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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빵씨 Dec 29. 2017

#9-매력과 아닌 것의 사이에서

쇼핑에는 별뜻 없고, 점심을 먹으러 방문하는 가게마다 모두 브레이크타임에 걸렸던 우리는 지도를 얻어 이즈하라의 갈 곳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분명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에서 봤을 법한 지명이었지만 떠나오기 전까지는 관심이 없었는지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지도를 얻고보니 의외로 이곳은 한국과의 연관된 곳이 많았다.
덕혜옹주 결혼봉축 기념비가 있다는 가네이시성 정원이라든지, 조선통신사들이 방문했다는 절이라든지, 조선통신사 초청을 성사시킨 가문의 묘지인 반쇼인이라든지. 최익현 선생의 영정을 모신 슈젠지라든지.
굳이 외국에서 한국의 흔적을 찾아내겠다는 애국심같은 건 둘다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런 우리가 제발로 걸어 찾아갈 정도로 이즈하라의 나름 관광지는 조선과 어떤형태로든 연결이 돼있는듯 싶었다.
여기에 이런 것이 있다며 지도를 들여다보며 우리는 곧 탄식했다.
어우, 옛날엔 지금보다 배도 더 안 좋았을텐데 어떻게 그런걸 타고 여기에 왔다는 거지. 날씨 나쁜 날엔 정말 초주검이 돼서 내렸겠군.
이미 24시간이 지났지만 우리의 머릿속엔 역시 최악의 뱃멀미가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나저나 정말 옛날 사람들은 그 거친 파도를 뚫고 이곳까지 통신사를 보내고 공주를 보내 결혼을 시키고 그랬던 걸까. 그게 그렇게까지 가치가 있는 여정이었던 걸까.


도시라고 생각했던 이즈하라의 시내는 정말 좁았다.
최대한 많이 걷자는 마음으로 최적경로를 따라가지 않았더니 몇 번 왔다갔다 하는 사이에 길을 익히게 될 정도였다.
“여기를 따라 더 가면 가네이시성 정원이 나와요.”
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정원이 나오고
“음, 반쇼인은 여기서 좀 먼가봐요. 이 지도엔 방향만 표시돼있고 길은 안 그려져 있네요.”
란 말이 무색하게 반쇼인이 나왔다.



관광지는 한적했다. 

역시 대마도에 오는 관광객들은 면세쇼핑과 낚시와 등산과 자전거 여행이 전부인 건지, 그들이 다녀갔을 시간을 지나쳤는지, 아님 비가 와서 걷는 것은 모두 건너뛰었는지, 굳이 입장료를 내며 들어가고 싶은 곳은 아니었는지, 그 어떤 곳에서도 직원 포함 다섯명 이상의 사람을 만날 수 없었다.

관리가 되고 있는 것 같기도, 되지 않는 것 같기도 한 관광지는 우리가 지금까지 봐왔던 대마도의 느낌과도 비슷했다. 

완전히 사람손을 타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버려지지는 않은 자연도, 어떤 부분은 일본이지만 또 어떤 길은 한국 어디쯤 같은 풍경도, 도시같기도 시골같기도 한 적당한 편의시설과, 느껴지는 친절함도 청결함도 일본과 한국 사이 중간 정도의 애매한 느낌.



이번이 첫 일본여행이기도 했던 E언니는 계속해서 자신이 상상한 것과 이미지가 다르다고 중얼거렸다.
나는 그 옆에서 일본의 다른 지역은 이곳과는 다르다고 주장했지만 정확하게 어떤 지점이 어느만큼 다른지 콕 집어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우리는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며 길을 걸었다.


그 사이 비가 내리고 그쳤다 다시 내렸다. 습한 기운이 계속해 달라붙었다.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났을 때, 이곳은 과연 어떤 느낌으로 기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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