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미움받을 용기
미움받을 용기 (자이살메르)
타인을 미워하면 할수록
시간이 지나
자신이 더 미워질 때가 있다
그때에 그 순간에
눈앞의 작은 이익만을 위해
자기의 입과 마음을 속였겠지만
누군가에게 해를 입혔을 때엔
분명 부메랑처럼 되돌아 간다는 걸
늦지 않게 알았으면 해
속았다 화내지 말고
속아줬다 관대해지자
그러면 가슴속에서
찬란한 태양이 떠오르고
마음에 평안이 흐를지도 모르니
버스도
나도 분해 직전이었다
간밤
계속해서 열리는 창문으로
적도에서 시베리아를 느꼈고
그 창문으로 떨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으로
나라얀을 생각하며 클라이밍을 하다
살고자 완전무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몸과 마음과 입은 삐뚤어 진지 한참이었다
나에게 타임머신을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우다이푸르로 돌아가 나라얀을 만나고 싶다는 것
선한 얼굴에
웃는 얼굴에
침 뱉을 놈
화가 삭히지 않는다
자이살메르의 도착을 알리는 차장
신은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은 주지 않는 다고 했다만
이곳은 어딘가
모래가 가득한 사막이 아닌가..
자이살메르의 마지막 종착점은
사막이었다
대 단 하 다 와 난 감 하 다
불행 중 정말 정말 다행인 것은
멀리서나마 자이살메르 성이 보인다는 것
때아닌 오픈카로 인해
언 몸과 너덜너덜해진 정신상태로
사막 한가운데라
울화가 터져 눈물이 나오려 한다
또 한 번
인도의 시련이 다가오는 것만 같다
자이살메르
모래의 도시답게
모래바람과 먼지가 장난이 아니다
선글라스와 버프로 얼굴을 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인들은 일본인으로 잘도 알아본다
아가리또 고마스마
멀리서 바라본 자이살메르 성은
올곧았고
가까이서 바라본 자이살메르 성은
꽤 견고했다
PORT 표지판을 보고
한 바퀴 돌아보니
금세 입구다
캐슬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참 소박하다
타도시와 다른 것이라면
릭샤보다도 모래바람과 비둘기가 먼저 반겨준다는 것
엄청난 양의 비둘기가 성 틈 사이에
빼곡히 앉아있다
수많은 관광객들은
성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댓다
성을 찍는 건지
비둘기를 찍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자이살메르
성이라는 특별함이 일반적이다는 것
성이라 함은
대대적인 높음의 상징인데
일반적인 현지인들이 거주한다는 것
그 일반적인 것이 특별하다는 것
나 역시도 성안에 숙소를 잡을 요량으로 들어왔다
이유라시면
나 라는 일반적임이 절대 일반적임이 아님을
보이기 위한 특별함이랄까
혹시 나가
역시나다
엄청난 가격을 제시하는 현지 성주들
놀라고 자빠질 정도의 가격
왜 때문인지 물어보니
뷰 때문이라시면..
보이는 건 사막과 모래들
네모의 꿈을 꾸는 흙집들 뿐인데
세상엔 싸고 좋은 것 따윈 없다는
진리를 아는대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적이라는 아주아주 작은 확률의 좋은 집을 찾으려
애쓰는 나를 볼 때면
애잔하고 애잔하고 애잔하다
몸무게와 별반 차이 없는
무거운 집을 짊어지고서
헤매고 헤매어
적당히 나쁘지 않은 숙소를 찾았다
죽으라는 법은 없다
샤워부터 해야겠다 싶어
물을 틀어도 따뜻한 물이 나오질 않아
핫 샤워 핫 샤워하니
양동이에 더운물을 받아 온다..
음..
햣샤워가 되긴 되니
할 말은 없는 거로
밀린 빨래가 또 산더미다
빨래를 좀 맡기고
급할 것도 없는데
떠날 것도 아닌데
부리나케 집을 나섰다
성 안팎으로
낙타 사파리가 많다
가격과 시간들을 물어보니
모든 투어가 거의 같은 시간에 거의가 같은 가격이다
나라얀과 비슷한 선한 얼굴에 친절한 행동들
또 속도 없이 예약을 했다
예약을 하고
둘러보니
거기가 거기다
이리저리 둘러볼 것도 없는 성안은
겉으로 볼 때보다도 훨씬 작게 느껴졌다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몇몇의 구멍가게
몇몇의 관광상품을 파는 곳
몇몇의 템플
나머진 전부 숙소이며
그 숙소의 루프탑은 레스토랑
그게 전부인 자이살메르 성
별로 한 게 없는데
다 끝낸 기분은 뭐지
잘못들 길도 없는데
이상하게 끌리던 곳
커다란 포대가 있었고
아래로 더 넓게 펼쳐진 황금색의 평야가 있다
모두가 같은 색으로 네모나게
정렬되어 큰 사막에 모래알처럼
그래서 골드 시티라고 부르는가
일몰 때 황금빛이 난다는
이곳 인도인들은
타 지역 인도인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사막이 가까이 있어서 그런지
몸집들이 조금은 더 작게 느껴지고
눈에 느끼함보다는 햇볕처럼 빛이 난다랄까
함피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신이 버린 도시 거나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곳이었다
정말 바위밖에 없는 이곳에서 사람이 사는 것을 보고 경악을 머금지 못했는데
이곳 자이살메르는 온통 모래뿐인데도 어떻게든 살아간다
어떻게가 아니라
잘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네는 다 가졌음에도 더 가지려 가난한데
이들은 부족함에 더 부자일지도 모르겠다
일몰로 인해
정말 모래집들이
전부 황금색으로 빛이 난다
옥상
이곳저곳에서
꼬마들 삼삼오오 모여 연을 날린다
얼마 만에 연 날리는 걸 보는지
나도 어릴 때에 형들이 쓰던 얼레를 들고
하늘 높이 날리려 뛰고 또 뛰던 때가 있었다
어릴 적
그때는 말이다
그저 바람을 타고 높이 높이 날던 연 하나만으로도
세상 전부를 얻은 듯 행복할 때가 있었지
그게 전부일 때가
우다이푸르에서 자이살메르로
넘어오는 길
정말 끊임없이 화가 나고
한 번씩 오는 공황으로 불안에 떨고
또다시 인도의 시련으로 나를 시험했지만
지금 보다 더 안 좋을 순 없다
자이살메르의
황금빛 노을
작은 연들의 춤사위로
추억과 함께 기울고 있다
동심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