 "Oh-woah, oh-oh." 바로 QWER 음악에서 '초저녁의 벅차오름'을 담당하는 <대관람차>입니다. QWER의 모든 공연을 통틀어 최초로, 그녀들이 '함께 불러달라고' 요청한 곡이 되었습니다!
순간 해질 무렵 노들섬에서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대관람차> 버스킹을 즐겼던 추억이 솟아올랐습니다. <대관람차>는 천하의 명곡입니다. 뭔가 몽글몽글하게 벅차오르는 감성을 느끼고 싶지만 <고민중독>이나 <메아리>가 지나치게 밝다고 느낄 때, 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관람차>를 듣습니다. 그래서 QWER이 이 곡을 함께 불러달라고 요청할 때 그만 눈물이 치솟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수천 명의 바위게들과 함께 이 곡을 부르니, 그 거대한 감정의 물결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QWER 음악의 핵심 키워드는 '함께'입니다. QWER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별의 하모니>는 "너와 함께라는 이유로"라고 노래하죠. 쵸단의 무릎 부상으로 인해 이번 콘서트에서 볼 수 없었던 <달리기>는 "밖으로 같이 나가자!"라고 손을 내밀죠. 4명 멤버가 멋진 하모니를 이루는 팬 헌정송 <Yours Sincerely>는 "우리 함께 하는 순간이 영원할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해."라고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QWER이 함께 부르기를 요청한 <대관람차>는 "언제라도 함께해 줘, 이 시간들 위로. 수백 번의 오늘이 와도, 마주 보며 웃을 수 있게."라고 마주 보며 말하죠.
'자아비대증 환자'가 넘치고 '각자도생'이 상식인 세상에서, QWER의 '함께'라는 메시지는 그만큼 귀하고 소중합니다. 참고로 금요일 콘서트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불렀는데, 마지막 일요일 콘서트의 경우에 바위게들은 처음에 따라 하다 나중에는 QWER의 무대를 감상하더군요. 어쩌겠습니까, 끝까지 따라 부르기에는 QWER의 공연이 너무 멋진 걸요!
눈물을 못 참은 <대관람차> 무대가 끝난 뒤, QWER은 "이제 공연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라고 운을 떼었습니다. 바위게들은 귀를 의심했죠. "아니, 뭐라고? 이제 막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막바지? 그냥 싸이 공연처럼 지쳐 쓰러질 때까지 하면 안 될까!" 하지만 가능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QWER은 야속하게도 "지금까지~ QWER이었습니다!"라고 인사를 해버렸습니다.
워낙 예상치 못한 작별 인사라, 바위게들은 웅성거렸습니다. 아, 아니다, 수컷 바위게들은 이미 예상치 못한 작별 경험이 많을지도? "오빠, 오빠는 참 좋은 사람이야. 하지만..." 그래도 (가상의) 옛 여자친구와는 달리, QWER은 앵콜 무대로 돌아오겠죠? 헤어질 생각에 벌써부터 눈물을 못 참는 바위게들을 위해, QWER은 <눈물참기>를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바위게들은 목이 터져라 외쳤습니다. "홍지혜! 이아희! 장나영! 이시연!"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