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서산에서
마애삼존불상을 보고 왔다
길지 않은 계단을 오르니
환히 웃는 부처가 계셨다
그 곁에서 사진을 찍고
잠시 더 머물다 내려와
바로 앞 식당에서 파는
뜨끈한 어죽을 먹었다
집에 돌아와 어머니께 말씀드리니
어머니는 본인 학창 시절
이모랑 자주 가던 곳이라며 반기셨다
고향 당진과는 지척이라 걸어서도 갔었다고
어머니는 그 초입에서 늘
삶은 밤을 팔던 할머니 한 분이
아직 눈에 선하다고 싱긋 웃으셨다
그 미소 따라 다시
길지 않은 계단을 오르니
양 갈래로 머리 땋은
여고생 둘이 까르르 웃고 있었다
그 곁에서 함께 웃으며
잠시 더 머물다 내려와
어머니가 푸욱 쪄두신
고구마를 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