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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이 Jan 21. 2020

당당이 +894 (네가 나를 부를 때)

이것이 제자리걸음이 아니라 그저 나아가기 위한 연습이었다고

정신없는 주말을 보내고 맞이한 월요일 오늘,

부랴부랴 당당이 어린이집 등원 준비를 했다.


평소에는 “옷 입자!” 소리치면

나가는 것을 귀신같이 알아차리고는

등원 친구 애착 인형과

장난감을 잔뜩 챙겨 가방에 넣고는 했는데


오늘은 유난히 찡찡 모드로 옷 입기를 거부.


설득,

설득,

설득, 그러다 나 폭발! 당당이의 서러움도 폭발!


“왜 그러니! 엄마 힘들어, 좀 도와줘!”

그런데 당당이의 입에서 나온 그 말.

“엄마, 회사에 안 가면 안 돼요?”


...


언젠가 읽어준 책 내용인데

당당이가 그 걸 기억하고 이렇게 말할 줄이야.


아, 당당이가 엄마가 회사에 출근해야 해서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구나.


당황스러운 마음을 진정하며

어린이집에서 집에 돌아오니

때마침 육아휴직 전 같은 팀이었던

팀원의 톡이 와서 한참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는 왠지 모든 일의 의욕이 사라져

집안일도 공부도

뭣도 손을 다 놓고 있다가


때마침 당직인 남편의 부재로

당당이의 하원부터 잠들기까지

먹이고, 씻기고, 놀아주고, 재우고

겨우겨우 버티듯 하다 이 글쓰기에 이르렀다.


육아휴직 3년 차의 나.

이제 올해로 그 끝이 보이고 있다.


당당이의 물음에

“그래도 엄마는 회사에서 일하는 게 좋아~”

말해주고 싶었을 만큼


사람들과 함께 다시 일하고 싶다.

이제 돈 벌고 싶다.

생각은 거의 매일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단순하게

육아휴직 끝났으니 복직하자 하기에는

너무나 멀어져 버린...

집에서 5시간 떨어진 지방으로 이전한 내 직장.


나름의 고군분투로

이것저것 도전했던 지난 시간,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 속상했지만.


누구를 탓할 것도 없고

지나치게 비관만 하지 말고


그저 오늘 할 일을 하며

오랜 휴직의 끝,

그 답을 찾아갈 뿐.


오늘 유난히 안쓰러워 보여 혼을 다해 함께 놀았다. 귀여운 너의 궁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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