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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레오 Apr 03. 2020

05 간결하고 구체적이며 감각적으로

사장의 네 번째 글쓰기 가르침

어느 보고서를 들고 가더라도 사장으로부터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여러 번 수정 과정을 거친다. 사장은 고쳐야 할 사항을 여럿 일러주고 난 뒤 꼭 당부 말을 덧붙인다.


“간결하고 구체적으로 작성하여 보는 사람들이 감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보고서를 정리해주세요.”


처음 이 말을 직접 들었을 때 어안이 벙벙했다. 간결하고 구체적인 표현이 가능한가? 간결하게 쓰면 담을 수 있는 내용에 한계가 있게 마련이고 구체적으로 쓴다면 길어질 수밖에 없을 텐데, 둘은 모순되는 말 아닌가? 게다가 감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무슨 말인가 싶었다.
 
사장은 이따금 말없이 보고서만 뚫어져라 쳐다볼 때가 있다. 고민이 깊으면 한 장에 5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사장은 보고서 내용을 보며 어떻게 설명할지를 그려본다고 한다. 말이 꼬이거나 표현이 이상한 부분을 잡아내고 장황하고 모호한 내용은 걸러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숙고를 할 수밖에 없다.


사장의 보고서는 한 번 꼬이는 순간 모든 게 끝장난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표현이 안되어 있거나, 앞과 뒤의 내용이 개연성이 부족하거나, 비슷한 메시지가 중언부언된다면 보고하는 사람, 보고 받는 사람 모두 힘들다. 간결하고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글쓰기가 필요한 이유다. 사장은 간결하고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하여 다섯 가지 원칙은 반드시 고려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 줄 이상 넘기지 말 것


핵심 메시지는 한 줄로 끝나야 한다. 줄이고 줄여도 불가능하다면 최대 두 줄이다. 세 줄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부가 설명이 필요하다면 목록을 변경하여 하위에 글자 크기를 낮춰 표현한다. 우리는 모두 바쁜 사람 아닌가? 한 줄이 넘어가면 감각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중언부언하지 말 것


앞에서 나온 내용을 뒤에 재 진술하는 건 금기다. 물 흐르듯 보고가 이어지는 연결이 중요하다. 했던 이야기가 뒤에 다시 나오거나 앞 뒤로 왔다 갔다 해야 이해가 되는 구성은 최악이다.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압축해서 한 장에 메시지 하나를 담아야 한다.  



시간, 장소, 금액을 넣을 것


구체적인 시간, 장소, 금액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용이 공허해진다. 예를 들어,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하여 전기차 소재 공장을 증설할 예정이라는 내용을 쓴다면, “전기차 소재 공장 증설 추진(300억/독일 공장, ‘23년 사업화 예정)” 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형식에 따라 판매량, 생산량, 고객 수, 경쟁사 이름처럼 명확한 정보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도 있다.



단어 선택에 주의를 기울일 것


에둘러 표현하거나 대충 쓴 단어는 혼동을 중 수 있다.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나타낼 수 있는 단어와 표현을 사용하여야 한다. 앞으로 반드시 할 것이라는 건지, 단지 검토를 해보겠다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이미 쭉 해오고 있다는 것인지를 분명하게 구분하여야 한다. A 사업을 매각하는 걸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면 “A 사업 매각 검토”라고 명확하게 써야 한다. “A 사업 매각 추진”, “A 사업 매각 진행”, “A 사업 매각 계획”처럼 표현한다면 의미가 달라져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다.



메시지로 표현할 것


파워포인트로 보고서를 작성하다 보면 형식에 치우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박스나 화살표나 각종 도형으로 지나치게 내용을 구조화하면 정작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헷갈린다. 사장은 보고서에서 박스를 전부 제거하고 글만 남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과한 형식은 메시지를 망친다.





 
지난한 사장의 검토 과정을 마치고 프린터에 출력 버튼을 누를 때면 드디어 끝났다는 해방감과 함께 이 어려운 걸 또 해냈다는 이상한 성취감이 밀려온다. 그렇다고 다음 보고서가 나아지는 건 아니다. 우리는 늘 똑같은 말을 듣는다. “간결하고 구체적이며 감각적으로 작성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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