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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

일하고 글쓰는 사람들을 위한 레터

by 유수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


면접에서 단골로 나오는 이 질문에 여러분은 어떤 답변을 해보셨나요? 면접관으로서 면접을 보다가 의외로 이 질문에 답변하는 면접자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저 역시도 '오늘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도의 인사를 해본 것 외에는 딱히 기억에 남는 답변을 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유튜브 채널 <고나리자>에서 강지영 아나운서는 모의면접을 보며 이 질문에 답변하는 꿀팁을 알려주었는데요. "저희 집에서 회사까지 오는 버스가 402번인데, 매일 그 버스 타고 싶습니다"라고 하는 겁니다. 즉, 이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간절함을 어필하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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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면접자 분들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라고 질문을 한 것은 사실 간절함을 보여달라는 목적은 아니었어요. 혹여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데 놓쳤거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모두 해소하고 가시길 바라는 마음이었죠. 그런데 이 질문을 면접자의 시선으로 보면, 자기 어필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1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면 면접자도, 면접관도 진이 빠져버리곤 하는데, 마지막에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줌으로써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수 있기 때문이죠.


한 면접자는 저의 질문에, 다른 회사에서도 본인을 탐내고 있으니 당락여부를 빨리 알려주면 좋겠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지원자들은 여러 회사에 동시 지원을 했을 가능성이 높고, 이 사실을 회사도 모르지 않아요. 실제로 빨리 답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일 수도 있고, 다른 회사도 탐낼 만큼 본인이 '인재'라는 것을 어필하기 위함이었을 수도 있지만 결국 간절함을 가진 면접자를 이기지는 못했습니다.


2013년, 저의 '보낸 메일함' 속에는 간절함이 가득합니다. 사회초년생 시절, 출판 편집자로 일을 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취업을 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채용공고도 많이 없어서 막막하기만 했는데요. 마지막 동아줄 잡는 심정으로 회사 홈페이지나 네이버 블로그에 나와 있는 출판 관계자의 정보를 찾아 도움을 청했습니다. 무작정 메일을 보내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그까짓 부끄러움은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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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을 보내고 바로 다음날, 제가 입사를 꿈꾸는 회사에 근무하고 계신 편집자님께 답장이 왔습니다. 회장님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도 알려주셨고, 정시 채용보다는 수시 채용을 노리는 것이 훨씬 좋을 것이라는 조언도 해주셨죠. 게다가 이력서를 본인에게 보내주면 수시채용 공고가 있을 때 회사에 공유해 주시겠다고도 했습니다. 비록 간절히 원했던 그 회사에 취업을 하진 못했지만, 가만히 있었더라면 얻지 못했을 업계의 귀한 정보를 얻었고, 다른 회사에 지원을 할 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10여 년 전, 제가 보낸 메일을 지금의 제가 받았다면 어떤 답장을 보냈을까요? 아마 저 역시도 제게 답장을 주신 편집자님처럼 최대한 제가 답변해 줄 수 있는 모든 답변을 해주었을 것 같습니다. 한때는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고통스럽게 느껴졌지만, 돌이켜 보니 나의 가장 뜨거운 순간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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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텐츠는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레터, '일글레터'입니다. 일글레터는 마케터이자 책 <처음 쓰는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 특강>, <나답게 쓰는 날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 를 출간한 유수진 작가가 매주 수요일 아침에 무료로 보내드립니다.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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