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면서 자존감을 높이고 있는 애 둘 맘의 육아이야기.
말 안 듣는 네살 첫째.
코로나의 여파로 24시간 함께하면서 퐈이팅 수치가 높아져 매일 나와 퐈이트 하고 있다.
아침에 눈뜨면 만화틀어달라고 해서 혼나고 만화 안틀어주면 요구르트 먹겠다고 해서 혼나고
만화 요구르트 모두 다 거절당해 폭풍 오열로 시작되는 하루.
매일 거절 당하면서도 매일 요구하는 집념 강한 네살 아들이다.
나 역시 아침마다 애 울린다고 친청엄마에게 혼나고 첫째 우는 소리에 둘째까지 깨웠다고 혼나고
첫째 둘째 함께 우는 소리에 멘탈이 붕괴되어 시작되는 하루. 매일 친정 엄마에게 협박 당하면서도 애 둘을 울리는 융통성 없는 엄마다.
아침 여덜시부터 울고불고 하는 첫째에게 사탕을 인질삼아 밥을 먹여본다. 밥을 다 먹으면 막대사탕 하나를 통째로 먹을 수 있기에 아이는 숟가락 듬뿍 얻은 밥과 반찬을 넙죽 잘 받아먹는다.
가급적 둘째가 깨어나기 전, 빨리 많이 먹이고 싶은 엄마 욕심에 입보다 더 큰 양을 퍼주면 미간을 찡그리면서
“엄마 이건 너무 많잖아!” 하며 핀잔을 주는데 기계적으로 먹이는 것에 집착하는 나는 머쓱해진다.
생각해보면 그리 서둘러 밥을 먹일 필요가 없는데 시간에 쫓기는 사람처럼 습관적으로 아이를 다그친다.
어린이집 갈 일도 없고, 서둘러 출근할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침시간은 애 밥먹이고 나 밥먹고 애 씻기고 나 씻고 보면 2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다. 둘째가 깨기 전까지 커피 한잔으로 오늘 하루 쓸 에너지를 채워본다. 엄마 커피 마시는 시간엔 첫째가 만화를 볼 수 있기에 여시같은 아들은 자기가 커피를 내려 주겠다며 물심양면으로 커피 조공을 하려든다.
“엄마 힘드니까 내가 커피 내려줄께”
(내가 왜 힘들까? 너는 알것 같은데?!)
뜨거운 물에 데일까, 혹시나 쏟을까 조마조마한 나는 참을 인을 새겨가며 만류해 보지만 고사리 같은손으로 커피 캡슐을 가지고 와 식탁의자를 발판삼아 싱크대 앞에서 물을 받고 통을 꺼내 버튼까지 척척 누르며 바리스타를 자처하는 첫째를 보면서
‘너 때문에 못살겠다!’를 외쳤던 마음이
‘너 때문에 산다’로 바뀐다.
커피와 만화로 평화적 거리를 두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때 쯤이면 둘째 세연이가 앵~~하고 잠에서 깨어 두 번째 아침을 열어준다.
뱃속에 있을때부터 순둥이 체질이었던 둘째는 생후 2주만에 통잠을 선보이며 엄마를 미소짓게 하는 효녀 심청이다. 울음도 짧고 특별한 소음이 없으면 혼자 놀다 스르르륵 잠이든다. 첫째의 신생아때와 비교해보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치열했던 첫째의 육아 일기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달굴 정도로 힘들고 살벌했는데 둘째는 이에 보상이라도 해주는 것처럼 순하고 수월하다.
둘째를 낳고 맘카페에서 수면교육을 검색하며 밤을 홀딱새는 일, 각종 육아템을 검색하는 일로 시간을 쓰지 않는 것만봐도 우리 둘째의 순한 성향을 알 수 있다.
남편과 내가 둘째 계획때부터 제발 건강하고 잠만 잘 자주는 아이가 태어났으면 좋겠다 했는데 하나님이 그 소원을 잊지 않으시고 3.8키로의 건강한 순둥이 여아를 보내주셨다. 어찌나 감사한지 셋째까지 낳아 그 감사함에 화답하고 싶지만 마음만 보내드리기로.
둘째는 요즘 너무 잘 웃고 옹알이가 많아져서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첫째와 실갱이를 벌이다가 둘째가 웃는 모습을 보면 모성애가 치밀어 올라 화난 마음도 스르륵 가라앉고 첫째까지 따뜻하게 안아주게 된다.
특히 살이 포동포동하게 차오른 볼딱지에 내 마른 볼을 부비면 꺄르륵 소리내어 웃는데 그 순간 둘째와의 교감은 헤비메탈이었던 감성을 발라드로 바꿔준다. 그래서 “둘째 낳으면 어때?”라고 묻는 친구들에게 무조건 낳아보라고 추천한다. 겁을 내면 내가 낳아서라도 주고 싶다며 둘째출산장려 에 앞장서고 있는데 바로 어제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둘째임신소식을 알렸다.
둘째 장려를 할때마다 손사레를 쳤던 친구인데 코로나로 집콕의 나날들이 이어지며 남편과 함께보내는 시간이 많아지자 벌어진 일이었다고(크하하하).
웃픈 이야기지만 어쨌든 해피엔딩인걸로. 둘째 임신에 걱정이 많은 친구에게 “나는 요즘 둘째덕분에 웃고산다”며 희망찬 육아담을 전했다.
친구의 임신 소식을 엄마에게 전하자
“그래, 아이 하나는 외롭지. 애 둘키우는 건 힘들지만 또 애들 자라는 건 순간이야. 애 키우는 재미로 사는 거지.” 하며 나를 바라봤다.
엄마의 미소는 옅어졌고
나는 아이들을 보며 크게 한 번 웃었다.