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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어부 Jan 16. 2017

인도를 노래하다

#39

지금 만나러 갑니다 (우다이푸르 - 자이살메르)



올려다보는 하늘

구름 사이로 살짝 고개를 내미는 해처럼

틈틈이 보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에

그의 재잘거림과 그의 향기가 묻어 있어

문득 고개를 돌릴 때가 있습니다


낙화하는 벚꽃과 붉게 물든 노을

새벽 빛나는 별과 잠길 만큼의 눈


가슴속에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 있지요


어떤 순간 어떤 장면이 데쟈뷰가 되어

그날의 기억과 그날의 분위기 그날의 향기가

뼛속 깊숙이 아릴 때가 있습니다









아침이 오는 소리에

나지막이 뜬 눈


곧이어

타타의 음성이 들려야 하건만

침묵이다


꿈이었구나

꿈꾸었던 시간

꿈만 같았던 시간


두터운 외투를 걸치고 담배를 하나 물었다


멀리 강을 바라보며 타타와 올가를 생각했다

지금쯤이면 아메다바드에 도착했겠지

간밤에 많이 쌀쌀했는데

따뜻하게 잘 잔 내가 괜스레 미안스럽다


아람볼에서 

급조로 나의 일정을 맞추었는 지라

계절이 갑자기 바뀔 거라 생각지도 못했는지라


작은 가방 하나 메고 

겨우 반바지와 반팔티셔츠로

2주간 고생했겠다


춥지 않아? 물어보면

i'm not cold를 외치던 타타

서툴지만 늘 좋음을 표현하려던 올가


벌써 그립네

추억을 먹으면 늙는다던데

오늘은 좀 늙어도 좋겠다


우리의 만남이

비록 길지도 짧지도 않았지만 

함께 웃고 지낸 시간들

가슴속 깊이 넣어두고 

인도를 생각할 때면 늘 같이 꺼내어

행복하게 웃어 주리라


부디

남은 시간도 

조심히 아람볼로 넘어가시오

그리고 그간의 좋은 기억들 잘 간직하시오



나도 조드푸르와 자이살메르 중 어딜 갈까 고민하다

더 자주 있는 버스와 뭔지 모를 재미남이 있을 거 같아

사막으로 향하기로 했다


나라얀 투어 샵

사람도 친절해 보이고 투어 샵 현관에 많은 한국어로

좋다, 친절하다 등등

하도 좋은 표현이 많아 전혀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한치도 의심치 않았다


짜파티와 개, 짜파개티(표정이 쌈빡하다)


시한부처럼

떠나는 날은 

뭔지 모를 허전함으로 가득하다

그 때문인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그저 시간을 죽인다는 그런 기분


기대가 클 수록 실망은 커졌다


이제야 겨우

와보는 강가 카페


몇 번의 딜레이로

쌓이고 쌓인 기대치


너무 예쁜 반면에

비싸고 그다지 친절하지도 않았지만


음악과 라떼 기분 좋은 햇살 뷰 라면

충분했다


마지막  산책로


죽어가는 시간 사이로

숙소에서 바라보이던 옆 건물 루프탑


피자와 감자튀김을 시켜 놓고선

볕이 좋아 잠시 눈을 감고 있었던 것이

밤새 뒤척임을 털어 내듯

깊은 잠이 들어버렸다


눅눅한 피자와 감자튀김은

지난날의 추억을 잔뜩 머금은

축 늘어져 있었지만 향기는 잔뜩 머금고 있었다


며칠 전

성밖에 현지인들이 주전부리로 사 먹던 간식을 봤다

그래서 도전했다

스윗이라는 이름의 간식거리는

그 이름의 걸맞은 미친 달콤함으로

마약 같은 중독성이 있었다


한가득 품에 안고서

짐을 챙기러 숙소로 돌아간다

 

며칠간 많은 도움을 준 친구,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한참을 찍어주었는데 사진이 없었다.


숙소 루프탑에서

마지막 짜이를 한잔 주문하고 

아무런 말 없이 노을을 바라봤다


그 뜨겁던 태양도 쌀쌀한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내일이면 다시 또 뜨거움을 품고 태어날 테지


좋은 사람 좋은 곳이 

떠나가고 떠나오면 

또 다른 

좋은 사람 좋은 장소가 있을 거다

그러니 우울하거나 슬퍼할 이유가 전혀 없는 

당연한 흐름이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테지


버스가 시간이 다 되었다

이렇든 저렇든 시간은 간다

 

굿버스와 다이렉트를 당당하고 친절하게 연신 되뇌고

대구에 한국 친구도 있다던 나라얀 사장


친절한 얼굴에

따뜻한 미소에

웃는 얼굴에


.....


믿음은 

버스를 보자마자

나라얀 사장을

다시 만나고 싶어 졌다


수많은 나라의 슬리핑 기차와 버스를 정말 많이 타봤건만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역대 최악의 버스다


친절한 얼굴에 포근하기 그지없던 웃던 얼굴에

고물 버스가 아니라 지옥 버스가 오버랩이 되어 겹쳐진다

앞으로도 그 얼마나 한국 사람들은 당하고 또 당할까


우리나라 속담에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라는 말이 있다

웃는 얼굴에 죽통을 날리고 싶다


지금 당장 만나고 싶다


에어컨이 있다던 버스는

에어컨 구멍조차 찾을 수 없었고


대신 커다란 창문들이 있었는데

덜컹 거릴 때마다 창문이 조금씩 조금씩 열렸다

떨어져 죽을 만큼 활짝 열렸다


이건 목숨을 건 오픈카다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춥기도 무지하게 추워

히말라야 산맥을 오를 때보다

백배는 추웠다 그리고 훨씬 위험했다


다이렉트 운행으로

타 여행사와 비교 말라던

그 당당한 그의 음성에 믿음을 느꼈지만


막상 100번이 넘는 승하차로

2시간을 더 오버해 도착을 했다


도착지점까지도

사막 한가운데 내려다 주었다


.....


돈도 돈이고

시간도 시간이지만

속은 게 화가 나서 죽을 것만 같다



타사들과 비교를 하지 말라며 

당당히 말하던 나라얀 사장

만나고 싶다


나라얀 사장 

다시 만나고 싶다

다시 만나고 싶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TV프로에 신청을 끝없이 하고 싶을 만큼


지금 만나러 갑니다

지금     나    갑니다

나라얀 사장 만나고 싶습니다



우다이푸르의 

행복하고 즐겁던 기억을 나라얀 개 놈 때문에


자이살메르의 

기억은 개 떨듯이 떨다 사막 한가운데 도착해 선인장 같은 기억뿐이었다



사람 그렇게 살면 안 돼

언젠간 언젠간 부메랑이 되어

너의 가슴을 처박는 비수가 되어 돌아올 것이니


우다이푸르의 나라얀

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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