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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경재 Aug 18. 2024

된장과 케일 쌈

앙(仰) 이목구심서Ⅲ -1

된장과 케일


저녁 식탁에 앉았다.

끓는 물에 살짝이 데친 케일 잎에 된장을 올려 쌈을 싸 먹는다.

짭조름한 된장과 달콤 쌉싸름하게 아삭거리는 케일이 씹히며 입 안은 진경을 이룬다.


이때 생각 하나가 불쑥 화살처럼 날아들어와 연신 사그락거린다.


'이 된장이 고추장이 되려 한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소나무가 살구나무가 되려 한다면.

고체인 돌이 액체로 정체성을 바꾼다면 어떨까.'


옛 스승은 물처럼 살란다.

그릇에 자기 몸을 맞추는 물처럼 흐르라 한다.

환경과 능력에 순응하는 물이 돼라 조언한다.

지금도 사회적으로 성공한 어른이라면 이처럼 살아야 한다는 게 통념이다.


왜, 그래야만 하는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너무나도 유명한 성철스님의 말씀이다.

이제야 조금은 이해하는가 보다.


'산은 물이요, 물은 산이다'라고 하지 않았다.

'산은 물이 되고, 물은 산이 돼라'고도 하지 않았다.

산은 산 자체로 누구도 가지지 않은 그 만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물은 물 만이 가지는 정체성 즉,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설탕은 달고, 레몬은 시큼하다.

이들은 고유의 맛과 향을 가지고 있다.

그 자체로 아름답고 멋지다.

개성의 힘이다.

다름은 이제 달란트다.

창의성은 콜럼버스의 신대륙이다.

산을 보고 왜 물처럼 살지 않냐고 말할 수 있는가.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는 말을 똑바로 이해해야 한다.

물인 내가, 산인 당신의 존재를 포용해야 한다.


나는 그 예를 합창에서 찾는다.

각기 다른 목소리들이 모여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듯.

뾰족한 목소리를 잘 가다듬어 감동의 물결을 일렁이게 하듯.


나는 언제부터인가 내 방식대로 살기로 했다.

부족하고 결점 많은 사람이지만 억지로 감추며 살고 싶지는 않다.

남이 아닌 나 자신에게 떳떳하게 살고 싶다.

한 번뿐인 삶을 남을 위해서만 살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나로 존재하면서 세상에 기여할 수 있다.

오히려, 내가 나일 때만 세상과 사회에 유익하다.

이제 문제는 나에게로 귀결된다.

나는 나가 되어야 한다.

홀로 선 나가 되어야 한다.

내가 나로 바로 설 때 도, 세상도 바로 설 수 있다.

하나인 개인이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할 때 세상은 더 아름다울 것이다.


쌈으로 밥 한 공기를 다 비우고, 밥통을 열어 밥을 몇 수저 더 담는다.

아내가 식탁 위미소를 하얗게 흘리고 있다.

채송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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