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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농사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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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언화가 Dec 03. 2023

무식해야 성공합니다.

無識 말고 無植이요

2021년, 서울에서 시골로 왔다. 농사를 짓기 위함이다.


첫 해에는 부모님과 함께 다양한 농사를 조금씩 시도해 봤다. 그중 하나가 돼지감자다. 돼지감자를 심을 때는 몰랐다. 이 녀석이 이토록 번식력이 뛰어날 것이라고는.


첫 해에 돼지감자를 심고, 그다음 해에는 콩을 심었다. 그런데, 돼지감자가 나기 시작했다. 


분명, 돼지감자를 모두 캤음에도 돼지감자가 자라나고 있었다. 봄이 오기 전에 모두 캔 돼지감자가 콩의 틈을 비집고 싹을 틔우고 있었다. 뽑아내도 나오고, 뽑아내도 어디선가 튀어나오는 것이 그 어떤 식물보다 뛰어난 생명력을 느끼게 했다.


결국 올해, 다시 돼지감자를 심었다. 돼지감자가 이긴 것이다. 이제 이 밭은 돼지감자 전용밭이 될 것이다.


 



요즘 왕복 3시간의 출퇴근을 하고 있다. 길고 긴 출퇴근 길의 좋은 동무는 뻥이요와 유튜브다. 뻥이요는 잠이 올 때 먹는 간식이고, 유튜브는 라디오 대신 듣는 길동무다. 유튜브에서 가장 많이 듣는 건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루 3시간, 약 7개월 동안 듣다 보니 공통점이 발견됐다. 그건, 무식하단 것이다. 무식(無識)이 아니라 무식(無植)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지 않는다. 일단 자신보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자청은 [역행자]라는 책에서 이와 같은 행동을 자의식 해체라고 설명하고 있다.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경험과 생각을 해체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음으로 새로운 것을 심을 자리를 마련한다. 그리고 그 해체된 곳에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 방법을 채워 넣는 것이다. 


유튜브와 책을 통해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들은 책을 즐겨 읽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읽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자신이 읽은 것 중 일부를 삶에 적용한다. 자신의 방식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성공한 사람의 방식을 자신에게도 심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방식이 삶에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습관으로 만들어 낸다. 


"저 사람은 뭔가 특별한 게 있었겠지", "금수저일 거야"와 같은 핑계를 대지 않는다. 그냥 따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습관으로 만든다. 



돼지감자 전용밭은 돼지감자의 것이 되었다. 어쩌면 돼지감자가 아닌 다른 식물을 심고, 틈을 비집고 나오는 돼지감자를 계속 뽑아냈다면 내년이나 내후년쯤에는 돼지감자를 모두 뽑아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번거로움을 이기느니 돼지감자를 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도 적당한 타협을 하게 된다. 성공한 사람들의 삶을 따라 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니까. 그냥 지금처럼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하지만, 밭이 아닌 삶에서만큼은 나 또한 무식해지고 싶다. 삶만큼은 쉽게 내어주고 싶지 않다. 기존 삶의 방식에 자리를 내주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심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틈틈이 자라나는 생각들을 바라봐주어야 한다. 내가 심고 싶은 것이 나고 있는지 아니면 잡초가 자라나고 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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