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부서로 옮기게 됐다구요?"
매니저에게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내 마음속에선 무언가 강하게 치밀어 오르는 것이 있었다.
이제 뭔가 손발이 좀 맞아가나 싶었던 참이었는데....
4년을 함께 한 후배가 갑자기 다른 부서로 옮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왜 갑자기냐고?
최근 회사에서 운영 중인 프로그램인데,
매니저가 Job을 Open 하게 되면 지원자가 지원을 한다.
최종적으로 Job을 Open 한 매니저가 승인을 하게 되면
별다른 추가 절차 없이 하루아침에 부서가 바뀌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원래 일하던 부서에서는 그 사람을 잡을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뭐 이런 거지 같은 제도가....
퇴근하기 직전에 매니저도 메일로 통보를 받았던 참이다.
그래서 나에게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갑자기 나에게 먼저 차를 마시자는 후배.
"오랜만에 오붓하게 차 한 잔 하고 싶어서요."
왜 그러는지 알았기에, 그 말에 대답을 굳이 만들어내지는 않았다.
그리고 무슨 동기로 부서를 옮기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들었다.
내 귀를 통해 들어온 이야기들은 머릿속에서 이렇게 정리되었다.
지금 부서는 힘들다.
내년에 결혼을 하고 싶은데, 지금 부서에서 일하면서 결혼을 진행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힘들 것 같다.
앞으로 일하게 될 부서는 지금보다 덜 힘들어서 이런 부분이 해결될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간밤에 했던 고민의 결과를 토대로 쿨하게 축하해주었다.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 나가는 것인데 미안해할 필요 없다고.
가서 잘하라고.
지난 몇 년간 나는 개인적인 업무성과보다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을 들여
이 후배에게 무엇인가 내가 하던 일들을 가르쳐주고자 노력했다.
모두가 함께 일하기를 포기해버린 상태여서 내가 우리 팀으로 데려왔고,
여사원이라 대하기가 힘들다는 사람들에게 여사원은 업무보다 관계 중심으로 대해야 한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동안의 모든 고민과 노력이 다 무슨 소용인가
앞에서는 쿨한 척했지만,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분명히 배신감이다.
아무런 기대도 없고, 애정도 없었다면 이런 느낌도 없었겠지만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다른 부서로 휙 달아나버리는 후배에게 많은 서운함을 느낀다.
예전엔 일이 힘들면 술을 마셨는데
요즘은 일이 힘들면 그 일을 피해버린다.
시간은 가고, 월급은 나오는데 굳이 내가 힘든 일을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다.
그 일을 할 다른 사람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더 이상 열심히 일해서 회사로부터 인정받는 사람이 존경의 대상이 아니다.
"그는 열심히 회사 일을 하기로 선택한 것이고, 나는 적당히 일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과연... 이 흐름이 맞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