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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어부 Jan 22. 2017

인도를 노래하다

#40 미움받을 용기

미움받을 용기 (자이살메르)


타인을 미워하면 할수록

시간이 지나 

자신이 더 미워질 때가 있다


그때에 그 순간에

눈앞의 작은 이익만을 위해

자기의 입과 마음을 속였겠지만

누군가에게 해를 입혔을 때엔

분명 부메랑처럼 되돌아 간다는 걸

늦지 않게 알았으면 해


속았다 화내지 말고

속아줬다 관대해지자

그러면 가슴속에서

찬란한 태양이 떠오르고

마음에 평안이 흐를지도 모르니







버스도

나도 분해 직전이었다


간밤

계속해서 열리는 창문으로

적도에서 시베리아를 느꼈고

그 창문으로 떨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으로

나라얀을 생각하며 클라이밍을 하다

살고자 완전무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몸과 마음과 입은 삐뚤어 진지 한참이었다


나에게 타임머신을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우다이푸르로 돌아가 나라얀을 만나고 싶다는 것


선한 얼굴에

웃는 얼굴에

침 뱉을 놈 

화가 삭히지 않는다


자이살메르의 도착을 알리는 차장


신은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은 주지 않는 다고 했다만


이곳은 어딘가

모래가 가득한 사막이 아닌가..


자이살메르의 마지막 종착점은 

사막이었다


대 단 하 다 와 난 감 하 다


불행 중 정말 정말 다행인 것은

멀리서나마 자이살메르 성이 보인다는 것


사막한가운데서 만난 오아시스


때아닌 오픈카로 인해

언 몸과 너덜너덜해진 정신상태로 

사막 한가운데라


울화가 터져 눈물이 나오려 한다


또 한 번

인도의 시련이 다가오는 것만 같다



자이살메르

모래의 도시답게 

모래바람과 먼지가 장난이 아니다


선글라스와 버프로 얼굴을 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인들은 일본인으로 잘도 알아본다


아가리또 고마스마


황량한 모래 사이로 우두커니 솟아있는 성


멀리서 바라본 자이살메르 성은

올곧았고

가까이서 바라본 자이살메르 성은

꽤 견고했다


PORT 표지판을 보고

한 바퀴 돌아보니

금세 입구다


캐슬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참 소박하다


타도시와 다른 것이라면

릭샤보다도 모래바람과 비둘기가 먼저 반겨준다는 것


엄청난 양의 비둘기가 성 틈 사이에 

빼곡히 앉아있다


수많은 관광객들은

성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댓다

성을 찍는 건지

비둘기를 찍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네모의 꿈


자이살메르

성이라는 특별함이 일반적이다는 것


성이라 함은

대대적인 높음의 상징인데

일반적인 현지인들이 거주한다는 것

그 일반적인 것이 특별하다는 것


나 역시도 성안에 숙소를 잡을 요량으로 들어왔다

이유라시면

나 라는 일반적임이 절대 일반적임이 아님을

보이기 위한 특별함이랄까


혹시 나가

역시나다


엄청난 가격을 제시하는 현지 성주들


놀라고 자빠질 정도의 가격

왜 때문인지 물어보니

뷰 때문이라시면..

보이는 건 사막과 모래들

네모의 꿈을 꾸는 흙집들 뿐인데



세상엔 싸고 좋은 것 따윈 없다는

진리를 아는대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적이라는 아주아주 작은 확률의 좋은 집을 찾으려

애쓰는 나를 볼 때면

애잔하고 애잔하고 애잔하다


몸무게와 별반 차이 없는

무거운 집을 짊어지고서

헤매고 헤매어 

적당히 나쁘지 않은 숙소를 찾았다


죽으라는 법은 없다


샤워부터 해야겠다 싶어

물을 틀어도 따뜻한 물이 나오질 않아

핫 샤워 핫 샤워하니

양동이에 더운물을 받아 온다..

음..

햣샤워가 되긴 되니


할 말은 없는 거로

 

밀린 빨래가 또 산더미다

빨래를 좀 맡기고 


급할 것도 없는데

떠날 것도 아닌데

부리나케 집을 나섰다


성 안팎으로

낙타 사파리가 많다

 

가격과 시간들을 물어보니

모든 투어가 거의 같은 시간에 거의가 같은 가격이다


나라얀과 비슷한 선한 얼굴에 친절한 행동들

또 속도 없이 예약을 했다


몇바퀴를 둘러 봐도 이곳이 그곳이다


예약을 하고

둘러보니 

거기가 거기다


이리저리 둘러볼 것도 없는 성안은 

겉으로 볼 때보다도 훨씬 작게 느껴졌다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몇몇의 구멍가게 

몇몇의 관광상품을 파는 곳 

몇몇의 템플 

나머진 전부 숙소이며 

그 숙소의 루프탑은 레스토랑 

그게 전부인 자이살메르 성


별로 한 게 없는데 

다 끝낸 기분은 뭐지


잘못들 길도 없는데

이상하게 끌리던 곳

커다란 포대가 있었고

아래로 더 넓게 펼쳐진 황금색의 평야가 있다


모두가 같은 색으로 네모나게

정렬되어 큰 사막에 모래알처럼 

그래서 골드 시티라고 부르는가

일몰 때 황금빛이 난다는



이곳 인도인들은

타 지역 인도인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사막이 가까이 있어서 그런지

몸집들이 조금은 더 작게 느껴지고

눈에 느끼함보다는 햇볕처럼 빛이 난다랄까


함피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신이 버린 도시 거나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곳이었다

정말 바위밖에 없는 이곳에서 사람이 사는 것을 보고 경악을 머금지 못했는데

이곳 자이살메르는 온통 모래뿐인데도 어떻게든 살아간다

어떻게가 아니라

잘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네는 다 가졌음에도 더 가지려 가난한데

이들은 부족함에 더 부자일지도 모르겠다


어릴때


일몰로 인해 

정말 모래집들이 

전부 황금색으로 빛이 난다


옥상

이곳저곳에서 

꼬마들 삼삼오오 모여 연을 날린다

얼마 만에 연 날리는 걸 보는지


나도 어릴 때에 형들이 쓰던 얼레를 들고

하늘 높이 날리려 뛰고 또 뛰던 때가 있었다



어릴 적 

그때는 말이다

그저 바람을 타고 높이 높이 날던 연 하나만으로도

세상 전부를 얻은 듯 행복할 때가 있었지

그게 전부일 때가



우다이푸르에서 자이살메르로

넘어오는 길

정말 끊임없이 화가 나고

한 번씩 오는 공황으로 불안에 떨고

또다시 인도의 시련으로 나를 시험했지만


지금 보다 더 안 좋을 순 없다


자이살메르의

황금빛 노을

작은 연들의 춤사위로

추억과 함께 기울고 있다

동심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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