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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혜미 Feb 07. 2021

2-4 해외생활에서의 한국문화유산의 가치와 의미

싱가포르의 아시안 문명박물관(Asian Civilizations Museum)의 커피숍에서 프랑스 출신의 친구와 차를 마시며 여행과 관광에 대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나는 부러움이 섞인 목소리로 이렇게 말을 건넸다. “너희 나라에는 문화유산이 많아서 좋겠다. 매년 앉아서 벌어들이는 관광수입만 해도 엄청나지? 한국처럼 수출주도형 국가에서는 치열한 세계 경쟁 속에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서 계속 신제품 출시해야 하기 위해 엄청난 연구 계발비와 마케팅 비용을 투자하고 있지. 그런데 너희는 세계 각국에서 문화재 보려고 제 발로 찾아와서 돈을 쓰고 가는 관광객들이 항상 넘치니 우리에 비해서 너무 쉽게 외화를 버는 것 같아.”

그 친구는 내 말에 정색을 하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그건 네가 잘 몰라서 하는 소리야! 수 백 년 전에 지어진 낡은 건물들을 지속적으로 보수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은 가히 천문학적이지. 최첨단 장비로 점검하고 최고의 전문가를 동원하여 최신의 기술로 원형을 보존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야. 한두 해에 끝나는 것도 아니고 세월이 가면 갈수록 그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지. 그뿐 아니라 문화재 보존을 위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시민들의 몫도 만만치 않아. 그렇지만 차세대를 위해 잘 문화재를 보존하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부분의 세금이 그 부분에 쓰이는 것에 대해서 아무도 불만을 가지지 않아. 왜냐하면 단지 관광산업을 위해서 그것들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야. 만약 문화재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손상되고 변형되어 결국 사라진다면 후손들은 문화유산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정신적인 풍요함과 안정감 그리고 정체성 등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문화유산은 결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와 의미를 지닌 것들이지.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소홀히 하여 잃어버린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야.”

부모가 자녀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 중에서 우선순위를 굳이 매긴다면 문화유산은 과연 몇 번째 일까? 한국에서 교육받고 자라면서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그저 얻고 누려왔던 문화유산이 주는 그 정신적인 풍요함들... 해외에서, 그것도 역사가 길지 않은 나라에서 교육받는 아이들은 과연 그런 문화유산에 관한 의식을 어디서 어떻게 공급받을 수 있을까! 또 해외에 살면서 어떻게 아이들에게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계승 발전시킬 수 있도록 격려하고 또 도와줄 수 있을까!

처음 해외 생활을 시작하자마자 내 아이에게 가장 먼저 가르친 것은 ‘한국무용’이었다. 해외에 나가기 전 평소부터 한국의 역사와 위인들에 관한 책들은 많이 읽혀 두었지만 다민족 국가에서 이민자로 살아가면서 확실하게 해 두어야 할 정체성 부분에 대해서 경험을 통해 보여 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학교 행사를 비롯한 크고 작은 무대 위에서 아이가 당당한 모습으로 ‘한국무용’을 하면 관객들에게 받았던 수많은 갈채는 문화유산을 통한 한국인의 정체성과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확고하게 심어주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왜냐하면 외국 사람들은 ‘한국무용’을 관람하고 나서 그 깊이와 아름다움을 경험한 후에 예전과 전혀 다른 태도로 대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이가 잘해서 라기보다는 우수한 한국 문화예술을 그들에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있어서 문화유산은 단지 보여주기 위한 관광 상품이나 전시용 이벤트의 한 부분이 아니다. 선조들의 삶과 예술 그리고 철학 등을 깨닫게 하는 힘이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영혼의 갈증을 채워주고 내면세계를 굳건히 지켜질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원천인 것이다. 외국생활을 통해서 문화유산의 참 가치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TIP

1. 차세대 아이들에게 한국의 다양한 문화유산을 소개하자.

2. 한국의 문학을 기반으로 가곡, 영화, 춤 등을 연구하여 ‘인터내셔널 데이’에 소개하자.

3. 대외행사 혹은 파티 때에 가능하면 아이들과 함께 한복을 입자.

4. 한국의 예술을 소개하는 책자나 영상을 준비하고 외국 친구와 만났을 때 소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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