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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임차차 May 29. 2016

버스타고 제주여행

02 내가 사랑한 우도


01

아침에 좋은 기분으로 설레며 눈을 떴던게 얼마만이었을까.

몸을 일으키는 내내 '나는 지금 제주에 있어' 를 되뇌었고 하루의 일정이 깔끔하게 머릿속에 정리가 되었다.

둘째날의 일정은 우도.

햇살가득 들어오는 게스트하우스 카페로 들어가 조식을 받았다. 세상에 - 어쩜 ? 그 모든것이 이렇게도 고울까. 한국사람은 밥심이라며 늘 한식을 고집해온 나는 아침밥이라고 받아든 이 이쁜것들에 그저 감탄을 할 뿐이었다. 바다는 보이지 않는 창가를 가진 게스트하우스였다. 종달리. 조금 멀리 지미봉이 보였다.


곱기도 고왔던 그날의 첫끼.


종달리풍경


02

조식을 먹고 우도 갈 채비를 하고 종달리를 천천히 걸었다. 마주하는 모든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기 딱 좋은 날씨었고 그런 날이었다. 바람마저 사랑스럽던 순간들.


종달초등학교 앞쪽으로 나와 성산항을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수원에서 서울 성북구까지 출퇴근을 했었다. 아침마다 마을버스를 타고 1호선을 다시 타는게 출근길 교통수단이었다.

자칫 3-4분의 오차로 버스나 지하철을 놓치면 아침부터 저 밑에서 부터 화가 치밀어 올랐었고, 시간이 되도 오지 않을때면 그렇게도 조초해 발동동 구르기 일쑤였다. 아등바등살았던거다. (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제주 일주버스는 도시의 시내버스처럼 잦은 운행을 하지 않는다. 시간을 꼭 맞춰가야하는데 손에 쥐고있는 시간표는 그 정류장의 시간이 나오지 않아 아림잡아 계산하고 기다려야했다. 길면 삼십분을 넘었지만 전혀 화가 나거나 초조하지 않았다.

표정없이 지내왔던 나는 계속 밝은 표정인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 제주의 효과.


*종달리에서 성산항가는 방법은 종달초등학교 건너편에서 701번을 탄다. 헷갈린다면 기사님께 '우도가려구요!' 라면 잘 알려주신다. 14년도 - 저때엔 버스정보시스템 구축이 되지 않았으나 이젠 제법 정류장 마다 구축이 되어있고 어플도 있어서 손에 시간표를 들고있을 필요는 없다.


03

버스에는 도민 할아버지 할머님들도 꽤 많이 타시는데 혼자 카메라들고 앉아 엉덩이 들썩이는 아가씨를 걱정하며 - 성산항이 도착하기 전 부터 '아가씨 조금있다 내려야돼' 여기저기서 나를 챙겨주시기도했다.

전혀 외롭지않던 버스 ㅎㅎ 난 참 좋다. 버스의 모든풍경이 영상처럼 내 머릿속에 고스란히 남는것에 감사하기까지 했다.


성산항에서 표를 끊고 배를 타면 약 5분 쯤? (실은 시간계산을 잘 못한다) 우도에 도착한다. 내가 택한 우도여행방법은 관광버스.


*우도에 도착하면 관광버스(미니버스) 매표소가 있다. 인당 5천원이고 우도의 대표명소를 차례로 둘러본다.

명소를 구경하고 다시 내려오면 다른 관광버스에 가지고 있는 표를 보여주고 다음장소로 이동, 그렇게 순환하면 간단하고 편하게 우도를 볼 수 있다.
이제보니 안쓰럽게 야위었구나

04

2014년4월.

수학여행을 온 친구들이 많았다. 솔직히 달갑지 않았다. 온전히 이곳을 즐기고싶던 욕심이었다. 그때 그마음이 지금까지 철없던 생각이었다. 내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이틀 뒤 수백명의 아이들이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지 못하였다. 지금까지도 자주 가는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볼 때마다 내가 생각했던 그날의 철없는 마음이 너무나도 미안하다.


우도봉에서 바라본 우도

05

우도봉 끝까지 올라가보기를 추천한다. 쉽게말해 저질체력인 나도 충분히 오를 수 있는 코스이므로, 그 위에서 내려다 보는 우도의 모습은 참 정말 아름답다.

너는 찍어라
나는 잘란다

내가 이 여행 중 만났던 강아지들만 몇마리가 된다. 전부 제주를 닮아 순하고 차분했.. 아니 그 이상으로 느릿했다. 참 예뻤다.

06

우도봉에서 내려와 다음 버스를 타고 도착한곳은 검멀레해변.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정말 너무 놓치고 싶지 않은 동네들이 눈에 들어왔으나 버스는 그곳을 가지 않는다는사실이 너무 아쉬웠다.


버스에서 하차 후 그 유명하다는 땅콩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원조인지는 잘 모르겠고 그냥 아이스크림이었다.


다음버스가 도착하고 버스앞에서 지나친 풍경들이 생각나 버스타길 포기하고 걷기로 마음먹었다. 이렇게 걸었을때 분명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삼각대를 빌려오길 잘 했다

내 생각은 틀림이 없었다.

'와 정말 눈물나겠다 너무 좋아 어떡해' 라며 혼잣말을 얼마나 되뇌었던지.

무거워서 괜히 가져왔나 싶던 삼각대는 참으로 요긴하게 잘 썼다.


사람도 많지 않았고, 드문드문 스쿠터를 타는 여행객들과 인사정도가 전부였다. 조금 오바하자면- 내가 우도를 빌려 혼자 만끽하는 기분이었달까. 나 혼자 이렇게 행복해서 실실거려도 되는걸까 싶기도 했고.


*우도 뚜벅이는 다음지도를 추천한다. 도보로 걸을때 참 유용하게 쓰였다. 물론 지금도 아주 잘 쓰는 중이다.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바다이고 하늘일까

07

길이 보이는 곳으로 계속 걸었다. 우도 안에 이정표를 보고 그 길로 하고수동해변까지- 제주의 바다는 하나이지만, 이곳의 바다는 뭐랄까 - 다른세계로 연결 될 것만 같은 색을 지닌 시리도록 푸른 바다였다.


해안도로 옆쪽 돌 위에 걸터앉았다.

손에서 카메라도 내려두었고 핸드폰도 주머니에 넣었다. 얼마나 그렇게 그 바다를 바라봤을까 - 무형의 무언가들을 담을 수 있는 상자가 있다면 그때의 바람과 햇살과 소리, 바다, 온도 모두 담아 힘이 들때마다 꺼내어보고 싶었다.


많은 위로를 받았다.

바다에게서 바람에게서- 다 괜찮다고.

지천이 노랗게

08

제주하면 떠오르는 꽃은 단연 유채꽃일것이다. 우도봉에 오르면 노오란 유채꽃밭이 한눈에 보이는데 걷다보면 이렇게 돌담과 지붕이예쁜 집들과 조화를 이루는 아주 곱디고운 유채꽃들을 만날 수 있다.

누나 놀러와쪙

요녀석의 붙임성은 정말 너무나도 좋았다. 애교도 많고 순둥순둥.

삼춘과 바다

제주에선, 우도에선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물질을 마치고 정리하는 시간의 모습 자체는 제주를 표현해주고있었다.


사람과 자연이 아주 친밀하게 내어주고 받아주는 삶이 어쩌면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닐까.

이토록 아름답다

우도의 반바퀴를 돌아 서빈백사에 도착했다. 뚜벅이 우도여행의 마지막 코스. 사라락 거리는 하얀모래자갈들을 한줌 쥐었다. 기분좋은 느낌. 시원하고 투명하게 언 얼음같이 고운 빛을 보여주던 바닷빛깔.


내가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모두 주머니에 쏙쏙 담아오고 싶던 우도였다.


*서빈백사에서 다시 항구로 돌아가는 관광버스를 타고 나가면 된다. 배의 마지막시간을 꼭 확인해야한다.


우리나라보단 중국이 아닐까 싶던 섭지코지

09

우도에서 생각보다 오랜시간을 보낸 나는 섭지코지를 갈까말까에 대한 고민을 꽤 하다 이왕 온것 잠시라도 가야지 하고 택시를 잡아탔다.


버스와 도보를 이용하는 여행객은 차라리 택시를 추천하고싶다. 여긴 버스가 들어가지 않는 곳이어서 -


도착했을때 여기가 중국인지 제주인지 착각할만큼 외국인이 천지였다. 이래서 고민했던건데 - 우도에 한껏 취해 왔으나 어쩐지 괜히 왔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이 많은 쪽을 피해 섭지코지 한쪽에 있는 지니어스로사이를 가보았다. 건축물자체가 이곳과 참 잘 어울렸다.

지니어스로사이

얇고 긴 저 창틀같은 곳 사이로 보이는 성산일출봉은 마치 액자같은 느낌도 주었다.

해가 지기전에 숙소로 향하기로한다.


여자 여섯의 술상

10

도미토리엔 제법 사람들이 들어왔고, 전날 저녁과 마찬가지로 카프리 한병을 사들고 카페 한켠에 자리를 잡았는데 같은 방을 쓰는 동생들과 합석을 하게 되었다.

나이 이야기를 하고 인생이야기를 할때 쯤 - 혼자 오신 한 여자분이 같이 앉아도 되겠냐며 오시고 그렇게 한분 두분 모여보니 모두 혼자 온 여자들만 여섯명이었다.


각각 나이도 직업도 모두다른 이 모임이 낯설지도 않았고 친구들과 나누는 이야기들 처럼 편안했다. 한잔두잔 주고받는 술잔에 익숙한 이들에게 털어 놓지 못한 고민들을 처음 본 낯선 이에게 조심스레 털어놓았던 시간들. 어쩌면 나를- 서로를 잘 알지 못했기에 좀 더 냉정히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던게 아니었을까.


가끔 그녀들을 각자의 위치에서 잘 지내고 있으려나 궁금하기도하다.

2년 전, 제주여행의 둘째날 밤이 마무리가 되었었다. 아직도 느낌과 분위기가 생생히 기억나던 순간들. 이렇게 오늘도 제주를 그리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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