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글쓰는 사람들을 위한 레터, 일글레터
<F1 더무비>는 한때 주목받는 유망주였지만 끔찍한 사고로 우승하지 못하고 한순간에 추락한 드라이버 '소니 헤이스'(브래드 피트)가 최하위 팀에 다시 합류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저의 가슴을 찌른 대사가 있었는데요. 어떠한 제안을 받거나 새로운 일을 고민할 때마다 소니는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합니다.
"돈은 중요하지 않아"
요즘 세상은 '돈' 이야기를 빼고는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돈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주식, 부동산, 재테크 관련 책은 물론, 유튜브와 값비싼 강의의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르죠. 이러한 세상에서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면 '순진무구한 소리 하지 말라'라고 할지도 몰라요. 틀린 말도 아닙니다. 돈 없이는 생존 자체를 할 수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돈이 전부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죽더라도 레이싱을 하다가 죽을 거라고 말하는 소니에게는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습니다. 바로 레이싱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죠.
정승제 강사는 수학 일타강사(이투스) 중 유일하게 EBS에서도 강의를 하는 강사입니다. '연봉 100억'을 벌며 재정적으로 큰 부를 이룬 그에게 EBS에서 강의를 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한 일화를 소개했어요. 우연히 듣게 된 한 학교 선생님의 고민인데요. 반에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해 몰래 수학여행비를 내주었는데 혹시라도 그 학생이 사실을 알고 상처받을까 봐 걱정이 된다는 것이었죠. 보통 '이번 달 매출이 잘 안 나오면 어쩌지?'를 고민하는 장승제 강사는 충격에 빠졌어요. 그 후 학생들에게 자신을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생선님'이라고 부르라고 했습니다. 스스로 자신을 진정한 선생님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었겠지요.
보통 강의가 끝날 때쯤 '이다음에 이어서 다음 강의를 들으라'며 연계된 강의를 추천해주기도 하지만, 그는 유료 강의를 할 때엔 혹여 자신이 '돈' 때문에 추천한다고 생각할까 봐 그 말을 도저히 할 수 없다고 해요. 반면, EBS에서 강의를 하면 다음 강의를 마음껏 추천할 수 있어서 훨씬 편하고 자유롭다고.
저는 정승제 강사의 이야기를 통해 돈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소니가 레이싱에 대한 순진한 사랑과 열정이 있었다면, 정승제 강사에게는 이 세상의 모든 학생들이 수포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진심이 있는 것처럼 말이죠.
2023년 9월부터 매주 일글레터를 발행해 오며 제 자신에게 묻습니다. 당장 돈도 되지 않는 이 일을 왜 이렇게 꾸준히 열심히 하냐고. 미국 최대의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 CEO가 말하길, 뉴스레터를 처음 시작한 후 10개 이상 쓰는 사람은 0.3%라고 하는데, 저는 오늘로써 94회를 발송했으니 못해도 0.1% 안에는 들 거예요. 그 이유는 제가 남들보다 대단히 성실해서가 아닙니다. 돈이 따라오든, 따라오지 않든, 사람들이 더 행복하게 일하고 글을 쓸 수 있도록 저의 인사이트를 나누는 일이 진심으로 즐겁기 때문입니다.
우리, 돈 빼고 얘기해도 될까요? 여러분은 돈을 제외하고 그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솔직히 돈 얘기보다 그 이야기가 조금 더 재밌습니다.
이 콘텐츠는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레터, '일글레터'입니다. 일글레터는 마케터이자 책 <처음 쓰는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 특강>, <나답게 쓰는 날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 를 출간한 유수진 작가가 매주 수요일 아침에 무료로 보내드립니다.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