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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이 Dec 07. 2019

당당이 +850 (험난했던 어린이집 적응기)

다른 친구의 콧물을 닦아주는 너의 모습을 보기까지

올해 3월, 당시 생후 18개월 당당이의 어린이집 입소가 확정되었을 때만 해도 나는 큰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 6시간.

아이가 어린이집에 등원하고 하원까지

하루 6시간은 온전한 ‘내 시간’이 생기리라.


그러나 그때부터

어린이집에 완전히(?) 적응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무려 ‘9개월’.


평범한 줄만 알았던 쪼꼬미의 첫 사회생활이 

이토록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게 될 줄이야.


내가 9개월 간 겪은

당당이의 어린이집 적응기는 크게 5단계로 나뉜다.


1단계. (2019 3-5월)

엄마와 함께하는 2주 어린이집 적응 프로그램 그 후, 극도의 분리불안 상태로 엉엉 울며 교실에 들어가 오전 일과 내내 울고 낮잠도 울다 지쳐 잠듦. (당당이의 경우 오전 내내 울었기 때문에 낮잠+오후 일과 적응 부터 진행됨. 어린이집 12시 등원은 우리밖에 없었을 듯. 그나마 이 시기 당당이는 낮잠 후 먹는 간식의 즐거움을 서서히 느낀 듯)


2단계. (2019 6-8월)

오전일과 부터 다시 적응 시작. 어린이집에 얼떨결에 들어가지만 교실 앞에서 헤어지는 순간부터 대성통곡. 교실에 들어가면 30분 내외로 울음을 멈추고 놀이. 애착인형을 늘 옆에 끼고 있음. (어린이집 같은 반 친구네에 놀러가보기도 하는 등 또래 아이들과 어울릴 기회를 틈틈히 줌. 그러나 감기, 각종 전염병으로 계속 아팠기 때문에 한 달에 출석일 수 11일 채우기가 거의 게임 미션 달성수준. 3일에 한 번 소아과 가기 전쟁.)


3단계. (2019 9월)

암흑기. 당당이 급성기관지염 후 아데노 바이러스 감염과 나의 공시 준비로 한달간 어린이집 등원하지 않음, 아니 못함. (이 시기 어린이집 퇴소를 진지하게 고민함. 그간 등원하는 매일을 울었고, 장기간 복용한 항생제의 부작용인지, 원인모를 두드러기가 계속됨)


4단계. (2019년 10월)

재적응기. 모든 기대감을 내려놓고 다시 오전일과 적응부터 시작, 교실 문 앞에서 울고 토하고.. 당당이를 두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늘 마음이 안좋았다. 그러나 조금씩 울음이 짧아지고 일과 때 잘 놀고 잘 먹고 잘 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됨. (같은 반 어린이집 친구의 도움이 컸던 시기. 우는 당당이를 위해 매일 손잡고 같이 등원. 하원 후 2시간 정도 각자의 집에 놀러가 함께 했다.)


5단계. (2019년 11월-최근)

울지 않고 웃으며 인사하고 교실에 들어가기 시작! 콧물을 달고 살지만 전처럼 입원할 정도의 심한 단계로 진행되지 않음. (매일 저녁 어린이집 친구들과 선생님의 사진을 보여주며 내일도 즐거울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줌. 이제 잘 적응한 것 같다 하나 당분간은 이렇게 할 계획)


어린이집 적응 기간은 그 시기를 평균지어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아이의 기질과 양육 환경 등에 따라

개인차가 크다 한다.


당당이의 안정적인 등원에 도움을 준

같은 반 친구는

적응까지 2주도 채 걸리지 않았으니 말이다.


“간혹 적응이 정말 더딘 친구가 있어요.”

“처음에 잘 다니다가 갑자기 울며 어린이집에 오기 힘들어 하는 친구도 있어요.”


남의 이야기 인 줄만 알았다.

내 이야기 인줄은 상상도 못하고.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면서야

나는 내 아이가 남들보다는

엄마의 손길이 더 필요하고

새로운 환경 적응에 시간이 

꽤 필요한 아이라는 것을 알았다.


불안했다. 그러나

전전긍긍 하는 엄마의 마음을 느끼면

아이의 적응이 더 힘들어한다 하여

당당이가 울어도 나는 웃으며 어린이집에 보냈고

잘 지내리라 담임 선생님을 믿고 조언에 따랐다.


친구와 같이 등원하기.

하원 후 같은 반 친구 집에 놀러가기.

친구들과 선생님 얼굴 많이 보여주며

어린이집에 대한 기대감 심어주기.

크게 아프지 않게 컨디션 조절 잘 해주기.


이런 것들은 정말 내 수준에서 해 줄 수 있는

아주 작고 사소한 부수적인 도움이다.


지나고 보니 중요한 것은

엄마로서 아이를 응원하고 믿는 것 뿐이었다.


오늘 교실 창문 너머로

같은 반 친구의 콧물을 닦아주는

당당이의 웃는 얼굴을 보았다.


할 수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늘 읊조린 주문이 통한 순간.

어찌나 마음이 찡하던지.


지금도 어린이집에만 들어서면

습관처럼 온몸이 경직되는 나에게

9개월의 시간을 동고동락해준

같은 반 친구 엄마는

선물같은 말을 해주었다.


“충분히 잘하고 있다.”

 “걱정하지 말하라.”


그래,

내 근심과 고뇌를 저멀리~~ 뒤로한 채

아이는 자란다.

그것도 무럭무럭.


이렇게 한뼘 성장한 걸까.


나 포함 걱정많은 이 세상 모든 엄마들.

오늘도 화이팅!이라고 밖에는!!


친구와 손잡고 즐거운 등원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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