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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경재 Oct 20. 2024

일본 방문기(2)

앙(仰) 이목구심서Ⅲ -4

2. 구름 위에서


방석 위에 앉아 있다.
구름의 군단이요 '흰'의 대륙이다.
구름의 바다에서 고요히 일렁이고 있는 거대한 포말을 본다.
구름의 파노라마다.

구름 위의 창공은 또 하나의 바다다.
아래의 바다와 같은 군청색이다.
하늘은 멀리 가장자리에서 뿌옇게 흐려지고, 태양 하나 만이 눈 부시게 창공에 걸려있고 빛의 날개는 흰구름 위에 자디잘게 부서진다.
구름은 파도치는 바다에 뜬 크고 작은 처럼 발밑에 점점이 놓여있다.
이 구름들은 바위에 다닥다닥 달라붙은 석화처럼
창공깊숙이 뿌리를 내려 고정된 섬 같다.

머리 위엔 태양만 있고 아래엔 구름이, 산이, 건물이, 바다가 있다.
나는 이 세상과 저 세상 사이에 있다.

기류 때문에 잠시 기체가 흔들린다.
시골버스를 탄 것처럼 좌우로 기우뚱 거린다.

아래엔 북극처럼 온통 눈밭으로 덮여있다.
빙하처럼 흰 눈이 언덕을 이루고 두껍게 쌓여 바다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히말라야 산맥 어디쯤에 와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창을 열고 들어오는 햇볕은 따뜻하다.

저 멀리 구름 아래로 짙푸른 해안이 보인다.
해안선이 허옇게 물과 의 경계를 가르고 있다.
벌써 일본인가.
해안을 따라 희뜩희뜩 집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건물들은 죄다 거북이처럼 바짝 엎드려  해바라기 씨앗들처럼 서로 기대고 있다.
군청색의 산들이 어깨동무하듯 늘어서서 바닥에 붙어있다.
땅 위에 붙은 이끼 같다.


구름 아래의 세상은 고요하다.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일본도 산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한다.
굽이굽이 진 산의 골짜기마다 길들이 나있고 네모나거나 타원의 논밭이 바닥에 그려져 있다.

공항 가까이 왔다는 안내방송이 들린다.
갑자기 거대한 구름이 바로 옆에 있다.
눈밭 같아서 그 위에 뒹굴고 싶어 지기도 한다.
생선의 비늘 같은 구름 사이로 도시가 보인다.
내가 보는 구름은 구름의 등이다.
항상 땅에서 얼굴을 올려다보아왔는데 오늘은 구름의 등을 목격한다.
등이 얼굴보다 보드라워 보인다.
솜뭉치를 뜯으면 끝에 찢길 듯 따라오는 잔털솜처럼
여릿여릿하다.
구름의 등은 산처럼 뾰족하거나 언덕처럼 타원이거나 모양이 제각각이다.

하강하는지 도시가 점점 선명하게 들어온다.
끈처럼 기다랗게 늘어져 있는 도로 위로 점 같은 자동차들이 오간다.
모레톱이 보이는 강 주위로는 제단 한 듯한 사각의 논밭들이 정겹다.
위에서 보는 바다는 커다란 심장 같다.
심장에서 나온 피는 강으로 이어지고, 이 강줄기 따라 도시에, 마을에로 전해지고 있다.

곧 간사이공항이다.
거기선 어떤 우연들이 나를 맞이할지 궁금해진다.
오사카, 안녕?
여기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발아래 용모 단정한 이 산에는 어떤 나무와 짐승들이 살고 있을까.
활주로가 바다바로 옆으로 나있다.
제동감을 느끼며 공항에 도착한다.
비행기가 춘다.

공항 안 입국심사를 받는다.
부산보다는 좁고 어둡다는 인상이다.
사진을 찍고 양손 검지와  지문을 찍으라 한다.
안경을 벗으라고 한국말로 해주니 고맙다.
다시 지루한 줄 서기가 이어진다.
이번엔 최종 여권심사인가 보다.
처음이라도 많은 인파를 따라가다 보니 저절로 필요한 절차를 마치게 된다.


이제 여행사 버스에 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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