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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gelina C Apr 12. 2020

코로나 19와 승무원

우리도 너무 싫어요 코로나


항공사는 벌써 유급휴가 무급휴가에 축소 운영까지 코로나가 휩쓸고 간 업계 불황에 몸을 움츠리고 있다.

열차는 상황이 나을까? 놉.

대구 사태 이후 급격히 줄어 한 칸에 한두 명씩 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초반엔 사람이 없고 더불어 악성민원, 각종 차내 처리 업무도 줄고 심지어 특실 서비스도 셀프로 변경되어 이때를 즐기자 분위기가 좋았다. 금방 회복될 줄 알았는데 점점 장기화되면서 대구가 초토화되고 콩나물시루 같던 동대구역 플랫폼이 휑해지고 나니 겁도 나고 걱정도 되었다.

화장 안 해도 티 안 난다 좋았던 마스크도 이제 너무 답답해 그만 쓰고 싶다. 마스크 이후로 장갑, 보호 안경까지 추가되니 귀찮아도 너무 귀찮다. 어딜 가나 손 세정제, 수시로 알코올 솜으로 장비를 닦아내니 무균실이 따로 없다.


해외 입국자 전용객실을 운영하기 시작하니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 객실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공지를 보고서야 한시름 놓았다. 그만큼 바이러스는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승무원에게도 공포의 대상이다. 나 또한 두 돌배기 아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다른 곳도 아니고 일하는 곳에서 괜히 걸려와 아이에게 옮긴다면 회사가 죽을 때까지 싫어질 것 같다.


확진자 수가 주춤했던 최근에는 날이 따뜻해져 사람들의 수가 늘었고 해외에서는 이제야 비상사태를 선언했지만 우리나라는 점차 안정화되어가고 있으니 나중에 폭발할 인구이동이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몇 달 동안 못 놀았던 것 한 번에 다 풀어버릴까 봐. 거기다 아직 해외는 못 나가니 국내여행 수요가 늘면 자연히 객실은 만만석이 되지 않을까. 내수가 살아나는 게 좋아야 하는데 나는 왜 두려운 걸까.


아이의 어린이집 입학이 휴원으로 인해 계속 연기되고 있는 와중에 그래도 적응을 위해서 한 두 번씩 한두 시간씩 가서 얼굴도 시설도 익혀야 하지 않을까 싶어 얼마 전 어린이집을 다녀왔는데 우리 아이만 빼고 다 다니고 있었던 듯 아이들이 많은 것을 보고 놀랐다. 그런데 원장님이 하시는 말씀이.

"원래 지금 애들이 약을 달고 사는 철인데~ 환절기잖아요? 근데 이상하게 아무도 감기를 안 해요~ 집이고 여기고 세정제에 방역에 이렇게 깨끗하게 하니 바이러스가 살아남겠어요? 앞으로 이런 습관이 자리 잡아서 아이들 안 아팠으면 좋겠네요~"

유레카다. 잠시 잊고 있던 독감, 수족구, 감기 따위의 전염병이 코로나 덕에 자취를 감춘 건가. 면역력도 좋지만 아이의 병치레는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다.


이제는 한 몸같은 마스크와 장갑


KTX 승무원 공채가 지금 진행 중인 것으로 아는데 서류진행 중일 때 승무원들끼리 6천 명이나 지원했다더라며 우리 회사가 이렇게 인기 좋은지 처음 알았다고. 항공사들 휘청일 때 그래도 우린 안정적으로 다니고 있는 거 아니냐며 나름 위로 섞인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연봉이 형편없고 숙소가 엉망진창일지언정 내쳐지지 않는 게 어디냐고 우리끼리 하는 말이었지만 슬프면서도 안심했고 회사가 미우면서도 자부심이 생겼다. 항공사 출신들이 많이 지원했다던데 어디든 장단점이 있으니 잘 따져보고 지원하시길. 계약직만 뽑다 오래간만에 정규직을 뽑고 있으니.

행운을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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